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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를 제대로 복원할 자신이 없으면 건들지 말라”
“문화재를 제대로 복원할 자신이 없으면 건들지 말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12.30 09: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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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엉터리 복원’된 제이각과 제주성을 보며
지난주 복원을 마친 '제이각'과 제주성.

살다보면 깜짝깜짝 놀랄 일이 많다. 특히 중국을 보면 그렇다. 건축물 하나를 세우는데 그야말로 ‘후딱’이다. 그럼, 우리는? 제주특별자치도도 만만치 않다. 그냥 건물도 아니고, 제주도지정 기념물을 세우는데 ‘후딱’이다. 그 기념물이 바로 ‘제주성터’이다.

제주성터는 제주도지정 기념물 제3호로 지정돼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제주성은 많지 않다. 일제 때 산지항을 만든다면서 돌을 바다로 지고 날랐다. 때문에 지금은 몇몇 구간만 남아 있다. 복원된 곳은 오현단 북쪽 일대이다. 제주성을 기준으로 하면 남문터에서 동쪽 방향이 된다.

지난주엔 오현단 동쪽 방향으로 ‘제이각’이 들어섰다. 제주시는 거창하게 ‘제이각’ 현판식을 열기도 했다. 제주시는 지난주 보도자료를 내며 “마침내 위용을 드러냈다”고 자화자찬했다.

문제는 제대로 하지 않는 데 있다. 어찌 그리 ‘후딱’ 해치울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역사는 실증학문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럴 것이다’는 추상은 역사를 욕보이는 일이다.

‘제이각’이 제대로 됐는지는 모르겠다. 조선 당시 건축물을 누가 알겠나. 그냥 추측일 뿐이다.

그건 그렇고 ‘제이각’을 올리려면 성을 새로 쌓아야 하는데, 성은 제대로 구축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후딱’이다.

제주성을 새로 쌓고 제이각을 만드는데 든 비용은 6억5000만원이다. 적은 돈은 아니다. 제주성과 제이각을 만드는데 든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어떤 건물이었는지, 제주성은 어떤 형태였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는지 솔직히 의문스럽다. ‘제이각’이라는 건물을 빼고, 새로 복원된 제주성만 놓고 얘기해보자.

우리나라 성(城)은 다른나라와 달리 성주만을 위한 성이 아니다. 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성이다. 그러기에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삶을 사는 공간이기에 방어 역할은 더더욱 중요하다.

성(城)이 얼마나 높은지를 판단하는 단초는 ‘미석(눈썹돌)’을 보면 된다. 그런데 이번에 복원된 제주성엔 눈썹돌이 없다. 어느 정도 높은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건 다른 말로 하면 엉터리 복원이 된다.

'미석'도 '여장'도 없는 제주성. 엉터리 복원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눈으로 확인 가능한 엉터리 복원이 하나 더 있다. 성(城)은 ‘여장’을 갖춘다. ‘여장’은 성 위에 쌓은 담을 말한다. 여장엔 총구도 있다. 여장은 은폐·엄폐를 하며 적을 효율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장치이다. <탐라순력도> 등 옛 그림을 들여다보면 어느 성에나 여장은 기본적인 장치임을 알 수 있다.

여장도 없고, 미석도 없는 제주성. 왜 복원을 했을까. 그것도 6개월만에 ‘후딱’ 처리한 이유를 모르겠다.

역사란 모름지기 사실을 기초로 한다고 했다. 사실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모른다면 사실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유럽을 보라. 역사 유적을 복원하는데 수십 년이 걸린다. 그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시간이 남아서 그렇게 수십 년이라는 세월을 허비하나. 우린 그 이유를 다 안다. 수십 년이라는 건 사실을 찾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다.

우리는? 제주도는? 6개월 만에 복원된 제이각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여장도 없고, 미석도 없는 걸 보면 제대로 고증을 하지 못한 게 분명하다. 한마디로 사실이 뭔지도 모른 상태에서 제주성을 세웠다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걱정되는 건 앞으로 일어날 일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성의 완전 복원을 꿈꾸고 있다. 이번 제이각과 제주성 복원을 보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그냥 고증없이 후딱 해치울 게 뻔하다. 그래서 한마디 하련다. 이런 일은 하지 말라. 더 이상 복원을 하지 말라. 그냥 있는 대로 놔두고, 있는 것만 제대로 관리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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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세상에~~ 2015-12-30 16:45:56
고증도 안받고 복원한건 아닌지~~유적과 역사 문화는 정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