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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는 창조적 존재이기에 놀이를 바탕으로 성장”
“유아는 창조적 존재이기에 놀이를 바탕으로 성장”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9.20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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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시즌2] 놀이교육의 강국 독일

지난 주 우리는 고대 플라톤에서 근대 몬테소리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성장에서 놀이의 중요성을 설파한 여러 사상가들을 만났다. 오늘은 이들의 사상을 토대로 놀이 중심의 유아 교육을 공고화시킨 독일의 사례를 들여다본다.

▲ 놀이를 통해 우정 쌓기, 독일 유아교육의 목적

독일은 세계 최초로 유치원이 만들어진 나라다. 세계 최초로 국민의무교육제도를 법적으로 확립하고 실천에 옮긴 나라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의 공교육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독일에서 유치원 교육 과정은 의무 교육이 아니다. 하지만 3~6세 유아의 4분의 3이 유치원에 다닌다는 점에서 제도권 교육이나 다름없다.

독일 유아교육의 교육이념과 목적은 ‘학교교육을 통해 친구와 함께 놀이하고 우정을 나누는’ 것이다.

독일은 교육 문제를 각 주 정부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바이에른 주의 경우 기본적인 교육목표 중 하나로 ‘유치원 교육원리로서의 놀이’(9항)를 명시해두고 있다.

독일의 유아교육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놀이중심의 교수방법이고 인성교육, 생활습관 교육, 친구 사귀기를 비롯한 사회성 교육이 또 다른 중심축이 된다.

▲ 프뢰벨과 슈타이너

독일의 놀이 중심 교육과정을 알기에 앞서 꼭 알아두어야 할 인물이 있다. 유치원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프뢰벨과 자유를 강조하는 발도로프 교육의 시조 슈타이너다. 체계적인 유아 교육이 전무하던 시절, 이들은 유아를 잠재력을 가진 개체로 존중하고, 놀이를 발달의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했다. 이들의 사상은 오늘날 독일 유아교육의 토대가 됐다.

프뢰벨.

독일의 유아교육은 무엇보다 프뢰벨(1782~1852, 독일 튀링겐 출신)의 놀이중심 교육과정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도 독일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유치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프뢰벨은 생후 9개월에 어머니가 병사하고 4세 때 아버지가 재혼 해 이복동생을 낳으면서 어린 시절을 고독하게 보냈다.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았고 한 때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산수, 그림, 지리, 독일어 등을 가르쳤다. 교육 문제에 깊이 관심을 가지면서 동시대 교육사상가 페스탈로치를 만나 2년간 함께 지내기도 했다.

괴팅겐 대학과 베를린 대학에서 과학과 광학을 공부하고 종교 철학을 배우기도 했던 그는 1816년 ‘일반독일학교’ 창설을 시작으로 아이들 교육에 발을 디뎠다. 1839년에는 장난감 중심의 유아교육 강습회를 열었고 6세 이하 유아들에게 놀이와 작업을 위한 ‘유희 및 작업 교육소’라는 학원을 개설해 운영하다가 1840년 ‘킨더가르텐’으로 이름을 바꾸며 오늘날 유치원의 시초를 만들었다.

▲ 유아의 신성(神性)에 관한 확신

프뢰벨은 인간 내부의 조화로운 성장을 강조하면서 특별히 유아를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존재로 여겼다.

프뢰벨은 유아의 신성(神性)이 놀이를 통해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놀이를 유아의 내적 자아발달의 법칙을 발견하는 수단으로 여겼기 때문에 유아는 놀이를 바탕으로 성장한다고 믿었다.

이는 놀이의 교육적 가치를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의 유치원 교육과정에서 놀이는 중요하게 다뤄졌고, 프뢰벨은 유아들에게 놀이를 선물하고자 은물(Gift, 1837)이라는 선, 면, 형체의 교구를 개발했다. 더불어 프뢰벨은 페스탈로치와 마찬가지로 만들기 등의 노작교육(勞作)을 강조하기도 했다.

▲ 자유를 강조하는 발도로프 교육의 시작

발도로프 교육을 제창한 루돌트 슈타이너(1861~1925, 유고슬라비아 출생)도 있다.

슈타이너.

발도로프 유치원의 시작은 슈타이너가 1919년 슈투트가르트의 ‘발도로프-아스토리아 담배공장’ 노동자들 앞에서 사회, 교육문제에 관한 강연을 하고 이 강연에 감명을 받은 공장주가 사원들의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교를 설립하며 슈타이너에게 지도를 부탁하면서다.

이때 최초의 ‘자유 발도로프 학교’가 개설됐다. 이어 1926년 이 곳에 최초의 자유 발도로프 유치원도 설립됐다.

슈타이너는 고대 그리스의 기질 분류 방법인 담즙질, 다혈질, 점액질, 우울질을 언급하면서 인간의 기질을 분노, 쾌할, 우울, 무기력함 4가지 분류했다. 그러면서 기질을 바탕으로 그에 맞는 적절한 유아교육을 강조했다.

슈타이너는 기본적으로 유아 교육에서 감각 체험을 중시했다. 유아기를 외부 세계에 신체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기로 봤기 때문이다. 때문에 발도로프 유치원에는 책이나 완성된 교구가 별로 없다. 대신 자유놀이와 서클 활동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수채화 그리는 날이 정해져 있거나 동화 모임이 이뤄지는 식이다.

▲ 독일의 다양한 유치원

프뢰벨과 슈타이너는 결과적으로 인간의 발달에서 유아기를 중요한 개화의 시기로 봤다. 그리고 이 시기 발달을 돕는 수단으로 놀이, 노작, 자율성, 자연물을 통한 활동을 강조하고, 이 때 교사와 성인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철학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유치원들이 운영되고 있다.

‘상황중심 유아교육'은 독일의 대표적 유치원 커리큘럼이다. 유치원에서의 학습은 생활과 동떨어진 고립된 내용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삶의 현실 그 자체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 교육 철학이다. 연대의식을 도모해 유아들의 사회화를 강조하는 특징이 있다. 주제는 ‘나는 길을 잃었어요’ ‘동생이 태어났어요’ ‘유치원 외에 어디에서 놀아야 하나요’ ‘우리는 이런 놀이를 가장 좋아해요’와 같은 것들이다. 이 때 아이들의 모든 체험과 학습의 수단은 놀이다.

‘발도로프 유치원’은 독일 최대의 사립 유치원으로 알려졌다. 앞서 설명한 루돌프 슈타이너가 설립했다. 인지 중심 기존의 교육을 반대하고 전인 교육 실현을 위해 자연적이고 자유로운 놀이 활동을 추구한다. 학습방법이나 교구에서 자연주의를 추구하고 놀이 재료도 자연 소재만 사용한다. 원형 그대로 다양하게 잘라놓은 나무토막과 나뭇잎, 각종 씨앗, 조개껍데기, 돌 등이 그 예다.

‘열린유치원'의 유아들은 각자의 흥미와 능력에 따라 소그룹으로 나눠져 자유롭게 활동한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공작을 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는 식이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놀이 활동을 전제로 한다.

‘숲 유치원'은 문과 벽이 없이 자유스러운 하늘 아래서 교육이 펼쳐진다. 유아는 매일 숲 유치원 활동을 통해 자신도 자연의 일부분으로 자연과 공생하여야 함을 체득하게 된다. 숲의 온갖 사물을 이용해 놀이 활동을 전개하게 된다.

▲ 다양한 가치관, 그러나 중심은 놀이

이외에도 독일에는, 물을 아끼거나 식물과의 경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친환경적인 태도를 길러주는 자연·환경유치원, 동작활동 위주의 스포츠·동작유치원, 장난감으로부터 자유로운 유치원, 매일 3~4시간 이상 해변에서 자연체험놀이를 하는 해변 유치원, 동물사육과 작물 재배에 중점을 둔 농장유치원 등이 있다.

지금 우리가 살펴본 독일의 여러 유치원들은 모두 나이를 구분하지 않은 혼합연령으로 운영된다. 대개 동작과 체험을 통해 놀이와 실생활을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자연친화적이고 유아의 개성을 중시한다.

한국에서는 취학 전 아이들에게 한글과 셈, 영어를 가르치려는 교육이 대세지만, 독일에는 놀이와 체험을 통해 자율성과 지혜를 키워주려는 전인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 유아교육전에 참가한 학부모들이 유아용 교재에 대해 상담받는 모습.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취학 전 영어와 셈, 한글의 개념을 가르치려는 한국의 또래 교육시설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인 셈이다.

사실 프뢰벨이 처음 사용한 유치원(킨더가르텐)이라는 의미는 ‘녹색이 짙은 어린이의 정원’이다. 모든 식물이 건강하게 성장하듯 생애 초기에 많은 가능성을 가진 어린이가 자연과 산과 조화하면서, 경험이 풍부한 정원사인 유아 교사의 돌봄을 받아 성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독일에서 유치원의 시작이었고 유치원의 중심은 다름 아닌 놀이였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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