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6 17:57 (화)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도
  • 홍기확
  • 승인 2016.02.01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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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113>

 2인조 여성밴드 옥상달빛의 노래, 『수고했어 오늘도』를 여러 번 듣는다. 가사가 마음에 들고, 음률이 가슴을 적신다.

 ‘나에게 실망한 하루. 눈물이 보이기 싫어 의미 없이 밤하늘만 바라봐.’

 인간은 하루에 한 번 잠을 자고, 세 번 밥을 먹고, 다섯 번 소변을 보고, 평균 15번 웃을 때마다 15개의 얼굴 근육을 쓰고, 평균 20번 찡그릴 때 80개의 얼굴 근육을 쓰며, 평균 100~10,000번의 판단을 내린다. 수고롭지 않을 수 없는 하루다.
 나 같은 경우 일주일에 세 종류의 신문을 6번 읽고, 『Economist』란 시사주간지를 1번 읽는다. 한달에 한번 오는 바둑잡지도 본다. 여기에 일을 하고, 가족과 어울리며, 글을 쓰고, 대학을 다니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밴드와 문학모임에 참석하며, 독서를 한다. 수고롭지 않을 수 없는 일상이다.
 
 세상은 점차 복잡해지며 사람을 부산스럽게 만든다.
 책을 읽다 글을 쓴 이의 은사가 했다는 말이 심금을 울린다.

 ‘입에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연말이 되어서 지난 1년간 무엇을 했고 이루었는지 자세히 살펴보려무나.’

 어느덧 2월의 초입이다. 한 해의 1/12이 지났다. 이제 2016년을 실수로 2015로 적는 실수 따위는 용서가 되지 않는다는 것 이외에, 한 해의 농사를 어떻게 시작했는가를 판단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말이다.

 생각이 든다. 이른바 속담처럼 알고 있는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역사학과 교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는다. 600페이지가 넘는데다가 주석과 색인만 40페이지. 사람이 이렇게 많은 분량의 글을 쓴다는 것도 신기하지만(하지만 나도 이정도 이상 분량의 글을 쓰긴 했다.), 내가 왜 인류학에 대해 이만큼을 알아야 하는지가 더 놀랍다. 결정적으로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싶어 구입했는지 모르겠다. 지식의 탐닉? 허세?
 살면서 얼마나 수고해야 하고, 얼마나 알아야 하고, 얼마나 똑똑해야 할까?

 퇴근을 할 때 이면도로로 오는 길에는 항상 개들 가족이 길 한복판에 엎어져 있다. 이른바 개판이다. 요놈들은 개밥을 먹고, 개 같은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개팔자가 상팔자다. 도로에 널부러진 개들은 근심걱정이 없어 보인다. 설마, 개판으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2인조 여성밴드 옥상달빛의 노래, 『수고했어 오늘도』를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와 아내와 함께 듣는다. 나는 조용히 듣고, 아이는 흥얼거리며, 아내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본다.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지금까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수고하지 않으면 수고를 덜겠지만, 수고스럽지만 수고를 한다면 분명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응원군은 주력군이 아니다. 주력군은 주인공인 나다. 하지만 든든한 응원군이 있다는 건 분명 수고를 아끼지 않게 만든다. 이렇듯 나는 응원을 통해 내 스스로에게 수고를 끼친다.

 어쨌든 수고했어, 오늘도!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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