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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이 26만명 고용된다고 했다가 “사실은…”
제주도민이 26만명 고용된다고 했다가 “사실은…”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6.02 15: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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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신화역사공원 고용 효과 부풀리기에 혈안된 제주도
제주특별자치도가 2일 내놓은 보도자료. 고용효과를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도자료를 만드는 이유는 뭘까. 쉽게 답하면 홍보를 위해서다. 개인기업이 홍보를 위해 보도자료를 작성하기도 하고, 대기업도 마찬가지이다. 행정기관도 그 범주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요즘은 SNS라는 홍보수단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보도자료는 각광을 받는 주요 홍보수단이다.

그렇다면 보도자료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보도자료는 우선은 홍보를 하려는 주체가 어떤 행위를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표현이기에 보도자료를 제공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홍보가 되지 않는다면 자료를 제공하는 의미가 전혀 없어진다. 더욱이 보도자료는 그걸 대신 홍보해 줄 사람들의 입맛에 들어야 한다. 바로 그 입맛은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들이다.

보도자료는 수없이 쏟아진다. 예전 제주도에는 4개 시군이 존재했으나 특별자치도로 변한 이후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생산하는 보도자료의 가치가 매우 중요해졌다. 하지만 보도자료 자체가 핵심을 벗어나는 일이 숱하다.

오늘(2일)도 그랬다. 경제산업국에서 내놓은 보도자료 가운데 ‘신화역사공원 최대 26만명 직간접 고용 효과’라는 자료가 눈길을 끌었다. 26만명이면 엄청난 숫자이다. 엊그제 제주도내 인구가 65만명을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이 가운데 26만명이 고용된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 아닌가.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내놓은 보도자료는 26만명이라고 했으나 실제는 아니었다는 게 문제이다. 그렇다면 부풀리기라는 답 이외에는 설명할 게 없다. 아니면 보도자료를 제대로 숙지하지를 못한 무지일 수도.

제주도에서 고용효과를 26만명이라고 하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기자들은 “제주도민이 65만명인데, 그 중 26만명이 고용효과를 누리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도청 관계자 대답은 “그렇다”였다. 만일 도청 관계자의 말이 그렇다면 제주도는 제주신화역사공원이 다스리는 섬이 된다는 것 아닐까. 하지만 도청 관계자의 말은 곧바로 들통이 났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한국노동연구원이 나서서 “전국적인 상승효과”라고 답을 하며 정정을 했다. 도청 관계자가 내용을 제대로 숙지를 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보도자료를 내고, 그에 대한 답을 했다니 어이없다.

문제는 또 있다. 솔직히 말하면 26만명은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기자의 눈에는 1년에 26만명이 고용된다는 것으로 읽혔다. 다른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연구 자료를 꼼꼼히 살펴본 결과 2019년부터 2025년까지 7년간 모두 합칠 때의 간접고용 효과였다. 직접적으로 고용될 인력을 말하는 것도 아니었다.

통계조사는 부풀리려고 행하는 이들이 있다. 또한 조사를 부풀리려고 하지 않지만 통계를 활용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만 추려내서 그걸 확대 포장하기도 한다. 이번 사안도 그와 다르지 않다.

26만명 고용엔 많은 게 숨어 있다. 실제 26만명이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장담할 수도 없다. 이쯤에서 고용이라는 원초적인 문제를 따져봐야 하다. 고용이라는 건 실제 고용되는 이들만 가리키는 게 아니라는데 있다.

고용률을 집계할 때는 실제 일하지 않는 이들이 많이 포함되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지낸다. 통계를 낼 때의 고용률엔 조사대상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자도 포함된다. 그리고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이나 사업체 수입을 위해 주당 18시간 이상 일한 무급가족종사자도 들어간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쉬는 이들도 고용에 포함되고 있다.

말하자면 자영업자와 자영업자의 가족도 고용률 집계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26만명엔 이런 이들이 다 들어가 있다. 실제 고용될 인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수치이다.

신화역사공원 조성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들어선다는 기대는 누구나 하고 있다. 그러나 부풀리기는 하지 말자. 오히려 잘못 부풀렸다가는 사업 자체에 대한 불신만 가중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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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상술 2016-06-02 18:50:35
대기업에 행정이 약한 이유가 멀까? 참으로 궁금해진다ㅠㅠ
고용 숫자는 기업체에서 홍보용으로 내놓은데 그걸 행정이 꼼꼼히 따져야 되지만 그 업무만 하지 않으니 실수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제주도민의 30%이상의 고용률이라면 좀 숙고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