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02:42 (토)
일본인 사로잡던 한류(韓流)는 이제 한류(寒流)가 되나
일본인 사로잡던 한류(韓流)는 이제 한류(寒流)가 되나
  • 미디어제주
  • 승인 2012.08.19 18: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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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고하나의 일본 이야기] MB 독도 방문 이후로 불고 있는 일본 현지 분위기

한류에 역풍이 불고 있다.

정치, 경제, 지자체 교류의 중단, 네티즌들의 트위터 전쟁까지 연일 시끄럽다. 원만히 흐르던 한일 우호관계가 냉각되고 있고 있는 시점이다.
이제, ‘잘 나가던’ 한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최근의 한류는 K-POP 중심이다. 드라마를 보는 아줌마팬들에서 시작된 한국사랑이 한국음악을 듣는 ‘10대-20대’ 로 넘어갔다
한류를 타고 온 한국인의 이미지

일본에서 한국인은 ‘열정적’ 이며 ‘감정적’인 민족으로 인식된다. 일본 방송에 나오는 (K-POP아이돌을 포함한) 한류 스타들은 뭐든 열심히 하고, 감정표현도 직접적이고 솔직한 편이다.

‘배려’ 의 문화속에 살아온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는 신선했고, 자신의 감정을 날것으로 드러내는 한국인(드라마속, 혹은 스타)은 대리만족으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욕구는 한류 문화를 지속적으로 소비하도록 만들었다. 일본인들의 한국 문화 콘텐츠 소비는 양국 관계를 우호적으로 바꾸는데 일조하였다.

‘한국팬’ 이 가지고 있는 한국의 국가이미지는 ‘역사적’인 것이 아닌, 매스컴이 만들어낸 ‘현재의 것’이었다. 이는 한류 스타들의 대외적 이미지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의 영향도 크다.

물론 한국인이라면 드라마 속의 인물들이 (물론 한국인의 보통 모습도 담겨 있으나) 적당히 과장되어 있으며 일정부분 판타지화 되어 있다는 사실을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 극 안의 ‘설정’ 과 ‘현실’ 을 적당히 구별하면서 현실과 허구 사이를 오고가는 중에 재미를 느끼고, 현실로 돌아온 뒤에는 감동 이외의 과장된 허구는 전원을 끄는 동시에 함께 현실 밖으로 밀어낸다. “이런 건 드라마에서나 있는 얘기야” 하고 드라마 속의 현재는 드라마 속에 두고 나온다.

한류팬에게 한국 드라마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척도이기도 하였다.

'한국 드라마를 봅니까?'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 '있을 수 없는 설정이 매력' '마음속을 채워주고 있다'는 부제가 보인다
하지만 만약 그러한 드라마들을 반복적으로 시청하는 사람이 외국인이라면? 이 경우, 부정적으로는 한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일정부분의 ‘오해’ 와 ‘선입견’이 생긴다.

단편적인 영상을 보고 성급한 일반화를 시켜버리는 경우도 허다하고 특히 정확한 정보나 지식이 없었던 경우에는 그 문화 콘텐츠가 만들어낸 ‘허구’와 실재하는 ‘현실’ 사이의 모호한 경계선을 가늠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좋은 문화 콘텐츠 저변에는 현실이 깔려있다. 진정성이 있는 작품 속에는 현실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허구도 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인이나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에선 싸울 때 다 머리채를 잡아?” 라는 얘기를 듣거나, 한국과 북한에 관해 엉뚱한 질문을 들을 때면 말문이 막히기도 있다. 아니라고 할 수도, 그렇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 이런 상황은 자칭 한국의 팬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서 빈번히 나타나기도 한다. 문화 산업이 ‘이해’ 와 함께 ‘오해’를 동반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정적인 오해와 편견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한류는 긍정적인 이미지였다. 그러기에 한류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한국 드라마를 필두로 ‘한국 것’ 전반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것이다. 버라이어티와 뉴스에서도 한국의 소식은 꾸준히 쏟아져 나왔고 이는 한국 자체에 ‘긍정적인’ 호기심을 가지는 일본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반영한다.

열정적이고 성실한 한국의 국가이미지, 그 위에 얹어진 프로페셔널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일본 시장을 장악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는 일본의 경제를 염려한 이들이 데모를 벌일 정도의 것이었다.)

송일국은 드라마 ‘주몽’ 의 인기로 그 이름을 알렸다. 이 드라마로 일본 남성들이 한국의 대하드라마를 보는 붐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송일국의 이미지 중에서 ‘해신’ 에서의 악역을 기억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독도 관련 뉴스와 함께 송일국의 정치적 행동을 문제삼는 보도가 나갔고, 이를 접하고 일본팬들은 '마음이 무시당했다'는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국인의 긍정의 이미지 흔들리나

하지만 영유권분쟁으로 치닫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인의 이미지는 플러스적인 요소보다 마이너스 쪽으로 흐르고 있다. ‘솔직하고 감정적’인 모습은 ‘무례함’ 으로, ‘열정적’인 면은 ‘과격한’ 자민족중심주의로 인식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전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서 ‘도발’적인 세리머니를 한 한국을 비판했고, ‘일본에 팬이 있는’ 한류 스타가 독도에 관련된 일에 참여를 한 것 또한 중점 사항으로 보도되면서 스포츠인과 문화인마저 일본에 공격적인 정치적 행동을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문화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타국의 문화를 익히기 위해 낯선 나라에 찾아갔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찾아간 그곳의 사람들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그들의 ‘다른’ 문화는 ‘재미’와 ‘흥미’로 다가올 것이다. 문화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타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아량의 마음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만약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것으로 타문화를 접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문화의 이해고 뭐고, 우선은 경계태세에 들어가 문화교류의 장(場)도 닫히게 될 것이다.

현재 일본은 한국에 국제적 망신을 주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세번째 거부(1954년, 1962년, 2012년)를 하고 있는 한국의 태도를 부각시킨 다음, 마치 한국이 싸우지 못하겠으니 도망을 가고 있는 형세로 비추어지도록 판을 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17일 노다 총리는 “한국은 제소에 당당하게 응하라”고 하였다. 국제 사회에서 신뢰도를 떨어뜨린 뒤에 한국 측의 주장을 신빙성 없이 보이게 만들고 나서 일본측이 정당하다는 것을 부각시키고자 함이 이번 제소의 목적이다. 한국이 거부한다 하더라도 단독으로 제소를 한 뒤에, 맞서 싸우라고 추궁을 하고 있는 모양새를 만들고 있다.

재판의 유무는 상관없다. 이번 제소로 한국에 이득이 될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연일 보도되는 영유권 분쟁 이슈 속에서도 특히 한국에 강경 대응 하는 것을 접하는 일반인들은 한국에 대해 적대감정을 키워가고 있다. 독도 혹은 다케시마와 관계없이 ‘한국’ 이란 나라 자체에 부정적인 인상이 극대화 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느꼈던 문화차의 크고 작은 ‘오해’ 들이 마이너스적인 이미지를 확실시하게 만든다. 시나브로 한류(韓流)가 멈춘다. 이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장근석, 소녀시대 등을 중심으로 특정 스타에 대한 팬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한국스타에 대한 TV보도는 끊이질 않았다.
좋아했던 것은 ‘현재’ 의 한국이었거늘

한류 팬이었던 일본인은 현재의 한국을 좋아했다. 과거의 역사는 안중에 없었다. 한국인보다 정치와 역사가 개인의 삶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는 민족이 또 어디 있을까. 일본인은 다르다.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 속에서 국가와 개인을 분리한다.

개인으로서 한류를 만들어오던 물줄기들은 멈칫했다. 정치의 색으로 오염된 문화는 ‘소비’의 대상과 멀어진다.

우호적이라 생각했던 한국인들이 ‘역사’를 들이밀며 마치 일본과 다시는 교류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싸움을 건다는 듯이 흘러가고 있다. 이제까지의 ‘친구’는 사실 ‘장사꾼’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에 눈을 뜬다. 그렇지 않은 부분까지도 뭉뚱그려져 매도된다.

혐한류(嫌韓流)는 원래 있었으나

한류가 있다고 해서 한국에 옹호적인 사람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일본에서는 만화 <혐한류(嫌韓流)> 가 인기를 얻으면서 ‘싫어할 혐’ 字를 한류 앞에 붙인 ‘嫌한류’ 라는 용어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하지만 욘사마를 끝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한류도 K-POP 열풍으로 다시 타오르기 시작하였고, 현재에 이르렀다.

물론 한류를 반대하는 커다란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는 일본의 인기 배우 다카오카 소스케의 트위터의 글을 발단으로 한 후지TV의 한국 드라마 방송에 대한 거부 시위에서 나타났다. 2011년 8월 7일 (8월 8일이 후지TV의 날이므로, 그 전날) 도쿄의 오다이바에서는 일본인 수천명이 한국 드라마 반대 데모를 열었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 및 언론에서는 이 일을 거의 뉴스로 삼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의 미디어에서 더 뜨거웠다. 일본에서는 하나의 ‘소동’으로 치부된 사건에 불과했다.

이는 그만큼 한국의 콘텐츠가 일본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였으며, 결국 일본시장 내에서 한류는 관계자들에게는 짭짤한 이익을, 소비자들에게는 적당한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좋은 타깃이었다는 사실을 재확인해줬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한국의 옹호적인 입장의 사람들마저 등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후지TV 뉴스 도쿠다네의 한 장면, 중국과 한국이 영토분쟁권을 보도하면서 “양국이 다른 이유는 한국의 경우 불법점거”라고 설명하는 캡쳐 화면
독도 문제 불거지고 나서 한류에 이상기류, 후지TV 마저도

하지만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를 시작으로 한류에 이상기류가 보이기 시작했다. 후지 TV의 아침 뉴스 <도쿠다네>에서는 독도 세리머니, 김장훈, 송일국 등의 독도 횡단을 차례차례로 보도했다. 마지막으로 MB의 독도 상륙을 기점으로 한국에 대한 매스컴의 태도는 완전히 차가워졌다. 또한 MB 의 천황 운운하는 발언은 일본에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성역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 되었으며 한국이 일본에 ‘비우호적’ 임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격이 되었다.

<도쿠다네>의 간판 앵커 오구라 토모아키(65세, 男)는 “왜 올림픽 기간에 스포츠인이 정치적인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으며, 한류 스타의 독도횡단 보도와 관련해서는 “왜 한류 스타(아직 그만큼 인기를 얻지는 않았으나)가 이러한 행동을 하는지” 의문시했다. 일본에서는 한국 관련 보도에 편파적이라며 지탄을 받기도 하는 후지TV (한국 드라마 반대 데모의 타깃이 된 그 후지TV) 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韓流, 寒流 되다

일반적으로 호감을 가진 이에게 거부당하였을 경우의 충격은, 관심 없는 사람에게서의 그것과 온도차가 크다. 독도 문제를 통해 불거진 양국의 대립으로 한류(韓流)는 한류(寒流)가 되어가는 추세이다. 원래부터 한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빼고, 한국의 팬이었던 사람들이 오히려 한국에 적대감정을 품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제목 <장금이의 맹세> 이다. 가을연가 이후 주춤했던 한류가 다시 부활하게된 드라마 대장금의 포스터.
한국 대사관 앞에서 벌어진 우익단체의 반한 시위, 런던부츠의 아츠시(일본 유명 연예인이자 사회자. 트위터에 독도 문제를 강하게 거론했다)를 시작으로 한 양국 네티즌들의 트위터에서의 설전, 한국 드라마의 방영 취소, 서로에게 칼을 들이미는 양국 언론의 보도. 공들여 놓았던 한일 양국간의 문화 산업 기반마저 무너져 내리는 것은 의외로 순식간일 것이다.

독도는 동해 바다에서 다케시마는 일본해에서 양국을 지켜보고 있다.

‘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무엇을’ 얻기 위함인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하였다. 고급 새우로 통하는 독도 새우는 무사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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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2012-08-21 09: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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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2012-08-20 20:07:29
친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