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건축위원회 임기를 마치며
건축위원회 임기를 마치며
  • 양창용
  • 승인 2017.01.0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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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간의 공공성을 생각한다
- 양창용 오름건축 대표
양창용 오름건축 대표.

건축물을 짓는다는 것은 건축주가 된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쉬워 보이지만 그런 기회는 성공한 소수의 사람에게만 다가오는 기회이며, 건축물은 자신만의 성공스토리를 사회에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건축행위를 하려면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 중 건축계획심의는 한 개인의 건축행위로 성공스토리를 쓰기 위한 행정적 과정이며, 그 과정을 통하여 한 개인의 성공스토리는 비로소 완성된다. 이 완성된 성공스토리는 도시와 하나가 되고 도시의 일부가 되며, 주변 환경과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게 된다. 이러한 소통이 잘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곧 성공스토리를 잘 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물이라는 것은 앞서 말했다시피 다른 사유재산과는 다르게 홀로 존재하지 않고 자연과 경관 그리고 도심 속 공간과 함께 존재하여야 하는 공공성을 숙명적으로 타고난다. 공공(公共)이라는 것은 내 것을 열로 나눈다는 형태를 가진 ‘공평할 공(公)’자와 두 사람이 물건을 맞들고 있다는 형태를 가진 ‘함께 공(共)’이라는 글자로 이루어진다.

이것을 건축적으로 이야기 하면 내 것을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 두는 것,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형태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정의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건축사이다.

이러한 건축물의 공공성을 도심 속 바오젠 거리에 적용하여 보면 어떨까 한다.

몇 해 전 바오젠거리는 차 없는 거리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출발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차량소통의 문제와 여러 가지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차 없는 거리로 인하여 주변 보행로보다 보행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다양한 소규모 문화콘텐츠 공연이 이루어지며 주변상가들의 영업도 잘되어 가고 있다. 당연히 반대하는 민원들도 사라지고 없다.

이를 보면 상업가로의 활성화에 있어 키워드는 사람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얼마나 많은 흐름을 만들어내는가?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얼마의 시간동안 머무르며 사람들과 소통하며 커뮤니티를 생성하는가? 라는 문제는 상업가로의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이 문제의 주체는 사람인 것이다.

그럼, 다시 바오젠 거리로 돌아와 바오젠 거리를 살펴보자.

차 없는 거리로 인하여, 많은 소통이 이루어지고, 흐름이 활발하기는 하지만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햇볕이 강한 한 여름에는 어떠한가? 아는 바와 같이 지붕이 없는 도심보행공간은 날씨의 영향이 많다. 특히 제주는 년 중 200일 이상이 이런 날씨를 가지고 있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등의 날씨의 영향에서 벗어나 더욱 더 활발한 움직임이 있는 상업가로 활성화를 위해 나는 각 도로면의 저층부(1층)인 사적영역을 띄워 공적영역으로 내놓아 사람들이 언제나 안심하고 걸어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보았으면 한다.

물론 건축주의 입장이나, 1층 임차인의 입장에서 보면 재정적 부담이 커 황당한 주장으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저층부를 띄워 공공공간으로 내놓음으로써 이곳에서 사람들의 만남, 휴식, 그리고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공적공간과 사적공간에서의 전의공간이 생겨 건축물의 출입구로 자연스런 공간이 흐름과 시선의 흐르며, 건축적 산책의 시퀀스와 전략적 관계 맺기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흐름들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게 되며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활발한 행위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여타의 도시의 예로서 우리는 알 수 있다.

흐름의 공간인 필로티는 서울의 테헤란로, 도쿄의 마루노우치, 뉴욕 맨하튼, 파리 생제르망 거리 등에 많이 적용되어 있고, 유럽이나 북미는 이러한 공간을 보행로와 노천카페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필로티 구조는 해외뿐만이 아니라 우리역사 속에서도 회랑이란 공간을 통해 볼 수 있다. 회랑을 만들어 놓아 통행함에 있어 햇볕과 비로부터의 보호는 물론, 여유와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놓았음을 상기시켜 볼 수 있다.

건축물에 있어서 공공성은 역사나 문화 주변의 여건이나 맥락에 대한 태도, 환경에 대한 태도에 따라 관점과 기준이 다를 수 있으나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에 대한 건축의 태도, 즉, 건축의 공공성이라 생각한다. 건축은 주변과 관계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감동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바오젠 거리에서 건축물의 사적영역과 도심의 보행공간사이에 전의공간을 두어 소통의 공간을 만들고, 날씨의 관계없이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1층을 양보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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