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7:54 (수)
와이로 없는 세상을 기대하며
와이로 없는 세상을 기대하며
  • 미디어제주
  • 승인 2016.10.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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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기봉 자치경찰 서귀포 주민봉사대 대장
고기봉 자치경찰 서귀포 주민봉사대 대장

 뇌물은 어느 때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인간 사회가 형성되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선물이란 게 그렇다. 계속 주거나 받으면 둔감해진다. 으레 주는 것이라 여겨지고, 받는 입장에서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다 한순간에 ‘뚝’ 끊거나 끊어지면, 안 줘서 찝찝하고 못 받아서 서운하다.

 간혹 무슨 곤궁한 사정이 생겼나 하고 걱정하는 선한 마음들도 있지만, 세상인심이란 게 남의 사정에 그렇게 너그럽지가 않다.

 선물과 뇌물은 교도소 담벼락을 걷는 것이다. 받는 사람, 주는 사람 모두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천양지차다. 기본적으로 선물은 호의를 담보로 한다.

 자신에게 어떤 형태로든 좋은 감정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어느 누구도 자신을 나쁘게 생각하라고 물건을 건네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뇌물과 가깝다. 선물 중에는 받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순수한 마음으로 전하는 경우도 있다. 호의를 갖든, 또 그렇지 않든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데 무게를 두는 경우다.

 그래도 바닥에는 자신에게 좋은 마음을 가지길 기대하는 미련을 완전히 들어내지는 못한다. 선물이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뇌물과 혼동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리라.

 선물이나 뇌물의 효과는 대단하다. 꾀꼬리와 까마귀의 노래 대결에서 까마귀가 이겼을 정도다. 여기서 와이로(蛙利鷺)가 등장한다.

 고려 말 이규보 문집에 ‘와이로(蛙利鷺)’라는 기록이 있는데, 까마귀가 개구리를 잡아 백로에게 바치고 가수왕으로 판정받았다는 것으로 뇌물을 ‘와이로[개구리]’라 했다.

 이 글자는 부정으로 뇌물을 바친 자에게만 과거급제를 주니 부패가 만연하다고 개구리를 비유해서 한 말이었다. 따라서 개구리를 백로에게 주면 만사가 OK라는 뜻에서 와이로(蛙利鷺)란 말이 생긴 것이다.

 지금도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의 대부분이 뇌물과 관계가 끊이지 않고 있으니, 공짜는 찬물 한 잔도 없다는 것을 왜 모를까?

 지난달 28일에 ‘김영란 법’이 시행됐는데 이 법을 ‘와이로법[개구리법]’이라고 하면 더욱 의미심장했을 것이다. 빽 없는 서러움, 돈 없는 배고픔, 연줄 없는 고독감, 학연ㆍ지연ㆍ혈연이 없어 좌절감, 이것이 현실인 것이다.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사회를 빙자한 것이 ‘와이로[개구리]’임을 재차 강조하며, 와이로 없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스스로 청렴하고 깨끗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자신 있게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의 후손들 위해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는 말은 할 수 없을까.

 청렴은 혼자 할 수 없고 모두가 같이해야만 달성할 수 있고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이며 책임이기에 청렴 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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