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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업, 사람·땅이 함께 살아가는 지속가능 생명산업”
“친환경농업, 사람·땅이 함께 살아가는 지속가능 생명산업”
  • 하주홍 기자
  • 승인 2013.04.20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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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친환경농업교육 선구자…이론·실증 체험 10여년 전수
‘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33>김형신 대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현재 제주 농업의 경쟁력과 현주소는 어디까지 왔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제주지역 친환경농업교육의 선구자인 김형신 제주친환경농업학교 대표

“친환경농업의 목표는 공존공생이에요. 함께 살아가야하는 생명산업이죠. 땅에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 땅이 좋아서 춤 출수 있도록 해야 해요. 땅은 사람을 먹여 살리고 있지요. 그래서 인류가 존재하는 한 땅은 무조건 아끼고 지켜나가는 게 당연하고 우리의 의무죠”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서 친환경농업교육을 도내 처음 시작한 김형신 제주친환경농업학교 대표(50·보타리영농팜㈜대표이사)는 ‘제주 친환경농업교육의 선구자’로 불린다.

“농고 교단에 서다보니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1991년부터 감귤·단감·매실 농사로 시작해 이제 만21년이 됐네요. 1998년 모든 포장에 대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유기재배 표시를 도내 처음 인증을 받은 게 친환경농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어요”

2006년 교단을 떠나 ‘진짜 농부’가 됐다. 그 전까진 10만평에서 브로콜리·양배추·양파 등 채소류를 재배하다 2007년부터 3만평으로 구조 조정했다. “농사는 즐기면서 해야 한다는 걸 느꼈고 여유를 갖기 위해서”란 김 대표는 연매출이 3억5000만 원 가량 된다고 전한다.

김 대표는 제주친환경농업학교에서 친환경농업에 관해 논문으로만 끝나는 연구와 사례를 갖고 직접실증단계까지 적용하며, 친환경농업자재의 활용기술과 제조·연구에 힘 기울이고 있다.

이곳에선 김 대표가 품질인증과 친환경유기농업으로 현장에서 경험했던 채소·과일류 재배방법을 회원과 새로운 인증자에게 2001년부터 가르치고 있다

친환경농업체험과 교육 수강자는 연평균 5000명 정도로 지금까지 10만 명 가까이 이곳을 거쳐갔다. 김 대표는 제주대학교에서 원예학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애월읍 봉성리에 있는 제주친환경농업학교와 보타리영농팜(주).
제주친환경농업학교는 1991년 제주금산자연농원을 시작으로, 2003년 제주보타리친환경연구회, 2006년 제주친환경농업체험교육센터, 2008년 제주친환경농업학교로 바뀌어 운영하는 보타리의 대표적인 친환경농업체험교육장이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제주금산자연농원에서 단감·배·매실·감귤을 주로 재배했다. 특히 단감·배·매실은 유기재배인증을 전국에서 처음 받았다.

김 대표가 친환경농업교육을 시작한 건 외국서적 등에서 얻은 영농기술 노하우를 제주에 맞게 실증하면서 자신이 경험한 친환경농업에 관해 쓴 ‘영농일기’를 2001년부터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부터다.

“당시 ‘친환경·유기농·월빙’이란 단어가 없었죠. 친환경농업은 ‘sustainable agriculture’ ,곧 지속가능한 농업이라 뜻이에요. 제주에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 농업적 행위를 말하죠. 환경보호완 다름 개념이죠”

김 대표는 유기농은 ‘organic’ 또는‘naturai agriculture’로, 농약이나 제초제 등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하는 농업이라고 정의한다.

“제주지역에선 자체적으로 퇴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음에도 안 돼 안타까워요. 축산업이 집단화하고 대규모로 운영함으로써 옥수수 사료 등을 먹은 분뇨를 퇴비로 쓸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요”.

김 대표는 “원래 제주도는 방목하기 좋은 곳이지만, 축산업이 친환경농업과 상생하지 않고 있다”며“축산도 방목시켜 친환경으로 가고 사료도 바꾸는 등 가축의 복리와 먹거리도 변화시켜야한다”고 강조한다.

2003년 제주지역에서 처음 친환경농업교육을 시작한 금산자연농원 창고건물
2003년 유기농체험학습장을 시작, 그 해 말 제주보타리친환경연구회로 발전시켰다. 김 대표 가족이 초가에서 귤 따 먹는 그림을 붙인 창고에서 초중고생, 유치원아, 농가에 교육을 했다.

연구회는 함께 연구·체험하고 서부지역에서 주로 나는 채소류를 친환경농업으로 ‘협동작업, 공동판매’를 했다. 그러다 2006년 대기업상대로 판매하기 위해 보타리영농조합법인을 결성했다.

회원 7명이 1000만원씩 출자해 한림읍 동명·상대리에 친환경농업지구를 만들었다. 법인에서 농작물을 가공하고 소포장해 삼섬홈플러스 등에 팔았다. 그 공로로 대통령표창도 받았다.

김 대표는 교육·체험 수강자들이 많이 찾아오자 2006년 자비 1억5000만원을 들여 새 건물을 지었다. 이때부턴 도내인보다 도외에서 찾는 수강자가 많아졌다.

2010년엔 김 대표는 제주지역 학생들의 친환경급식과 일본수출을 하기 위해 ‘지자스(GJASS Green-Jeju Agriculture Sustainable Society) 영농법인’을 설립했다. 이 때 회원 김 대표의 금산자연농원은 JAS(일본유기농산물)인증을 받아 유기농산물을 일본으로 수출했다.

김 대표가 아이디어를 내 독립채산제 운영되는 제주친환경농업학교 관련 조직은 금산자연농원-JAS(유기농산물 채소 과수), 보타리영농팜(㈜채소류 건조,저영 양배추 김치제조), 이건조(㈜상온진공 건조시스템, 효소발효기계), 농부와 스승(귀농, 친환경인증농가모임),푸른제주영농조합(친환경채소류경매,친환경학교급식),보타리에너지(㈜태양광발전소, 전기공사업, 태양광연구소)

“보타리(BOTARI)는 ‘청정제주의 넓은 뜰에서 교육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생산재배하는 농가모임’이란 뜻으로 ‘원래 있던 그 자리로 돌려 놓는다’는 어원에서 출발했죠. 세계자연유산의 자연환경에서 제주형생태농업(보타리농업)을 위한 생산재배로 소득증대와 친환경유기농업을 지향하는 목표로 향하고 있어요”

김대표가 직접 발효하고 있는 친환경농자재
제주친환경농업학교에서 김대표가 만든 친환경농자재
FTA관련, 김 대표는 ‘소비자 눈높이 농사’와 자신감을 주문한다.

“FTA에 이기기 위해선 상대국의 눈높이에 맞춰 농사를 지을 때 최고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봐요. 상대국에서 원하는 재배방법·당도·색깔·특징에 맞춰 재배해 수출해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죠, 나 중심이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해야죠. 물론 안정성과 맛은 기본이구요”

김 대표는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먼저 꿰뚫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해야 해요.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이 중요해요. 겁먹지 말고 당당히 맞서야죠”라 강조한다.

제주농업의 미래에 관해 김 대표는“다양하고 변화무쌍하지만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친환경으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가면 가능성 있어요. 하우스 시설 농사는 금물이고, 제주자연의 힘을 최대한 이용하는 게 중요해요. 제주 최고 장점을 브랜드화하고 지역적 키워드를 최대한 ‘기능성·안전성’에 둔 홍보·마케팅이 필요하죠”

김 대표는“땅도 마음도 가꾸고 자연 생태계도 느끼고 농가도 공부를 해야 해요, 농업은 제초제 농약으로 죽이는 사생결단의 대상이 아니에요. 땅에 농약·제초제를 뿌리면 안 되죠. 자연과 농업이 사람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삶과 행위가 일치할 수 있도록 해야죠”

앞으로 농업이 더욱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고 인물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제언한다.

“감귤명장, 마늘명장, 유기농 명장 등 농업도 명장이 있어야해요. 농업의 지식은 이론만이 아닌, 농사를 잘 짓는 사람들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장과 네트워크가 필요해요. 지역에서 농사를 가장 잘 짓는 사람을 골라 ‘이달의 명장’으로 정하자는 말이죠. 지역의 명장, 사람을 키워야 농업도 살아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물건을 팔 수 있는 거에요”
.
김 대표의 생활철학은 ‘늘 기브 엔 테이크(give & take), 먼저 준 다음 받자, 믿음 있는 농사꾼이 되자’이다.

“귀농인과 젊은이를 위한 농업대안학교를 만드는 게 꿈이죠. 사람이 많이 찾는 팜 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친환경농업은 죽도록 공부해야 성공하는 것이죠. 공부해야 정답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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