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 했다. 쉽게 풀어쓰면 인사를 잘 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이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이 출범 때 꼬인 게 인사 때문이었다. 지금도 원희룡 도정의 출범 때 인사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만큼 인사는 중요하다.
요즘 친인척을 비서관으로 채용한 국회의원들도 말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조선 때보다 못하다. 조선초 국가의 기틀을 다지면서 했던 일 가운데 하나가 인사문제였다. <조선왕조실록>을 잠깐 들여다보자.
“옛 법을 헤아려보면 인사 행정을 맡은 자의 자손은 관직을 받지 못하게 돼 있다. (중략) 태종 때 분경(奔競)을 금지시킨 것이 어찌 의미 없이 한 일이겠는가. 내가 여기에 뜻을 둔 것이 오래이다. 집현전으로 하여금 옛 제도를 조사하게 하였더니, ‘시중이나 상서의 자제는 관리가 될 수 없다’고 한 것이 있었다. 내가 이 법을 세우고자 하니 어떤가.”(세종실록 55권, 세종 14년 3월 25일 갑신 2번째 기사)
세종은 인사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맹사성 등을 불러 문제를 논의한다. 논의 끝에 인사와 관련된 이들인 경우 사촌까지는 관직을 주지 못하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세종은 이 문제를 오래 고민을 해왔던 모양이다. 이 기사엔 ‘분경(奔競)’이라는 것도 등장한다. 분경은 승진을 하기 위해 권문세가를 찾아다니며 벼슬을 얻는 행동을 말하는데, 조선초에는 그런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실록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분경(奔競)’은 다른 말로 ‘엽관(獵官)’이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관직을 사냥하러 다니는 행위’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조선초기의 ‘분경 금지’는 퇴색되기는 하지만 조선초 상황만 놓고 보면 아주 뛰어난 인사관리의 실체가 보인다.
조선의 인사관리 얘기를 꺼낸 이유는 현재 제주테크노파크의 인사는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마귀가 숨어 지내고 각종 비리가 숨어 있는 ‘복마전’이라고 불러도 다르지 않을 듯하다.
제주테크노파크는 신규 원장을 뽑을 계획이다. 접수는 마감됐다. 내부에서는 이미 원장이 내정됐고, 부원장격인 정책기획단장 등도 누구누구로 내정됐다는 얘기들이 오고갈 정도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사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인사철이 되면 잦은 술자리가 이어진다. 술자리로 불러내 “어떤 부서에 근무하고 싶냐”고 묻는 건 다반사라고 한다. 조선초에는 엄격하게 금지된 분경행위가 제주테크노파크에서는 술자리로 옮겨져 만들어지고 있다. 직원들끼리는 서로 “부름을 받았느냐”는 인사도 오고간다.
제주테크노파크는 ‘분경’을 해야 살아남는다. 능력이 있어도 발탁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2편에서 <미디어제주>가 확보한 구체적인 자료로 인사 문제를 따져보겠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