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17:21 (목)
“농가 조직화 통해 소득 높이고 유통단계 줄이는 방법 찾아야”
“농가 조직화 통해 소득 높이고 유통단계 줄이는 방법 찾아야”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3.02.11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합영농,녹비작물·미생물 살포로 밑거름 관리…유기농재배 우수농가
‘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23> 김병수씨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결코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복합영농과 녹비작물재배 등으로 우수한 유기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김병수씨.

“농가가 직접 유통에 관심을 갖고, 농가끼리 조직화가 필요해요. 마을별 영농조합법인이 만들어져야 하죠. 농가와 소비자들을 위해 유통단계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게 절실해요”

현재 구좌읍에서 복합영농을 통해 유기농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김병수씨(44).

30살 때부터 조천읍 신촌리에서 흙살림제주도연합회 사무국장, 한살림생활협동조합에서 하다 마을 사람들과 같이 할 일을 고민하다 평대리로 돌아와 농사를 짓는 게 7~8년이 됐다.

처음 밭농사를 시작하면서 당근·감자·마늘 3품목을 주로 재배했고, 한우 3마리로 시작한 소를 기르는 일은 이제 4년이 지났다.

현재 읍사무소 뒤 7필지에서 당근 3000평, 마늘 1000평을 재배하고 있다. 한우 27마리를 함께 비육하면서 조수입은 연간 4000만~5000만원 쯤 된다.

김 씨는 밭농사와 한우를 함께 키우면서 유기농 재배를 통해 우수한 경영과 기술을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밭농사와 축산을 함께하게 된 건 순전히 토양지력을 키우기 위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처음부터 쇠똥을 통해 밭 땅의 힘(토양지력)을 키우기 위해 소를 키웠죠. 기르다보니 마리수가 늘어났어요. 쇠똥을 퇴비로 쓰고 있죠. 연간 15~20톤이 나오지만 4000평에 뿌리기엔 모자라요. 게다가 주위에도 나눠주다 보면 절반가량 부족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 씨는 작물을 재배한 뒤 후작물로 헤어리베치·호밀·청보리 등 녹비작물을 재배를 통해 땅의 힘을 높이는 일을 실천하고 있다.

김 씨는 경축순환, 철저한 밑거름 관리, 유기액비와 각종 액비를 만들어 뿌리는 밭을 소개하고 있다.
“당근 등 겨울채소는 3월이면 수확이 마무리되고, 마늘 이외엔 재배하는 작목이 없어 밭이 비우게 되죠. 놀리는 밭에 2월말에서 3월초에 거름용 녹비작물을 해마다 종류을 바꿔가면서 파종하고 있어요. 6월 초·중순이면 밭을 갈아엎었다가 삭혀 밑거름으로 쓰고 있어요”

헤어리베치 등 밭갈이용 콩과식물은 토양에 질소를 보전하는 효과가 있어 유기물 거름 대용을 쓰고 있다.

김 씨는 유기액비와 각종 액비를 만들어 생육단계별로 뿌림으로써 철저한 밑거름 관리를 하고 있다. 밑거름이 넉넉해야 유기물이 풍부해져 영양결핍이 없는 영농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월말엔 당근, 9월엔 감자 파종준비를 하고 밑거름을 놓고 종자파종을 하는데 생육 중엔 영양제 등 웃거름을 주기엔 현재 자재나 노력으론 한계가 있죠”

관행재배를 하면 요소 등 화학비료를 뿌리면 효과가 있지만 유기재배에선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조성이 절대적이라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그래서 소 거름을 2~3년에 한 차례씩 뿌려주고 녹비작물을 키워 파종 한 달 전에 트랙터로 흙과 함께 섞어주고 있어요. 토양 안에서 삭히면서 거름이 돼 시간이 흐르면서 작물이 흡수하게 되죠, 그 다음 파종 10일전에 유기질비료를 조금 넣어주고 있죠”

유기농업을 하면서 병충해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만만찮다. 병이 생기면 잡을 방법이 없어 초기에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자재를 써야 한다.

“토양과 함께 사는 미생물재를 써야 해요. 농업기술센터에서 광합성세균· 유산균·바실러스균·효모 등 4가지를 무상으로 일정량 공급해주고 있어요. 생산발효액비에 쓰거나 발효된 액비를 영양제로 쓰는데 미생물제와 혼합해 엽면살포를 하죠”

김병수씨가 들어 있는 혼디드렁영농법인 회원들이 공동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김 씨는 밭농사의 기술적인 건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다. 생산한 농산물은 한 살림생활협동조합, 청주지역 생협, 학교급식 등을 통해 대부분 직거래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김 씨는 구좌읍 평대리 5농가가 모여 만든 ‘혼디드렁영농조합법인’ 회원이기도 하다. 법인에선 생산물을 500g~1㎏ 소포장으로 출하하고 공동으로 선별·출하·정산을 한다.

“법인을 통해 남는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고, 생협과 함께 직접 품질관리를 함으로써 산지에서 불필요한 비품 등 경비를 최소화할 수 있어 이런 게 농가소득으로 연결되고 있죠”

작황에 따라 편차가 생기지만 농가마다 수입구조가 보이니까 해마다 생산계획을 세우기 쉽다는 게 법인을 통한 이점이라고 소개한다.

“농산물 유통단계가 복잡해 비용이 많이 들고, 중간상인들이 유통마진을 비용으로 갖고 가는 게 적잖다고 봐요, 소비자까지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유통라인과 방법을 찾아서 마련해야 해요”

농업현장에서 무 등 밭떼기 거래가 성행해 농가의 조수입이 낮은 게 걱정된다는 김 대표는 농가가 직접 유통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농가끼리 조직화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걸 아쉬워한다.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도록 산지에서 농산물 원물의 선별·포장 등 품질관리를 체계화해야죠. 농가가 산지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실천하다보면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믿어요”

혼디드렁영농조합법인의 포장상자
김씨가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는 당근밭
김 대표는 FTA와 관련, 개인적으로 반대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대처할 방법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같이 고민하고 산지에서 대응이 중요하다고 봐요. 소비지 확보와 생산비를 다운 시킬 수 있는 방법 찾은 게 중요하죠. 수입농산물 대부분 안정성이 문제죠. 수입안정성에 대항할 수 있는 소비자그룹이 많아져야 해요”

제주농업의 미래전망에 관해서 김 대표는 ‘희망적’이다.

“농촌에서 시도할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이죠. 농가가 젊어져야 하고, ‘해보자’권유하고 있죠. 젊은 그룹이 하고자 한다면 가능할 것이에요. 물론 풀어야 할 과제도 많죠. 젊은이들의 선택 폭이 적어요. 이들이 적극적으로 해볼 수 있는 기반마련이 절실해요”

당장 구좌읍지역은 관수시설 등 농업기반이 취약해 가뭄이면 물 댈 방법이 없어 첨단농업은 먼 얘기처럼 들린다는 김 씨는 행정적으로 기반 조성이 필요한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기반이 마련된다면 특용작물 등 소비지 선호 작물을 적극 해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게 안타까워요. 풍년일 뗀 무 산지폐기, 흉년일 땐 외국산 수입 등을 하는 행정도 달라져야 해요”

김 대표는 앞으로 소비자들과 직접 관계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다. 특히 영농조합법인을 지역으로 넓히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마을 농산물을 영농법인화해 같이 하고 싶어요.‘마을기업’처럼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평대리서 생산하는 물품을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모습이 오리라 기대해요. 학교와 마을이 같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어 관여하고 싶기도 해요.”

지역안에서 농가들과 조직을 꾸러 살아가고 있는 김 대표는 처음엔 막연함에서 연구·노력을 하다보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전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교감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선후배를 만날 때 가장 편해요. 부담되지 않게 다가가고 즐겁게 살려고 해요”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