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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 현장
“학교폭력 같은 건 몰라요. 우리는 대가족이거든요”
[교육! 학교 현장] <30> 통합학교 운영 15년째인 우도초·중통합학교
데스크승인 2014.11.09  08:00:09 김형훈 기자 | coffa@naver.com  
   
우도초중통합학교.

정부와 지역 교육청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있었다. 바로 소규모학교 통폐합이다. ‘적정 수준 규모’라는 애매한 타이틀을 내건 통폐합 정책에 따라 수많은 학교들이 폐교되거나, 분교장으로 격하되는 비운을 맞보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지역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통폐합 추진을 지켜볼 수 없다며 학교살리기 운동에 나선 것이다. 이런 운동으로 살아난 학교를 종종 보게 된다.

학교살리기 붐이 일어난 시점에 또다른 형태의 학교가 등장한다. 바로 통합학교다. 통합학교는 소규모가 된 인근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합치는 작업이다. 어찌보면 교육청과 지역주민간의 ‘윈윈’을 노린 정책이었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행정통합으로 예산 등의 절감 효과를 보고, 지역주민들도 학교살리기 운동에 매달리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제주도내 초·중통합학교는 지난 1998년 신창초·중통합학교를 시작으로, 현재 모두 5개교가 운영중이다. 이들 가운데 제주의 동쪽 끝에 있는 우도초·중통합학교(교장 정성중)를 찾았다.

우도에 사람이 산 건 오래지 않다. 17세기 때 목장이 만들어지면서 사람이 오가다가 1842년(헌종 8년) 우도 개간이 승인되면서 본격적으로 사람이 들어와 살고 있다. 그러니 개발된 지 채 200년도 되지 않는 섬이다.

최근엔 제주도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우도 역시 전국에서 가장 뜨는 섬이 됐다. 주말엔 우도를 찾는 인파가 1만명에 이를 정도이다.

이렇게 ‘뜨는 섬’에 다니는 학생은 몇 명일까. 지난 2000년 통합된 이 학교는 초·중학생을 합쳐 106명이다. 학생수는 최근 몇 년 사이 줄거나 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로 우도초·중통합학교는 통합 운영된 지 15년이다. 게다가 여기엔 유치원까지 포함돼 있다.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포함하면 한 학생이 최소 10년은 이 학교에 머물게 된다. 그렇다면 통합학교는 과연 어떤 점이 매력일까.

   
우도초중통합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하나의 체제로 움직이면서 학교폭력 '제로'라는 신기원을 만들고 있다.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건 학교폭력 ‘제로’라는 점이다. 왜 그럴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이른바 ‘짱’들이 등장한다. 중학교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로 ‘짱’ 전쟁을 한다. 하지만 통합학교는 그럴 분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 중학생들은 초등학생들에게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하고, 초등학생들도 중학교 언니·오빠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형제들이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고루 분포해 있어 그야말로 ‘가족 학교’이다.

정성중 교장은 “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본 적이 없다. 운동회 등 각종 대외 행사를 통합 운영하면서 초·중등 학생들 사이에 자연스레 유대감이 생겼다”며 “예전 우리 조상들의 가족 틀이었던 대가족 제도 장점이 통합학교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도초·중통합학교는 작은학교이지만 교과 운영에 어려움이 없다. 작은 학교는 모든 교과과정을 둘 수 없기에 순회교사 제도를 활용하곤 한다. 순회교사가 작은 학교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교과를 지도하고 있다. 하지만 우도엔 그런 순회교사가 필요하지 않다. 초·중등 교사들이 교차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학교는 초등과 중등이라는 서로 다른 교육체계가 모여 있다. 때문에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도초·중통합학교는 교사들의 정보교류를 촉진시키기 위해 ‘통합 연수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매월 2차례 진행되는 연수의 날은 그냥 얼굴만 보고 지나가는 형식을 지양, 미리 주제를 던져주고 행사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이석문 교육감이 강조하고 있는 ‘아침밥 있는 등굣길’에 대한 주제를 던진다. 그러면 교사들은 해당 연수의 날에 서로 가진 생각을 교류하고, 그걸 학교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우도초중통합학교의 등댓불공부방.

이 학교는 특이한 게 더 있다. 특색교육활동으로 ‘꿈이 영그는 등댓불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지역 특성상 교사들이 방과후 활동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공부방이다. 학교내에 연중 개방하고 있는 등댓불공부방은 초등은 오후 8시까지, 중등은 밤 9시 30분까지 운영하고 있다.

사실 통합학교 운영 초기만 하더라도 행정통합만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15년이라는 시간이 쌓인 결과는 ‘대가족’의 장점을 흡수, 인성교육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학교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다 예산 투입에 비해 모든 시설을 활용한다는 건 덤이다. 다만 초등과 중등을 관할해야 하는 관리자 입장은 힘들겠지만.

우린 지역 갈등으로 통합학교를 운영하지 못하는 사례를 본 적도 있다. 우도초·중학교는 마치 이런 지역을 향해 학교 통폐합을 바라볼 게 아니라, 통합학교를 시행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미니 인터뷰] 6학년 김비오·김수진 어린이

   
김수진(왼쪽)과 김비오.

1학기 전교회장을 한 김비오 어린이, 현재 전교회장인 김수진 어린이는 형제들이랑 학교를 오간다. 김수진 어린이는 중학교에 언니가, 바로 밑에 있는 동생은 3학년이며 막내는 유치원생이다. 김비오 어린이의 동생은 이 학교 1학년이다.

그러고 보니 이들 어린이에겐 학교가 ‘가족공동체’와 다를 게 없다. 이들에게서 통합학교에 대한 느낌을 들어봤다.

비오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형이 없어요. 중학생 형들과 체육대회도 같이 하니 좋아요. 심심할 때는 장난도 쳐줘요.”

4명이 이 학교에 다니는 수진이는 어떨까. “다른 학교에 다녔더라면 언니들이랑 친할 일이 없을텐데, 여긴 그렇지 않아요. 귀여운 막내동생이 다니는 유치원도 있어서 너무 좋아요.”

사교육 대신에 여기엔 ‘등댓불공부방’이 있다. 다들 공부방 덕에 실력이 쑥쑥 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본섬에 있는 고등학교에 가서도 다른 친구들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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