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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과 베테랑: 갑의 횡포에 대한 을의 저항
암살과 베테랑: 갑의 횡포에 대한 을의 저항
  • 장정애
  • 승인 2015.08.21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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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애의 제주 주권 칼럼] <4>

두 편의 방화가 장안의 화제다. “암살”과 “베테랑”이다. 이 두 영화는 시대적 배경과 상황설정이 판이하게 다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이 두 영화가 작금의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첨예하게 상징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데에서 공통점이 있다.

“암살”은 일제 식민지 하에 우리의 독립투사들이 나라의 주권회복과 독립을 위하여 일본 요인과 친일파 앞잡이를 암살한다는 스토리라인이다. “베테랑”은 이 시대의 이른바 있는 자들의 부정과 횡포에 저항하는 약자의 처절한 저항과 고발을 다룬다.

한국의 관객이 이 두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상영시기가 우리민족이 빼앗겼건 주권을 회복한 광복 70년이라는 역사적인 순간과 맞아 떨어졌다는 측면도 있으리라. 삽십육년간 일본의 압제 하에 있던 우리 민족은 장기간의 식민통치와 일본 제국주의 위세와 폭압으로 인해 해방이 우리에게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감 속에 있었으리라. 그래서 춘원 이광수를 비롯한 당대의 지성인들이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의 합리화에 앞장 섰던 것일까? 그러나 그러던 어느 날 민족의 해방이 영화처럼 우리 민족에게 다가왔다. 배우 이정재가 극중에서 말했던 것처럼 “해방이 올 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해방은 다가왔다. 일제 통치 하에 우리 민족을 핍박하고 착취하였던 일본 제국주의자들과 그 앞잡이들에게 민족의 해방은 민족을 착취하던 갑질의 포기를 의미하였다.

주권을 빼앗긴 한민족은 영화가 보여주듯이 암살이라는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저항하기도 하였다. 일제가 우리 민족에게 가한 폭력은 이보다 훨씬 더 지속적이고 극악한 것이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중은 어느 누구도 암살이라는 폭력이 부당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것은 주권을 박탈한 압제자에 저항하는 주권회복의 노력이었기 때문이다.

주권은 주권자의 생명을 걸고 지킬 만한 지고한 가치가 있다. 만일 누군가 타인의 생명인 주권을 빼앗아 갔다면 그는 스스로 생명의 위협을 초래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영화 “베테랑”은 을의 주권을 박탈하는 거대 자본가의 갑질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 유아인이 열연하는 재벌2세 대기업 간부의 역할은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본의 오만한 자기확신을 여실히 보여준다. 관객은 자본의 오만함 앞에 역겨움을 느낀다. 자본의 힘으로 모든 것을 조작하고 은폐할 수 있다는 그 역겨운 자신감을 언제부터 우리가 느껴왔던 것일까? 그렇기에 이 영화가 대중에게 그토록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피고용인 을의 주권을 고용인 갑이 박탈하고 그런 행태를 을이 부당하게 감내해야 하는 상황을 영화 속에서 보면서 대한민국의 수많은 을들은 공분을 느낀다. 불의 앞에 순응하지 않고 그에 저항하는 형사들은 자본과 결탁한 공권력의 부패와 맞서 싸우다 위험과 위협에 직면한다. 갑의 횡포로 인해 유린당하는 을의 주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싸우는 형사들은 자신들의 직업적 주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생명을 건 사투를 벌인다.

그렇다! 우리의 주권은 생명을 담보로 한다. 현재의 상황이나 상황논리에 순응하도록 지나치게 길들여졌다면 그것은 서서히 그리고 아주 온건한 방식으로 우리의 주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민이여, 나의 주권은 생명만큼 소중하다, 아니 그것은 나의 생명이다. 오랜만에 한국영화의 진화된 면목을 보고 행복하다.

 

장정애의 제주 주권 칼럼

장정애 객원필진 <미디어제주>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캐나다 매길대 불어불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서울대학교 문학박사
KDI 국제정치학 석사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 박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교수(전)
세계선거기관협의회 리서치팀장(전)
한국정치학회 민주시민교육 분과 위원장(전)
새희망제주포럼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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