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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만감류 J-레드향, 맛·품질 높여 제주지역 주력명품으로”
“새 만감류 J-레드향, 맛·품질 높여 제주지역 주력명품으로”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3.02.23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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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수세·토양·품질 관리로 명품 브랜드 출하…레드향연구회 이끌어
‘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25>오병국 회장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결코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신품종 만감류 J-레드향을 제주대표명품으로 만들겠다는 오병국 서귀포시레드향연구회장.

“새 품종 감귤 ‘J-레드향’을 제주지역 주력명품으로 키우려고 해요.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만든 가장 맛있는 최고품 감귤을 시장에 내놔야죠. 맛과 질이 개방화시대의 경쟁력이죠”

40년 동안 남원읍 한남리에서 감귤농사를 하고 있는 오병국 서귀포시레드향연구회장(66)은 ‘레드향 전도사’로 유명하다.

지난 1997년부터 제주지역 레드향재배농가 20명이 뜻을 모아 서귀포시레드향연구회를 만들어 4년째 운영하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2리에 있는 연구회는 선과장 120평에 캐리어식 비파괴선과기 시설을 갖춰 한라봉을 뺀 레드향 등 만감류와 노지·일반감귤 등을 선과하고 있다.

처리능력 하루 3㎏들이 상자 1000개 가량, 선과를 하고 난 뒤 감협 남원지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곳 레드향 비파괴선과기는 농업기술센터의 자금지원을 받아 도내 처음 설치했다.

“올해 회원들의 연간 판매계획은 100톤으로, 해마다 판매량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예요. 브랜드인 ‘일출향’은 당도 13브릭스 이상, 산함량 1.0%이하로 조수입은 50억 원 가량 되죠”

오 회장은 “레드향 재배 회원들이 한 달에 한 차례 모여 재배기술·판매계획 등을 논의하고, 새로운 농가에 지도하는 등 전도사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함께 가자’란 마음으로 회원이 아닌 사람도 누구든지 선과해주고 있죠”라고 소개한다.

오 회장은 ‘색다른 농사’만 짓는 농부로 잘 알려져 있다. 1970년대 초엔 도내에서 처음으로 겨울딸기 재배해 청와대까지 갔다 올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90년대엔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인공씨감자를 국내 처음으로 응용실증에 성공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오 회장은 방송 등 여러 매스컴에 자주 소개되곤 했다.

서귀포시레드향연구회 선과장에 설치된 비파괴선과기를 통과하고 있는 레드향.
현재 오 회장은 시설하우스 2군데(3300평)에서 J-레드향(1800평), 한라봉(1000평), 황금향(600평)을, 노지감귤 7000평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소득은 2억 원가량 된다.

1997년부터 레드향을 재배하기 시작, 일반감귤·레드향·한라봉을 자택에서 주문받아 택배 판매도 하고 있다.

“레드향을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조기적과로 품질을 향상시키고 있어요. 어린 나무일 때 한 차례 적과를 통해 어려서부터 열매를 크게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해거리 현상과 열과(裂果)를 막을 수 있어 수확량도 많아지죠”

레드향 농가가 가장 걱정하는 게 열매가 한창 크다가 껍질이 찢겨지는 열과라며 하우스에서 철저한 적과가 필수라고 오 회장은 강조한다.

오 회장은 철저한 품질관리를 위해선 동해(凍害)방지와 차광시설을 이용해 열과를 예방하고 있다.

“하우스 안에 자동점화시설을 해 톱밥을 태워 연기를 피워서 환풍기로 빼면 공기가 순화되며 서리피해를 막고 있어요. 톱밥을 통에 부어서 온도만 설정하면 자동적으로 불이 붙어 연기를 피우게 되죠. 농촌기술원에서 서리가 내린다는 정보와 자동점화시설에 설정할 온도를 문자메시지로 보내와 유익하게 쓰고 있어요”

레드향은 냉해을 받으면 꽃이 죽고 다시 나오지 않아 농사를 하지 못하게 되는 취약점이 있다.

냉해를 막기 위해 차광시설을 하기 위해 하우스 천정위에 진흙을 발랐는데, 덮을 땐 좋은데 떼어낼 때 어려워 앞으로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게 오 회장의 경험담이다.

오 회장은 연구회선과장을 원하는 감귤농가가 모두 쓸 수있도록 하고 있다.
“해마다 화학비료가 아닌 소 거름(퇴비)를 줌으로써 잔뿌리(세근)와 엽수가 확보돼 생산량 많아지고 해거리도 없애고 있어요. 잔뿌리가 많으면 당도가 높아지고 수확량도 늘어나죠. 화학비료만 주면 잔뿌리가 나지 않아요”

땅의 힘을 키우기 위해 농기원에서 제공하는 광합성 미생물도 주고 있다.

“해거리와 품질향상을 위한 계획적인 간벌과 전정은 필수죠. 하우스에선 햇볕 투과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간벌을 철저히 하는 게 다수확의 지름길이에요. 하우스에서 밀식은 절대 금물이죠”

안정적인 토양과 수세 관리가 해마다 3.3㎡에 13㎏을 생산하는 오 회장의 비결이다.

이렇게 생산된 레드향은 완숙한 것만 따내 비파괴선과기를 통해 균일한 당산비 유지, 맛·품질을 규격화로 명품화해 전량 시장에 내보내고 있다. 브랜드 이름은 당도 13브릭스 이상은 ‘일출향’, 11~12브릭스는 ‘맛도향’이다.

“레드향을 재배하면서 가장 어려운 건 홍보에요. 아무리 맛과 품질이 좋아도 소비자들이 알아야 사죠. 개인적으로 홍보하는 데 애를 먹었어요. 방송으로 홍보가 되니까 그나마 나아졌죠. 개인이나 연구회에서 하는 홍보는 한계가 있어요. 행정이나 농협에서 도와줬으면 해요”

오 회장은 레드향 등 만감류 농가가 도내에 상당히 많은데 하우스시설 보온에 꼭 필요한 커튼을 지원해주길 바란고 있다. 커튼시설은 생산비를 줄이고 품질도 좋아지게 하는 필수품이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게 힘들다는 것이다.

레드향의 전망에 관해선 오 회장은 ‘대단히 긍정적’으로 본다.

“앞으로 설 땐 레드향이 주력 과일이 된다고 봐요. 홍보를 잘해 알려지게 되면 소비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전망은 좋아요. 도내 레드향 농가끼리 뭉치면 좋은 아이디어도 나오고, 관련당국에도 정책적인 건의도 하기 좋아질 것으로 보죠”

톱밥을 태우는데 쓰는 자동점화시설
서귀포레드향연구회서 출하되고 있는 최고품질인 '일출향'
FTA와 관련, 오 회장은 한·중FTA는 절대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중FTA는 죽기 아니면 살기에요. 국내 과일의 몰락이냐 생존이냐죠. 절대 막아야 하고, 막지 못한다 해도 피해선 안 되고 최고 맛으로 정면승부를 해야죠. 정부나 행정도 농가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해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해요. 지원이나 배려도 자신들의 잣대로 재려들면 안 되죠”

제주농업의 미래는 과학이나 IT가 발전하면 할수록 밝다는 게 오 회장의 생각이다.

“앞으로 농사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요. 농사도 IT화하고 있죠. 연구 개발에 더욱 힘을 써야 해요. 레드향 농가도 하우스에 타이벡을 해야죠. 일부 감귤농가처럼 색만 나면 팔려고 하는 일을 없어야죠. 품질관리를 철저히 해서 최고품을 만들어 팔면 전망이 밝다고 봐요”

오 회장은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듯이 감귤나무에 이상이 있을 때 농가가 연락만 하면 당장 달려와서 진단과 처방을 해주고 있는 농기원이나 농업기술센터도 농민에게 희망을 주는 기관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한다.

“한번 계획을 세우면 확실히 마무리하기 위해 1년에 10여 차례 하우스에서 밤샘도 하죠. 가훈은 ‘부지런하고 끈기’이죠.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삶이 중요하다고 믿어요”

앞으로 서귀포시레드향연구회를 지금보다도 더 나은 조직으로 만들고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레드향을 재배하고 있는 농가가 모두 혜택을 볼 수 있길 바라는 게 오 회장의 꿈이자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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