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겨울은 따뜻해지는데 왜 전력수요가 많을까요”
“겨울은 따뜻해지는데 왜 전력수요가 많을까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1.20 16: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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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후 겨울철 최대 전력 수요 ‘사상 최고’ 기록 행진
최근 이주민 등 유입 인구 증가와 맞물려 겨울이 여름 눌러
지구 온난화로 겨울이 점차 따뜻해지지만 이상하게 2014년부터 제주도의 겨울철 전력수요는 여름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살다보면 “왜?”라고 의문을 가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기자라는 직업병일 수도 있겠지만, 기자라는 직업을 떼놓더라도 그런 일은 숱합니다. 간혹 기자들이 쓴 기사를 들여다볼 때도 그래요. “왜 저런 기사가 나오지?” 이렇게 생각하는 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요 며칠 좀 추웠죠. 마구 추운 건 아니었고, 그냥 좀 추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연일 기록이 바뀌는 게 있더군요. 제주도 전력수요가 경신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말이죠.

전력수요에 ‘사상 최초’를 다는 경우는 여름철인데, 겨울철에 사상 최초라는 타이틀을 쓰길래 전 이렇게 생각했죠. “겨울철 전력 기록이 깨졌구나” 이렇게 말입니다. 1년 365일 가운데 최고일 것이라곤 상상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경제부 출입 기자 당시 ‘전력 수요 사상 최초’ 기록을 매년 한 번 이상은 쓰는데, 늘 여름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응당 여름철이 아닌, 겨울철 기록만 놓고 비교를 하고 있다는 생각만 한 것이죠. 기자 감각이 덜 발휘돼서 그렇습니다. 아니, 무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겨울철에 왜 전력수요가 높을까라고 생각하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뭡니까.

솔직히 말하면 겨울철 전력 수요 ‘사상 최초’는 뭔가 이상할 수밖에 없거든요. 제주도가 추운 지역도 아니고, 여름은 점점 더워지는데 말이죠. 이상하지 않나요? 그래서 지난 2008년부터 제주도내 전력수요 경신을 들여다봤습니다.

2008년 7월 31일 밤 9시 전력수요는 55만5000㎾로, 종전 기록을 갈아치웁니다. 이듬해 7월 20일은 오후 3시에 57만8000㎾로 다시 기록이 깨집니다. 2010년엔 8월 2일 밤 9시에 62만5000㎾ 돌파라는 새로운 기록이 수립됩니다. 2011년은 건너뛰고 2012년 8월 17일 66만9000㎾라는 기록이 만들어지죠.

그런데 2014년부터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2014년 1월 9일 전력수요가 한해 전인 2013년 여름철의 사상 최대 전력수요인 71만6000㎾의 턱밑인 71만5000㎾가 됩니다. 2014년 여름철 기록은 2014년 겨울에 비하지 못합니다.

이후 ‘사상 최고’ 기록은 겨울철 몫이 됩니다. 2015년 2월 9일 전력 수요는 76만3000㎾로, 같은해 여름철 사상 최대 전력인 8월 6일 75만9000㎾보다 높아요. 2014년과 2015년의 전력수요는 여름철보다 겨울철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올해는 벌써 1월 사이에 3차례나 전력수요 기록이 깨집니다. 그것도 80만㎾ 돌파입니다.

앞서도 얘기했으나 겨울철이 왜 여름철보다 전력수요가 높은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여름은 매년 더워지고, 겨울을 따뜻해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혹시? 인구변동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라는 우문이 들었습니다. 제주도의 인구변동을 들여다보면 2013년 이후 제주도로 유입되는 인구가 부쩍 늘어납니다. 인구증가가 1만명을 돌파하는 시점은 2013년부터입니다. 2013년 1만2221명이 증가했고, 2014년은 1만6880명이 늡니다. 지난해는 2만명에 가까운 1만9805명이 증가했어요.

제주와 제주 외의 지역. 제주도 사람들은 제주 외의 지역을 ‘육지’라고 부르죠. 제주와 육지를 나누기는 싫지만 제주사람들은 겨울철 칼바람을 맞고 삽니다. 소복하게 내리는 눈을 제주에서는 보지 못합니다. 겨울철 매서운 북서풍을 맞으며 살며, 조냥(먹을 것과 입을 것을 아끼며 사는 제주 풍습)하며 살아왔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육지에 가면 아무리 추워도 그리 추운 걸 느끼지 못하죠. 오히려 겨울철 서울에 가면 더워서 땀이 날 지경입니다. 지하철도 더워서 푹푹 찌고, 서울의 아파트도 푹푹 찝니다.

3년새 제주도는 5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유입됩니다. 아무래도 제주도보다 추운 지역에서 온 분들이죠. 그 분들이 살던 패턴은 겨울철 난방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제주도보다는 난방에 더 신경을 쓰는 건 사실인 듯해요.

겨울철 전력수요가 매년 ‘사상 최고’를 찍는 걸 보니 제주도가 많이 바뀌긴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겠군요. 그래도 바뀌지 않는 건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 사람들의 DNA 말입니다. 천년 전부터 찬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겨울을 이겨낸 그 피는 여전히 제주도 사람들에게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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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일을 2016-01-21 01:25:01
전기사용의 증가된 희한한 원인을 기자께서 잘 짚어내셨네요~~~
이와 함께 요즘 겨울철에 전기요, 온풍기 등등 전기난방 제품들의 발전도 한몫하는 건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