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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도 아니고, ICC제주가 경관 핵심이라니”
“한라산도 아니고, ICC제주가 경관 핵심이라니”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5.16 15: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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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여전히 꼼수로만 보이는 부영호텔과의 ‘경관협정’
道, 16일 보도자료서 “부영호텔 경관개선 한뒤 건축허가” 강조

땅 위에 집을 짓는 행위를 할 경우 무턱대고 건축물만 올리면 되는 건 아니다. 주위를 살펴야 하고, 그 건축물이 들어서면 어떻게 지형이 바뀔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제주에서 경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빼곡하게 집이 들어선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비교해보자. 이미 건축행위가 마구 일어나는 곳에서는 경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곳은 사정이 달라진다. 땅 위에 건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에 건축물이 들어설 경우엔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제주에서는 이럴 경우 ‘경관 파괴’ 여부를 우선 따질 수밖에 없다.

오늘(16일) 제주특별자치도가 부영호텔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부영호텔 문제가 모두 해결된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보도자료였다.

보도자료 내용을 말하기에 앞서 부영호텔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설명부터 하자. 부영호텔은 예전부터 말이 많던 곳이다. 현재 부영호텔이 된 옛 앵커호텔도 문제가 많은데다, 앞으로 들어설 부영호텔도 만만치 않은 논란을 낳고 있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들어설 부영호텔은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앞으로 들어설 부영호텔은 모두 4개로 이들 호텔이 완공되면, 중문관광단지는 ‘부영 공화국’ 완성의 마침표를 찍게 된다.

문제는 부영호텔이 제주의 대표적 경관을 자랑하는 곳에 들어선다는 점이다. 규모로 따지면 입이 벌어진다. 대지면적은 29만3897㎡로, 객실수는 1380실이나 된다. 길이로는 1㎞에 가깝다.

논란이 일자 제주도 건축위원회는 각각의 건축물을 잘라내서 ‘경관협정’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통과를 시켰다. 이때는 지난해 12월이다. 당시 제주도는 해안변에 있던 부영호텔을 해안과 100m이상 떨어지도록 하고, 경관협정을 체결하는 선에서 마무리를 한다고 했다.

16일 제주도가 보도자료를 내면서 부영호텔의 경관개선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꼼수로만 보인다. 제주도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통경축으로, A지점에 있는 사람이 B지점(제주국제컨벤션센터)을 직선거리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영호텔의 일부(원내)를 축소시킨다는 계획이다.

오늘 낸 부영호텔과 관련된 보도자료는 지난해 얘기한 경관협정과 관련된 얘기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 ‘통경축’이라는 표현을 썼다. ‘통경축’은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용어이다. 통경축은 조망권이 확보되도록 한다는 뜻인데, 일반적으로 쓰는 조망권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조망권은 다소 넓은 의미를 포괄하지만 통경축은 그렇지 않다. 통경축(通經軸)은 한마디로 직선의 의미가 강하다. 쉽게 풀이하면 직선으로 난 길[經]이 통하는 축이다. A라는 사람이 B라는 지점을 바라볼 경우에 눈에 건축물이 걸리면 그럴 경우 “통경축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쓴다.

조망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제주도 건축물은 뭘 핵심으로 삼을까. 대부분은 한라산, 그렇지 않으면 바다가 될 터이다. 그런데 오늘 도청이 낸 보도자료는 통경축의 핵심이 그게 아니었다.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통경축은 어떤 걸 핵심으로 하고 있느냐”고. 그런데 답은 의외의 건물이 나왔다. 답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였다. 이해할 수 없다. 도청 담당자의 얘기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부영호텔 건물이에 가려진다. 그래서 건물을 축소시키려 한다”는 답이었다. 정리하면 이렇다. 부영호텔이 지금처럼 들어서면 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볼 수 없기에 통경축을 확보하기 위해 부영호텔 건물을 다소 축소시킨다는 얘기이다.

제주도는 부영호텔의 경관 사유화 논란에 대해서는 전체면적의 28%를 공공면적으로 설정해 해안가를 찾는 이들에게 수시로 개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찌보면 이런 것들이 모두 꼼수로만 보인다.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통경축이라는 용어를 써가면서 마치 부영호텔은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는 건축물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 공공면적을 설정하는 것도 그렇다. 대개 큰 호텔 주변은 일반인들이 오가는 걸 통제하지 않는다. 그걸 통제하려고 인력을 일부러 쓰는 곳도 없다. 꼼수라는 게 너무 티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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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 이래서야 2016-05-16 16:15:23
도가 대기업에 눌리는 건지, 봐주는 건지는 알 수없지만
이해가 어려운 행정 추진을 왜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