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9:15 (목)
선생님, 삼가... 합니다
선생님, 삼가... 합니다
  • 미디어제주
  • 승인 2016.10.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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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민석 일도2동
김민석 일도2동

 삼가 (부사로써 쓰임, 존경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고 정중하게)

 문자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 두 음절의 이 짧은 단어가 가지는 무거운 의미를 깨닫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다.

주민센터 민원계 소속으로 주민등록증 발급이라는 국가적 중책(?)을 맡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민원인 한 분이 주민등록증 재발급을 의뢰하러 오셨다.

 반사적 내지는 기계적이라 표현할 만큼 너무도 당연하게 신청서 작성을 요구 드렸고, 그 순간 뭔가 겸연쩍어하고 주저하시는 그 분의 모습에 필자의 직업 본능(?)은 결국 발휘되고 말았다.

 선배 공무원들의 ‘민원계의 업무는 일견 단순 업무인 듯 보여도 굉장히 예민한 업무이며, 특히 본인의 신분 확인과 그에 따른 시의적절한 신청서의 작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라는 충고에 따라 약간의 수상한 마음을 품고 재차 신청서 작성을 요청드렸고, 끝내 노신사분께서는 자녀분과 다음에 다시 방문하겠다는 말씀을 남기고 자리를 떠나셨다.

 ‘그 후로 불과 몇 분이 지났을까?’ 섬광처럼 뇌리를 스치는 그 무엇인가가 지금껏 이토록 필자의 가슴속 어딘가에 작지만 깊은 생채기를 남길 줄은 그땐 미처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아! 그분이 글을 모르시는구나!’

 신출내기 민원계 공무원으로 행했던, 나 나름의 민원인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했던 모든 행동들이 교만 내지는 거짓 선함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끄러움에 힘들어함은 필자의 예민한 성격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짐작한다.

 필자의 적당한(?) 친절과 배려가 뜻하지 않게 다른 이에게는 폭력으로 변모될 수 있다는 생각에 새삼 민원 업무에 대한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은 나의 스승이다.

 수많은 민원인분들을 접하며 깨지고 무너지는 일도 많지만, 그런 경험마저도 나의 큰 스승이다.

 아픈 경험을 토대로 필자는 민원인이 오실 때마다 습관적으로 곱씹게 되는 말이 하나 생겼다.

 ‘선생님, 삼가... 합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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