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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제주 고사리, 맛·품질 차별화돼 경쟁력 충분히 갖춰”
“청정 제주 고사리, 맛·품질 차별화돼 경쟁력 충분히 갖춰”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3.04.14 0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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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폐원지에 대체작목으로 고사리 재배…새‘틈새시장’개척
‘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32>장덕현 회장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현재 제주 농업의 경쟁력과 현주소는 어디까지 왔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감귤원 폐원지에 새로운 대체작목으로 고사리를 재배하고 있는 장덕현 회장

“청정한 제주 땅에서 나는 고사리는 육지부와 맛과 품질 면에서 차별화돼 있어 충분히 경쟁할 수 있어요. 다른 농사보다 큰 수익은 나지 않지만 고사리 농사는 일단 조성만 하면 시간, 인력, 투자비용이 별로 없어 해 볼만 하다고 봐요”

제주시 회천동에서 고사리를 재배하며 ‘고사리 틈새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장덕현 ㈔한국농촌지자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 직전회장(57).

그는 1980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1986년 농업경영인으로 뽑혔고, 1989년에 한국농업경영인제주도연합장을 맡는 등 월동무와 배추 등 일반작물 3만평을 재배해왔다.

장 회장이 고사리 농사와 인연을 맺은 건 감귤원 간벌과 폐원이 한창 진행됐던 2004년부터이다.

“회천지경에 있는 감귤원 7500평을 폐원하면서 그 땅에 다른 대체작목은 무엇으로 할까 고심했죠. 대체작목으로 3000평은 조경수를 심었고, 고추 500~600평, 나머지 면적 가운데 2000평은 고사리를 재배하기로 맘먹고 시작한 게 오늘에 이르고 있어요”

고사리를 밭에서 재배하는데 처음 겪은 어려움은 고사리 씨뿌리(종근)를 구하는 일이었다. 봄이 되면 도내 전역에서 고사리가 지천으로 솟아나지만 정작 씨뿌리를 대량으로 재배하는 곳은 없어서였다.

“처음 밭에 뿌릴 고사리 씨뿌리는 전남 구례에서 구해 와서 심었죠. 씨뿌리 2000㎏을 1㎏에 5000원 선에 사서 1평에 1㎏씩 뿌렸어요. 고사리 농사방법에 관해 농업기술원의 자문 얻는 등 공부도 꽤 했어요”

밭에서 자라고 있는 고사리
장 회장이 고사리 농사를 지어오면서 느낀 건 다른 농사보다는 수월한 편이라고 소개한다.

“재배기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고, 농약을 쓸 필요가 없죠. 다른 농사에 비해 인력도 적게 들어가고 수요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랄 수 있어요. 밭에 고사리를 처음 심을 때만 잡초를 제거하면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요”

고사리가 정상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잡초가 고사리에 눌려 많이 자라지 못한다. 하지만 목장과 경작지에서 나오는 고사리 수확량은 차이가 많다. 경작지와 달리 목장의 여러 잡초나 덩굴 등이 잔디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사리가 잘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또 농약을 별도로 뿌리지 않고, 일손도 다른 농사보다 많이 필요하지 않아 경영비가 적게 들어간다는 이점이 있다.

장 회장은 3월에 씨뿌리를 심어 4,5,6월에 재배하고 있다. 지난해 밭에서 40일 가량 고사리를 꺾어 벌어들인 조수입은 1500만원에 이른다. 1평에 순이익은 6000원 선이지만 올해는 1만원까지 예정하고 있다는 게 장 회장의 계산이다.

“야산이나 들에서 나는 것보다 밭에서 재배하는 고사리가 훨씬 부드러워 잘 팔려요. 날고사리를 건조해 서귀포산림조합에 직판하다보니 다른 농가보다 값을 많이 받았죠”

장 회장은 고사리 농사를 지으면서 나름대로 연구하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특별한 노하우를 실천하고 있다.

현재 장 회장은 고사리 밭에 스프링클러가 350여대를 설치, 필요할 때마다 물을 뿌린다. 농약살포용이 아니라 물만 뿌리는 것이어서 크기는 작다. 1대에서 뿜어내는 물은 반경 2~2.3m 넓이를 적신다.

“고사리는 적정온도에서 이슬처럼 물을 뿌려주면 잘 자라죠. 그렇다고 고사리는 물이 많으면 뿌리가 썩어버리기 때문에 많이 필요하진 않아요. 꺾기 전날 뿌려줘 수확을 해요. 고사리는 야간과 새벽에 많이 자라죠. 섭씨 25도 정도가 고사리 생육 적정온도라고 해요”

밭에는 퇴비와 화학비료가 아닌 유기질 비료를 주고 있다. 그래야 잡초가 생기는 걸 막고 고사리가 잘 자라기 때문이다. 1월에 비료를 주고 난 뒤 본격적으로 고사리를 꺾기 시작하면 비료를 줄 수 없다.

장 회장이 물을 뿌리는 스프링클러 아래에서 자라고 있는 고사리를 살피고 있다.
“고사리 재배는 도내보다 육지부가 앞서 있어요. 제주도내에서 본격적으로 재배한 건 5~6년 쯤 돼요. 구좌·조천 등을 중심으로 제주햇살고사리작목반이 먼저 생겼어요. 제주올레고사리작목반은 3년 전에 제주시를 중심으로 15농가가 3만평 규모로 만들었죠”

장 회장은 고사리가 속설로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며 다양한 효능을 힘 줘 말한다.

“고사리는 산성 다당류가 함유가 돼 있어 살균효과 좋아, 병원균이 체내에 침투할 때 병원체 세포 파괴하는 성질이 있어요. 찬 기운을 갖고 있어 몸 안 열기를 밖으로 배출시키는 해열작용, 섬유소와 무기질이 풍부해서 배변활동이 좋죠. 부기 빼기, 불면증 해소에도 좋고, 칼슘이 풍부해 뼈와 치아를 튼튼히 하고, 혈액을 맑게 해줘 성장기 어린이에게도 특히 좋아요”

장 회장은 현재 날씨가 좋지 않을 때 고사리 상품을 효과적으로 보관·처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고사리 보관을 우해 건조할 수 있는 시설과, 저온저장고 필요하지만 갖추지 못해 어려움이 커요. 농업기술원에서 소포장(100g~1㎏)은 농업기술원에서 지원받아 고사리를 넣어 팔고 있지만 건조시설과 저온저장고 시설도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장 회장이 속해 있는 제주올레고사리작목반도 고사리 건조시설, 저온저장고를 갖추기 위해 자체기금을 마련하려는 등 연구·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고사리밭 전경
앞으로 고사리 산업에 대한 전망은 “해 볼만 하다”는 게 장 회장의 생각이다.

“한꺼번에 많은 돈을 버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대체작목으론 괜찮다고 봐요. 다른 농사는 인력 구하기가 힘들고 농약을 많이 치면서 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지만 고사리농사는 다르다고 할 수 있죠. 고사리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관광객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예요. 요즘은 주문이 많이 들어와도 물량이 달리는 형편이죠”

FTA 등 농산물시장 개방과 관련, 장 회장은“위기를 기회로 삼자”고 말한다.

“요즘에도 중국, 북한산 고사리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겉으로 보기엔 수입고사리가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질적으론 우리 것이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고사리도 물론 FTA영향을 받겠지만 대단위 재배를 하는 육지부가 받을 것으로 봐요”

이어 장 회장은“FTA 등은 수입개방은 제주농업에 좋은 기회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중국의 큰 시장을 우리시장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해야죠. 도내산 ‘청정고사리’는 더욱 차별화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라고 보고 있다.

제주농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지금은 지역별 단지화가 예전보다 미흡, 작목 홍보나 판매 등에 모자란 부분이 많아 이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고, 농업자금 지원도 지역특색과 품목별로 맞춰 적재적소에 했으면 하는 게 장 회장의 바람이다.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며 산다”는 장 회장은“과거 4-H, 농업경영인, 농촌지도자 등 농업관련 단체에서 활동해왔듯이 농업후계자 육성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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