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는 뭔가. 내가 모르는 걸 남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이 매우 크다. 바로 정보 전달에 있다. 미지의 세계를 알려주던가, 그 지도를 보고 “이곳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기자는 학창시절엔 ‘사회과부도’에 탐닉했다고 할까, 매몰됐다고 할까. 그 책만 매일같이 봤던 기억이 있다. 사회과부도는 지도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관광안내지도는 사회과부도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한 장에 모든 걸 담아내야 하는 게 목표이며, 핵심이기도 하다.
기자는 해외, 특히 일본에 혼자 갈 때는 편의점에 무조건 들른다. 지도를 사기 위해서다. 지도를 보면서 방향을 결정하고, 내가 가야할 곳을 찾는다. 그 지역에 대한 지도가 무척 잘 만들어져서 감탄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국내 여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가야할 곳의 행정기관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관광안내지도 신청을 한다. 잘 만들어진 지역별 관광안내지도가 무척 많음을 알게 된다.
그럼, 제주도는? 제주도는 관광 1번지로 통한다. 그것뿐인가. 1000만명 관광객을 돌파한, 숫자로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그런 관광지가 아니던가.
때문에 제주도를 찾는 이들에게 관광안내지도는 필수일 수밖에 없다. 요즘은 개별관광객이 많기에 관광안내지도가 지니는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에도 기사로 썼지만 제주관광안내지도는 뭔가 부족하다. 제주관광공사에서 새로 만들어 내놓은 지도는 여전히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예전엔 ‘너무 작다’고 지적을 받았는데, 새로운 지도는 크기가 약간 커졌을 뿐이다. 더구나 이번 지도는 시내 상세도는 아예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를 버스노선이 차지했다.
제주관광안내지도 한 면은 B4 용지의 2배 크기 정도이다. 이 가운데 버스노선은 B4 용지 크기 분량을 차지했다. 제주관광안내지도 앞뒷면을 포함하면 4분의 1이 버스노선이 된다.
제주에 온 관광객들 가운데 대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과연 몇일까. 대부분은 렌터카를 이용할텐데, 왜 버스노선을 만들었을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 지도를 본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는 “시내지도는 아예 없애고 대신 지하철 노선인지, 버스노선만 키웠다. 제주관광공사가 버스조합의 산하기관이냐”고 비아냥거렸다.
지도를 구하는 이들은 2가지 부류가 있다. 여행할 지역에 대한 사전 지식을 얻기 위해, 또 다른 이들은 현지에서 궁금한 걸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새로운 제주관광안내지도는 버스노선만 큼직하게 만들어놓았으니 사전 지식을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냥 위치 정도를 알려주는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종전(작은 지도가 나오기 전) 지도가 좋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제주관광공사는 왜 이런 지도를 만들었을까. 기자가 직접 관광공사를 찾아 그 이유를 들었다.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버스지도의 필요성을 제시했고, 현장에서도 버스안내지도를 요구하기도 했어요.”
물론 현장의 요구는 있었을게다. 요구사항이 오죽 많겠나. 하지만 버스 안내만 요구한 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이들이 많았을텐데, 그들의 요구사항은 과연 들어 있는가.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도도 없이 제주도를 돌아다녀도 되는 사람들, 버스도 타지 않는 사람들이 정책을 하니 그렇죠.” 맞는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제주관광안내지도는 개인이 만든 지도보다 못하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