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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돕는 건 돈의 액수가 아닌 나눠준다는 자체가 중요”
“남을 돕는 건 돈의 액수가 아닌 나눠준다는 자체가 중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1.12.31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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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나눔을 펼치는 오일장 상인 이명구씨 “내겐 기쁨이 돼 돌아와”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이명구씨(63)는 취재거리가 아니라며 한사코 사양했다. 이명구 자신이 아닌, 남에게 기부의 즐거움을 전해주라고 하자 그제야 취재에 응했다.

그가 주위에 관심을 기울인 건 30년을 훌쩍 넘긴다. 작은 나눔을 펼치는 그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은 그가 새벽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번 돈이다. 제주 도내 오일장을 돌면서 건어물 장사를 한 지도 30년이다.

남을 도운 지도 그만큼이나 됐다. 시작은 아주 작은 데서 비롯됐다.

큰 애를 낳을 때죠. 큰아들이 34살이니 그 때부터 시작된 셈이죠. 당시엔 오일장 상인이 아닌 건축회사에 다닐 땐데, 나병환자를 돕는 기회가 생겼어요. 1구좌에 500원이었는데 아들을 낳은 선물로 매달 그만큼의 돈이 빠져나갔어요. 돈은 빠져나갔지만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죠.”

이명구씨는 나눔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30년전 500원은 소주 1병 값이라고 한다. 소주를 한 번 마시지 않으면 남을 도울 수 있는 작은것이기에 그는 주위의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그 작은움직임은 그에겐 아주 것이었다. 바로 나누면 나눠줄수록 그에겐 기쁨이라는 선물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제주시 내도동에 자리를 튼 그는 마을의 어려운 이들에게 관심을 두게 됐다. 마을 노인들과 학생들, 불편한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방한복과 쌀 등을 전달해왔다. 소문이 나지 않는 일이었다. 어떤 이들은 그가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아닌, 정부에서 나오는 쌀을 전달해주는 이로 여기기도 했다. “이번 달은 쌀을 왜 안주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단다. 그만큼 그의 나눔은 이득이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나눔 실천을 얼마나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 기억하면 안된다는 답이 되돌아왔다.

숫자는 기억할 생각을 하지 않죠. 영수증을 발급 받을 일도 아니고, 그걸 가지고 세금공제를 받을 일도 아니죠. 그런 건 도와주는 게 아니잖아요. 세금공제를 받으려 한다면 정부에서 할 일을 심부름 해준 것 밖에 더 되겠어요? 남을 돕는다는 건 액수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나눠준다는 자체가 중요하죠. 하나를 나눠줌으로써 자신에겐 열 배, 아니 스무 배의 기쁨이 돌아오잖아요.”

그는 돈의 가치에 대해 사는 데 어렵지 않으면 그만이다고 했다.

돈을 죽어서 가져갈 것도 아니잖아요. 사실 내가 남을 돕는 건 내가 아닌 집사람이 하는 거예요. ‘올해도 작년만큼은 해야죠라면서 집사람이 먼저 나눔 실천을 거들어요.”

이명구씨가 지난 29일 제주시를 찾아 쌀 100포를 전달했다. 지금까지 제주시에 전달한 쌀만도 900포에 달한다.
그의 숨은 선행은 얼마전부터는 공개가 됐다. 지난 2008년 추석 당시 제주시에 이름을 밝히지 않고 쌀만 보냈는데,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그는 지난 29일에도 제주시 주민생활지원과를 찾아 쌀 100포를 전했다.

큰 건 생각하지 않아요. 1만원을 아낀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하면 됩니다. 1만원이 없다고 사는데 지장은 없잖아요. 그러다보면 나눠주는 액수가 좀 더 커지겠지요.”

그가 생각하는 나눔의 원리는 간단하다. 큰 것을 주는 게 아니라 살림에 지장되지 않을만큼을 나눠주면 된단다. ‘언제까지 남을 도울 수 있느냐는 질문엔 버는 한이라고 답했다.

앞으로 4~5년일 것 같아요. 내가 버는 한은 남을 도와야죠. 돈이 없는데 남에게 줄 수는 없잖아요.”

아들을 위해 시작한 500원의 나눔은 어느덧 해마다 해야 하는 일이 됐다. 그는 강조한다. 나눔은 마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술을 하루 마시지 않고, 하루 담배를 피워야 할 돈을 모아보라고 한다. 그렇게 시작하는 작은나눔은 언젠가는 보람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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