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다. 갑작스레 전화를 받았다. 제주시 삼도2동에서 원도심 관련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있으니 와달라는 연락이었다. 응했다. 무척 관심이 많고, 원도심과 관련된 기사도 자주 써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 원도심 관련 자리는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 조성 등을 비롯, 제주시 원도심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원도심을 바라보는 눈은 다르다. 어쨌든 처한 입장은 다르지만 원도심에 대해 서로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결론? 그날 자리는 결론을 내리려 간 건 아니었다. 아니, 결론을 낼 수도 없다. 어떻게 가야한다는 틀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고, 그걸 만들어보자고 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다. 원도심에 살고 있는 이들과 원도심에 살았던 이들의 이해관계, 원도심에서 뭔가를 하려는 이들은 서로 다른 사고를 지니고 있다. 사람마다의 생각차이가 있고, 그걸 모아서 원도심에 심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작업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현재 원도심은 꿈틀댄다. 2년 전부터 원도심을 바로알기 위한 작업들이 이뤄지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가 물꼬를 텄다. 이젠 그 단체만 나서고 있지 않다. 제주역사문화연구소를 비롯, 이곳저곳에서 봇물 터지듯 원도심을 상품화하려는 이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그런 경쟁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원도심을 활성화시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이렇듯 원도심은 행정의 개입없이도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자가 있다. 이름하야 ‘행정’이다. 제주시가 그렇다. 채 보름도 되지 않아 원도심 살리기에 반하는 행동을 자임하고 나섰다. 반하는 행동은 한두 개가 아니다.
길거리 피아노 프로젝트로 기부한 피아노를 시끄럽다는 민원인 한 명 때문에 쓰레기매립장으로 보낸 일, 스토리텔링을 한다면서 도로를 시뻘겋게 물들이기도 했다. 그것만 좋으련만 더 있다. 산지천 광장에서 뭔가를 하려 해도 전기를 쓸 수 없게 만들었다. 그걸로 끝? 아니다. 광복절 전날엔 야스쿠니 신사를 고발하는 사진전을 막아선 게 누구였던가. 제주시장이 사과하면 끝인가.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그것도 10여일 사이에 우후죽순격으로 발생하는지 모르겠다.
답은 간단하다. 뭘 모르는 ‘무지’가 있으며, 원도심에서 뭔가를 하겠다는 시민들의 의욕을 무참히 짓밟는 ‘무시’ 때문이다.
원도심을 활성화한다는 하드웨어만 있으면 뭐 하겠는가.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하고,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를 들여놓으면 뭐하겠는가. 제대로 된 사고방식이 있지 않는한 원도심 활성화는 먼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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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먼지를 아는가
모르면 주민한테 물어보던가 ㅠㅠ
지네 멋대로 하는 행정은 필요없죠ㅠㅠ
한숨밖에. 안나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