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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항목 부적격자 ‘합격’시키고 전 항목 적격자는 ‘탈락’
모든 항목 부적격자 ‘합격’시키고 전 항목 적격자는 ‘탈락’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7.04 07:51
  •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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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테크노파크의 이상한 인사] <2> 무용지물 채용 절차
올해 1차 정규직 채용 허점…필기시험 결과 깡그리 무시

인사의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인사만큼 중요한 게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사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흔히 자리를 이동할 때의 인사의 의미이며, 또 다른 뜻은 적정한 인력을 시험이라는 걸 통해 선발하는 것을 말한다.

두 가지 인사가 다 중요하지만 적정한 인력을 뽑기 위해 시험을 치르는 행위는 인사이동과는 차원이 다르다. 자리를 옮기는 인사는 행정이나 기업을 대표하는 장의 의중과 맞는 이들을 고르는 것이라면, 시험은 아주 엄격한 절차와 한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을 많이 만들어낸다. 그들은 슬프다. 정규직이 아니어서 언제 잘려나갈지도 모른다. 만약 그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다.

제주테크노파크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시험이라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미디어제주>가 확보한 자료를 위주로 살펴보겠다.

제주테크노파크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서류전형, 필기, 면접을 거쳐 최종 정규직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테크노파크는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기관에 의뢰를 해서 필기전형을 치르고 있다. 필기전형은 신뢰도와 인성점수, 직무점수, 허위반응(허구반응), 인성주목항목 등을 따진다. 여기서 부적격이라는 판정이 내려지면 필기전형 다음단계인 면접전형에 오를 수 없도록 돼 있다.

제주테크노파크 인사 담당자는 “1개 분야만 부적격이 있어도 안된다”며 “60점 이상이면 적격이다”고 말했다.

인사 담당의 얘기를 들어보면 60점 이상은 ‘적격’, 그렇지 않으면 면접을 치르지 못하는 ‘부적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제주테크노파크는 올해도 정규직 공개경쟁 채용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고된 ‘제주테크노파크 2016년도 1차 직원(정규직) 공개경쟁 채용 공고’에 따르면 2차 전형인 필기는 인성결과에 대한 척도로 적격·부적격 여부를 평가기준으로 삼는다고 돼 있다. <아래 그림 참조>

제주테크노파크의 채용 공고 내용. 전형별 모든 단계에서 해당 전형에 합격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 시험을 치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2차 필기전형인 경우 적격과 부적격으로 평가한다. ©미디어제주

2차 전형인 필기는 지난 1월 치러졌다. 과연 잘 이뤄졌을까. <미디어제주>가 입수한 ‘인적성 및 직무능력검사 종합결과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2차 전형인 필기에 해당하는 종합결과표는 모두 15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이상한 건 적격이나 부적격에 상관없이 15명 모두 면접전형을 봤다는 것이다. 필기전형에서 적격, 부적격 여부를 가리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필기전형은 형식적이었다는 의미이다.

제주테크노파크의 올해 1차 정규직 공개채용 필기시험 결과. 부적격이면 면접에 참여할 수 없지만 모두 면접 참여가 가능하도록 했다. 결국 모든 항목에서 '적격'(D-103) 판정을 받은 이는 채용되지 못했고, 모든 항목에서 '부적격'(D-104)을 받은 이는 합격했다. ©미디어제주

종합결과표를 들여다보면 신뢰도와 허구반응, 인성점수, 인성주목항목, 직무점수 등 모두 5개 항목이 나와 있다. 신뢰도·인성점수·직무점수 등은 60점 이상이면 적격이며, 허구반응은 50점 이상일 때 적격으로 판단한다. 인성주목항목인 경우는 집중력·감정·정서 등 3개 가운데 2개 에서 50점 미만의 점수가 나오면 부적격 판단을 받는다.

그렇다면 15명 가운데 누가 합격했을까. 다음 표는 제주테크노파크가 발표한 최종 합격자 명단이다. 연번 1~6번까지가 정규직 합격자다.

제주테크노파크의 올해 1차 정규직 최종 합격자 명단. 1~6번까지가 정규직이다. 모든 항목에서 적격을 받은 이는 여기에 없다. 모든 항목의 부적격자는 당당히 합격자 이름에 올랐고, 2~3개 항목만 통과한 이들도 합격했다. ©미디어제주

15명 가운데 모든 항목을 흡족시키는 응시자는 수험번호 D-103 단 한명 뿐이다. 그러나 D-103은 최종 합격자 명단에 없다. 허구반응(적격 충족한 응시자 4명에 불과)을 제외한다면 신뢰도·인성점수·직무점수·인성주목항목 등을 모두 충족시키는 이들은 7명이 된다. 하지만 7명 가운데서도 최종 합격자는 단 2명 뿐이다.

더욱 문제는 최종 합격자 가운데 5개의 모든 항목에서 ‘부적격’을 받은 응시자(D-104)가 1명 포함됐고, 2개 항목만 ‘적격’을 받은 응시자도 1명(F-102)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다. 3개 항목 적격도 1명이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제주테크노파크는 모든 항목에 ‘적격’한 이는 떨어뜨리고, 모든 항목에서 ‘부적격’을 받은 이는 정규직으로 채용한 셈이 된다. 제주테크노파크는 채용 공고를 내면서 ‘전형별 전 단계의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 시험에 응시 불가’라고 명기를 하면서도 스스로 이를 어기고 있다.

제주테크노파크의 올해 제1차 정규직 채용은 누군가를 정규직으로 만들기 위해서 진행한 형식적인 절차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시험이라는 절차는 형식적인 게 아니다. 정규직이 될 날을 기다리고, 모든 항목에서 적격을 받았음에도 정규직 부름을 받지 못한 건 오랫동안 비정규직으로 살아온 이들에겐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다.

제주테크노파크 인사 담당자에게 ‘부적격인 사람이 합격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이에 대해 담당자는 “그런 경우는 없다. 채용을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게 아니지 않은가.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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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짜뽀 2016-07-05 13:47:40
채용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기업에 발전이 있겠습니까~~ 패망의 길로 가려나보네요

아메 2016-07-05 00:53:34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거 같네요 정말 실망입니다

ㅇㅇ 2016-07-04 22:44:02
어차피 다 밝혀질텐데 애초에 이렇게 한 것 자체가 어이가 없네요;;
이번일로 크게 실망했습니다.

낌미 2016-07-04 19:34:49
쫌더 철저하고 확실하게 조사를 해야댈것같습니다.

에휴 2016-07-04 19:19:16
빽없이 살아가는 세상 참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