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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 남발하는 건 결코 멋져 보이는 게 아니”
“외래어 남발하는 건 결코 멋져 보이는 게 아니”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12.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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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국어문화원, 도내 행정 공문서 외래어 남발 등 문제
1일 ‘제주 지역 공공언어의 현실과 과제’ 연찬회 통해 지적
1일 제주칼호텔에서 열린 '공공언어의 현실과 과제' 연찬회. ©미디어제주

행정기관에서 만들어내는 공문서는 여전히 어려운 한자투에다, 외래어 남발 등의 문제를 드러냈다.

제주대 국어문화원이 1일 제주칼호텔에서 ‘제주 지역 공공언어의 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연찬회를 진행, 이런 문제들이 논의됐다.

공문서인 경우 한글을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한글 사용은 법적인 사항이다. ‘국어기본법’이나 ‘행정업무의 효율적 운영에 관한 규정’ 등에 따르면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하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경우엔 괄호 안에 한자나 그 밖의 외국어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공문서는 이해하기 힘든 한자투도 많고, 외래어 사용은 도를 넘고 있다.

제주대 국어문화원은 지난 4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 공고문 바루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상은 제주도청 문화정책과, 총무과, 여성가족과 등 3개 과에서 생산된 공고문으로 문장부호나 잘못된 어휘, 외래어, 어려운 한자어, 어색한 문장 등이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올해말까지 매주 1회 3건의 문서를 국어문화원 3명의 연구원이 검토, 바루기(바로잡기) 과정을 거쳐 해당 과로 공문을 보내고 있다.

이날 연찬회엔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도청 총무과에서 생산한 공문 34건, 문화정책과 생산 문건 23건, 여성가족과 생산 문건 13건 등 70건의 공고문을 토대로 발표가 이뤄졌다.

이날 발표한 자료 가운데는 어려운 한자어가 눈에 띄었다. 연찬회에서는 국어를 늘 사용하는 박사들도 무슨 의미인지를 모르는 단어도 많다고 호소했다.

김순자 제주대 국어문화원 연구원은 “한자어 사용을 워낙 많이 하고 있다. 행정 용어는 굳어지면 반복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일본식 한자를 많이 쓰고 있다”며 “쉬운 말로 고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순자 연구원은 또 “국기기관 등의 행정기관은 아직도 어려운 행정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 기관에 있는 국어책임관들이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아울러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언론도 행정 용어가 어렵더라도 잘 풀어서 써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문서에 자주 쓰이는 어려운 한자 용어가 소개됐다. 공문서 한자어로 ‘개찰’이나 ‘시방서’, ‘증고’, ‘편철’, ‘필하고’, ‘공채를 소화’ 등을 예로 거론했다. 제주대 국어문화원은 이런 한자인 경우 ‘시방서’는 ‘설명서’로, ‘증고’는 ‘높이기’, ‘편철’은 ‘묶음’, ‘필하고’는 ‘마치고’, ‘공채를 소화’는 ‘공채를 구입’ 등으로 고치면 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어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습관이 된 듯 외국어를 쓰는 관행이 공문서에도 그대로 녹아나 있다. 흔히 쓰이는 외국어로는 ‘리허설’, ‘페스티벌’ 등이 있고 최근엔 ‘플리마켓’도 공문서를 점령하는 외국어로 등장했다. 국어문화원은 ‘리허설’은 ‘예행연습’으로, ‘페스티벌’은 ‘축제’, ‘플리마켓’은 ‘벼룩시장’으로 써 줄 것을 권유했다.

김순자 연구원은 “우린 너무 외래어에 젖어 있다. 외래어를 쓰면 마치 멋져 보인다는 생각에 남발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올바른 언어 사용에 대한 정보는 국립국어원 누리집(www.korea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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