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를 거치며 뭍이었던 제주도는 섬으로 분리된다. 이후 제주도라는 땅의 주인공은 신석기인들이 된다. 그들은 숱한 흔적을 남겼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신석기 유적의 주인공도 그들이다. 고산이라는 땅에 ‘최고(最古)’의 신석기 유적을 남긴 이들이다.

신석기와 구석기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요소 가운데 하나는 토기이다. 토기의 발명은 근대에 이뤄진 산업혁명과 맞먹는 당시대 최고의 기술혁신이었다. 호주의 고고학자인 고든 차일드는 토기의 발명을 두고 “인류가 화학변화를 적용한 최초의 대사건이다”고 정의했다. 신석기시대에 ‘혁명’이라는 단어를 붙인 고든 차일드의 정의답다.

그런데 토기 발명은 순식간에 이뤄진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후기 구석기시대에도 점토를 이용해 불속에서 구워내는 기술이 있었다고 한다. 점토를 불에 구워서 물에 녹지 않는 물질로 바꾸는 기술은 후기 구석기시대의 산물로 보이는 토우 등에 나타난다. 이런 토우를 만드는 기술이 그릇 형태로 바뀌면서 토기로 형상화된다. 일본인 고고학자인 고바야시 다츠오는 “그릇은 토기 등장 이전에 가죽주머니와 바구니 등의 형태로 사용되고 있었다. 토기의 발명은 정확히 말해 점토를 이용한 화학적 변화의 적용이 그릇 형태로 발현된 것이다. 즉 토기란 이미 알고 있었던 기술요소 몇가지를 종합한 성과품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내려가면 신석기의 대표적인 토기를 만날 수 있다. 국사시간에 배운 대표적인 신석기시대 토기로는 ‘빗살무늬토기’가 있다. 신석기를 아우르는 ‘빗살무늬토기’는 전국적으로 고루 발굴되기는 하지만 이 토기만을 신석기의 대표로 삼기엔 무리가 있다. 중부지방을 포함한 북쪽으로는 빗살무늬토기의 양상이 두드진 반면 그 남쪽으로는 덧무늬토기, 즉 흔히 말하는 융기문토기가 웅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덧무늬토기(융기문토기)의 존재는 일제 당시 일본인 학자에 의해 알려졌다. 1933년 부산 동삼동 패총 발굴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글에서 일본인 학자 오이카와 다미지로가 ‘융기문토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 ‘융기문(隆起文)’은 말 그대로 ‘문양을 덧붙인다’는 의미이다. 완성된 토기의 겉면에 찰흙띠를 둘러 무늬를 만들어낸다.

제주에서 발견되는 덧무늬토기는 많지는 않다. 문양은 순수하게 점토만 붙인 ‘융기선문(隆起線文)’이 대부분이며, 융기선문을 기하학적 모양으로 만들어낸 토기 조각들이 보인다.

이처럼 닮은 모양의 덧무늬토기 발견은 제주도가 더 이상 고립된 섬이 아닌, 다른 지역과 교류를 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덧무늬토기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토기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비록 ‘최고’라는 위치를 고산리식토기에 넘겨주기는 했으나 우리나라 남부와 동해안 일대에서 출토되는 지역적 특성을 지닌 토기로, 빗살무늬토기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또한 덧무늬토기는 앞서 얘기했듯이 제주의 신석기인들이 남부지방 사람들과 교류를 했다는 역사적 첫 증거물로서도 가치가 높다. 이후 제주인들은 뭍사람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간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을 던져본다. 왜 신석기인들은 토기에 무늬를 만들었을까. 청동기시대 토기들 상당수가 민무늬인 것과 비교하면 다른 점을 알게 된다. 빗살무늬토기처럼 기하학적 문양을 넣는가 하면, 덧무늬토기에서 보듯 각종 무늬를 덧붙였다. 이유는 애착이 아닐까 싶다. 신석기인들은 토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기가 쉽지 않았을 테고, 토기에 나타난 각종 문양은 ‘화학적 변화를 적용한 대사건’으로 만들어낸 토기를 애지중지한 결과물이 아닐까.

김형훈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