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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계속되는 동일본대지진의 악몽
아직도 계속되는 동일본대지진의 악몽
  • 고하나 특파원
  • 승인 2012.09.0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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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고하나의 일본 이야기] 일본 ‘방재의 날’을 맞아

일본에서 91일은 방재(防災)의 날이다.

재해를 막는 일이 어디까지 가능할까. 요즘의 재해를 보면 과연 인간의 작은 노력들이 얼마만큼 결실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숱한 자연 재해 속에서도 꿋꿋이 삶을 일구어 온 일본인들은, 때로 헛수고가 되어버리기도 하는 일을 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방재의 날은 지난 1923년 일어난 관동대지진의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1960년 제정됐다. 가정에서는 급한 상황에 대비, 피난장소의 확인과 비상시 들고 나갈 수 있는 가방을 점검하기도 하고(그 안에는 혼자 들고 갈 수 있는 최소한의 물건들 예를 들면 비상식량, , 인스턴트식품, 손전등, 응급처치용 약품, 휴대 라디오, 장갑, 물티슈 등이 들어있다), 학교에서는 이 날에 맞추어 대피 훈련 등을 하기도 한다.

 
위 사진은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연안부에서 실시된 피난훈련으로, 지난해 311일 일어난 동일본대지진 때 쓰나미를 가정해 진행됐다. 이와키지방진흥국과 이와키시 주최로 열린 이번 훈련엔 2500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쓰나미 경보의 사이렌이 일제히 울리면 시민들은 지정된 피난장소에 피난을 하고, 보조임원들의 도움을 받아 로프를 잡고 피난장소로 향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시급한 것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재해를 대비한 대책만이 아니다. 아래 사진은 도쿄도 에도가와구의 이토요카도내의 후쿠시마시장의 모습이다. 후쿠시마현에서 수확된 2012년 쌀이 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1일 판매 개시됐다. 쌀 뿐만이 아니라 후쿠시마의 식료품들은 방사성물질의 검사를 받아, 검출한도치 미만인 것들만 판매가 가능하다. 맛 또한 나쁘지 않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맛과 안정성을 아무리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막연한 방사선에 대한 불안심리는 어찌할 방도가 없다.

 
<마이니치>, <아사히> 신문 등은 후쿠시마현의 가와마타에서 열린 부흥! 통닭 축제를 취재했다. 이곳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 사고에서 피난구역으로 지정돼 주민의 10%가 피난해 있는 곳이다. 주민들은 지역 특산인 닭 51마리를 35m 스테인리스 꼬챙이에 꿰어 굽는 세계에서 제일 긴 통닭구이에 도전, 성공했다.

축제의 집행위원인 사이토씨(62·)부흥원년 통닭구이의 대성공으로 가와마타가 건재하다는 것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고 즐거워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이곳은 2003, 가와마타의 닭을 써서 세계에서 제일 긴 닭꼬치를 시작으로 일본 국내 각지의 지자체들과 경쟁을 해오고 있다.

꼬치에 쓰는 대나무는 일본에서는 25m 이상의 것이 없기에 더 긴 대나무를 찾으러 해외에 갈 수 없으니 올해는 통구이에 도전하는 것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전이 있는 후쿠야마의 풍평피해(風評被害) 는 끊이질 않는다. 부동산, 농축산업, 제조업, 관광산업 등 이루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피해는 심각하다. 현재까지도 생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은 그 지역에 남은 사람들 뿐만이 아니다. 원전 사고 이후 타지역으로 피난했다가 돌아가지 않고 있는 사람들도 다수다. 그들은 일년반이나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가족 혹은 마음을 나누던 사람들과 뿔뿔이 흩어진 가운데, 타지역에서 고립돼 있다.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들은 후쿠시마의 사람과는 결혼할 수 없다며 거부당하는 일도 부지기수이다.

하지만 타지역에 있는 사람으로서 마냥 돕자고만은 할 수 없다. 일시적인 도움의 손길은 결코 부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방재의 날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올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통닭을 굽는 축제가 다시 아무탈 없이 열릴 것을 바라기만하고 있는 건 얕은 연민일까 아니면 이기심일까.

<고하나 특파원 / 저작권자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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