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생각의 차이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사고방식을 지니는 건 한마디로 불가능이죠. 그런데 생각은 달라도 바른 생각이 있고, 그렇지 않은 생각이 있기 마련입니다.
바른 생각은 좋은 생각만 말하는 건 아닙니다. 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바른 생각에 들어갑니다. 그러지 않고 남이 하는 것을 무조건 걸고 넘어지는 경우가 있죠. 그걸 우리는 바른 생각이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한자어로 말한다면 ‘비판’과 ‘비난’의 차이이겠죠.
‘비판’과 ‘비난’은 한 글자 차이로 보이지만 완전 다른 글자입니다. ‘비판(批判)’은 아주 이성적인 판단을 가지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걸 말합니다. 그에 비해 ‘비난(非難)’은 그야말로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겁니다.
오늘(16일) 제주도의회 본회의 자리에서 교섭단체 대표들의 연설이 진행됐습니다. 도의회라는 아주 신성한 곳에서 교섭단체 대표들이 올 한해 구상하는 생각들을 펼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교섭단체 대표들은 집행부를 향해 ‘어떤 일을 하라’고 요구를 하게 되죠. ‘뭘 못한다’고 질책하는 게 아니라 ‘뭘 하라’고 하는 게 바로 교섭단체 대표들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날 교섭단체 대표의 연설은 참 보기에, 아니 듣기에 민망했어요. 앞서 얘기했잖아요. ‘비판’을 하며 뭘 하라고 해야 하는데, ‘비난’을 하면서 뭘 하지 말라고 하는 게 교섭단체 대표가 할 일인가요.
‘비난’의 화살을 가지고 대표연설을 한 분은 미래제주 교섭단체 대표인 김광수 교육의원입니다. 워낙에 그는 이석문 교육감을 스스로 정적으로 느끼고, 매번 저격수 역할을 하는 건 알고 있어요. 그런데 교섭단체 대표라면 그래서는 안되죠. 신성한 도의회 자리에서 교섭단체 대표가 ‘비판’이 아닌 ‘비난’을 쏟아붓다뇨.
김광수 교육의원은 현재 도교육청의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힐난을 하네요. 선진국들은 무한 경쟁을 벌이는데 제주도는 그렇지 않다면서요. 바로 도내 중학생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연합고사를 폐지하고, 100% 내신으로 가는 문제를 그렇게 본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구구단도 외우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는 독일은 후진국인가요?
김광수 의원은 툭하면 ‘전교조’를 입에 달고 사십니다. 마치 내신 100%가 전교조의 압박인 듯이 그렇게 말씀을 하고 있네요. 지난해 고교체제 개편과 관련된 토론회가 열린 적이 있었죠. 지금 글을 쓰는 기자도 토론자로 참석했는데, 기자가 꺼낸 건 바로 ‘연합고사 폐지’였답니다. 공교롭게도 도교육청이 그 제안을 받아들여서 내신 100%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긴 한데요. 그럼 제가 전교조와 연계됐나요?
누리과정 문제도 그렇죠. 물어보세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어디서 맡는 게 옳은지요. 도의원들이 교직원들의 봉급을 깎아서 누리과정 2개월 분을 편성했는데, 그렇게 하는 게 옳은지요. 어린이집은 도청 관할인데, 돈만 교육청이 내는 건 어불성설아닌가요. 김광수 의원님은 오늘 연설을 하시면서 “봉급을 깎은 게 아니라 과다 편성된 인건비를 삭감했다”고 했는데, 교직원들이 알면 큰일날 말씀입니다.
유승민 의원 아시죠. 새누리당 소속입니다. 유승민 의원이 당 대표였을 때 교섭단체 연설을 했는데, 칭찬은 야당으로부터 받았어요. 왜일까요? 그건 바로 비난이 아니라, 건전한 비판을 하고, 정부가 나가야 할 제대로 된 정책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교섭단체 대표라면 그래야 합니다.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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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언론에서도 김의원의 연설이
적절치 못했다고 보도됐어요~~
비판과 비난의 정의는 정확하게
정립해준 기사라고 봅니다
글의 꼬트리를 잡는 비난보다는
내용을 중시하는 비판의 자세를
가지는 기본이 있어야
제주가 발전하는 게 아닐까요
김의원의 대표연설을 봤는데
넘 심한 힐난스런 표현들이
주종이었지 정책대안 제시는 거의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