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원도심이 뜬다. 관련 특별법도 있고, 민선 6기 제주도정도 원도심 띄우기에 그야말로 혈안이 됐다고 평가를 받을 정도이다.
사실 원도심이 관심을 받은 건 오래지 않다. 행정이 먼저 관심을 기울인 건 아니다. 시민사회단체와 원도심에 둥지에 틀고 사는 이들의 자그마한 노력의 영향이 컸다. 그런데 현재 그걸 이용하는 건 거대한 단체와 정치꾼들이다. 정치꾼들이 활개를 치면서 덩달아 그 주변에 기생하는 이들도 원도심에서 뭔가 얻어먹으려고 하이에나처럼 기웃거린다.
최근 원도심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보면 웃을 일이 한 둘이 아니다. 문화를 우선하고, 거기에 사는 사람을 우선하는 게 원도심을 생각하는 사고방식일텐데, 지금 흘러가는 걸 보면 그러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당장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눈앞에 보이는 시험성적만 올리려고 벼락치기를 하듯, 원도심 역시 장기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행정우선의 표본이 되고 있다.
엊그제인 지난 26일 원도심을 내건 또다른 사업이 시작을 알렸다. 이름은 이렇다. ‘ICT·SW융합 제주사회 문제 해결 사업’이다. 여기서 제주사회 문제는 ‘원도심 문제’라고 적시를 해두고 있다. 누가 주최를 하고, 주관을 하는지도 애매모호한 사업이다.
ICT와 SW라고 사업명을 쓴 걸 보면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해서 제주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처럼 보인다.
원도심을 적시한 사업이길래 원도심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와 상인들을 그날 간담회에 불러모았다. 참석자들은 어리둥절했다고 전한다. 무슨 성격의 간담회인지, 주최하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간 상황이었기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자가 관련 추진계획안을 입수해 들여다본 결과, 기자도 그 성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원도심의 문제점을 발견해서 뭔가 개선방안을 도출한다는 건데, 그게 정보통신기술과 어떤 식으로 접목을 할지 궁금증만 증폭될 뿐이었다.
다들 원도심 활성화를 외친다. 그냥 외치기만 한다. 외치면서 원도심에서 행사를 열기도 한다. 어떤 곳은 사람들 더 불러모으겠다며 지형지물을 완전히 뜯어내기도 한다. 그러다 이제는 그것도 지쳤는지 원도심 문제해결을 정보통신기술로 해보겠단다.
행동하는 걸 탓하는 건 아니다. 열심히 하려는 노력을 탓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열심히 하려면 뭘 하려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냥 예산만 쓰는 것인지, 공적인 사업으로 포장을 해서 예산을 쓰는데 힘을 보태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원도심 활성화의 걸림돌은 성과내기에 급급한 조급증이다. 요즘 하는 걸 보면 민선6기가 마무리되면 원도심도 완전히 활성화될 것처럼 행동들을 한다. 원도심이 정치권의 밥인가, 원도심이 무슨 호구인줄 아나. 제발 정신들 차리고 천천히 들여다보라. 그러고서는 주민들의 생각을 들어보라.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