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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해 이런 일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죠”
“누군가를 위해 이런 일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죠”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6.10.3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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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년째 고3 수험생 400여명에게 손 편지 전하는 신성여고 송동림 교장
신성여고 교장을 맡고 있는 송동림 신부가 지난해에 이어 고 3 수험생들에게 일일이 직접 쓴 손 편지를 전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제가 누군가를 위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편지를 쓰다 보면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아주 가깝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정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합니다”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을 위해 일일이 2년째 직접 손 편지로 인사를 전하고 있는 신성여고 교장 송동림 신부의 얘기다.

지난 8월초부터 손 편지를 쓰기 시작한지 3개월여만에 쓴 편지는 모두 401통. 학생들과 상담을 하면서 나눈 얘기와 학생들의 성향과 특성에 맞게 일일이 다른 얘기를 적어주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에 평균 5통을 쓰는 데 2시간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400여통을 쓰는 데 꼬박 800시간이 걸린 셈이다.

지난해부터 2년째 이 편지 쓰기를 마무리하면서 그는 “제가 사제이면서 독신이다 보니까 온전히 시간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면서 “편지 쓰기를 통해 교장과 학생이 소통을 하게 되니까 이게 학교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을 위해 공통적으로 쓴 내용도 있다. 시험은 학생들의 여러 가지 재능 가운데 단 한 가지를 진단한 결과에 불과하며, 존재 자체를 진단하는 것은 아니니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사회 생활을 헤쳐 나갈 것을 당부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1학기 내내 개인별 상담을 하면서 메모를 해둔 내용을 되새겨 가면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가진 재능과 끼에 맞게 ‘맞춤형’으로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그의 바람이 정성스럽게 편지에 담겨 있다.

지난해 편지를 받은 학생들 중에는 답장을 보내온 학생도 있다고 한다. 얼마 전 한라도서관에서 만난 졸업생으로부터 “작년에 써주신 편지를 지금도 늘 갖고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아!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있구나’하는 뿌듯한 마음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매일 아이들의 등교시간에 맞춰 교문 앞에서 등교 인사를 하고, 일주일에 한 차례씩 직접 배식에 나서는 것도 모두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한 그의 실천이다.

며칠 전에는 1학년 학생 중 한 명이 교장실 앞을 지나가다가 “신부님! 저 남자친구 생겼어요”라고 자랑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편지를 쓰다 보니 이제는 상대방에게 뭔가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게 아니라 이런 과정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거 같아요. 선생님들의 고충도 조금씩 알게 되고, 학교 전체를 좀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도 있구요. 소통이야말로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학교를 위한 학교, 학교를 위한 학생이 아닌 학생을 위한 학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의 교육철학이 오롯이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는 살아있는 교육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신성여고 송동림 교장이 고3 수험생들을 위해 쓴 400여통의 편지. ⓒ 미디어제주
신성여고 송동림 교장이 고3 수험생들을 위해 쓴 400여통의 편지.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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