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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후배들아, 너희들 선택 의심하지 말고 밀고 나가라”
“특성화고 후배들아, 너희들 선택 의심하지 말고 밀고 나가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6.30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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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아주 특별한 우리가 뜬다 <4> 한국은행 본부 근무하는 최유정씨
부모가 자신의 조력자 “대학만이 최선은 아니…취업해서도 더 멋지게 살아”
대학생들과 173대 1의 경쟁을 뚫고 한국은행에 입사한 제주여상 출신 최유정씨. ©김형훈.

다들 청년 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대학 입학이라는 기쁨을 맞는 것도 잠시일 뿐, 대학졸업이라는 타이틀은 오히려 눈만 높게 만들고, 일자리를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돼가고 있다.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일용직 인생’도 늘고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대학 진학만이 최상의 선택인지 묻고 싶다. 그런데 이에 대해 과감하게 “아니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지난해 고교 3학년으로 한국은행 문턱을 넘은 최유정씨가 주인공이다.

최씨는 지난해 고교 3학년 시절 무려 17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은행에 들어오게 됐다. 최씨가 합격한 C3직군은 20명 모집에 특성화고 학생뿐만 아니라 명문대학 인재 등 3400명이 지원했다. 대체 어떻게 그 어렵다는 관문을 통과했을까. 우선 그걸 가능하게 만든 건 뚜렷한 목표의식이었다. 특성화고에 꼭 들어가야겠다는 선택에 있었다.

“특성화고에 들어가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러다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스카우터’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달라졌죠. 특성화 고교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못나서 그런 게 아니라 공부가 아닌, 자신의 특기를 살려가는 아이라는 걸 알게 됐죠.”

과연 우리 젊은이들은 희망을 지닐까. 최씨와의 인터뷰는 서울에 있는 한국은행 본부 인근에서 이뤄졌다. 그가 던진 말은 “대학을 나와서도 청년들이 뭘할지 모른다”는 거였다. 솔직히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이 안되는 세상 아닌가.

“입학을 하자마자 취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제도가 있거든요. 취업을 하고 3년 일하면, 대학에 마음껏 들어갈 수 있어요.”

그는 3년 후 들어가고 싶은 대학까지 찜해뒀다. 그런데 한국은행에 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해졌다. 1학년 때부터 금융 3종으로 불리는 펀드투자상담사, 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등의 자격증을 땄다. 도내 최초였다. 이것저것 다른 자격증까지 합칠 경우 12개나 된다.

과정이 쉬었다? 결코 아니다. 꽃을 피우는 건 나무가 고통을 받는 산물이다. 최유정씨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용어가 낯설고 쉽지 않은 길이었으나 노력은 좋은 선물을 그에게 안겨줬다.

특히 그가 나온 제주여상의 뒷받침이 컸다. 제주여상은 1학년 때 우수학생들을 대상으로 서울 지역 특성화 고교와 기업체를 탐방하는 행사를 연다. 최씨는 그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나도 그런 기업에 들어가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마련해줬다. 어찌보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던 셈이다.

“학교 지원이 컸죠. 학교에서 기업 맞춤형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잡 콘서트도 직접 참여하게 해줬어요. 도움이 되지 않은 프로그램이 없어요. 그 가운데서도 1학년 때 경험이 컸어요.”

특성화 고교로의 선택. 그러려면 부모세대의 선택이 중요하다. 제주시내 동지역인 경우 무조건 ‘일반고’를 원한다. 학생들도 그렇지만 부모의 욕구는 더욱 크다. 사회적으로 눈치를 받기 싫어하는 부모세대의 욕심을 학생들에게 몰아붙이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일반고에만 목매는 처지가 됐다. 최씨는 이에 대해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최유정씨는 특성화 고교에 대한 시선을 바꿔줄 것을 주문한다. 대학을 진학하는 애들과 특성화 고교를 선택하는 아이들은 가는 길이 다를 뿐이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특성화 고교에 다니는 후배들을 향해서는 자신의 선택을 믿고, 끝까지 밀고가라고 조언한다. © 김형훈.

“학부모들은 선입견이 있어요. (특성화 고교에 들어가는 것을) 좋지 않게 보기보다는 가는 방향이 다를 뿐입니다. 남들이 하니까 무조건적으로 대학에 들어가서 취업준비를 하는 그 길만이 최선은 아니거든요. 스스로가 목표를 가진다면 취업을 해서도 더 멋지게 살 수 있어요. 대학은 후진학도 가능하잖아요.”

그는 현재 특성화 고교를 선택해서 학교에 다니는 후배들을 위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 조언은 자신이 선택한 길을 의심하지 말고 끝까지 밀고가라는 거였다. 포기하지 말라는 부탁이었다. 그런데 최씨의 선택의 배경엔 부모가 있었다. 그의 부모들이 그를 믿고 따라줬고, 특성화 고교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 준 주인공들이었다.

그는 한국은행 본부의 커뮤니케이션 뉴미디어팀에 소속돼 있다. 대외홍보를 하는 업무이다. 한국은행에서의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전공지식을 더 쌓아서 경쟁에 합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분명히 해내고도 남을 것같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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