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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기다리고 행정 개입은 이제 그만”
“느긋하게 기다리고 행정 개입은 이제 그만”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1.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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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문화광장은 버려라] <3> 어떤 광장이면 좋을까

솔직하게 말하면 탐라문화광장을 다시 뜯어내서 예전으로 복귀시켰으면 하는 생각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예전 모습이 더 낫기 때문이다.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하며 달라진 건 옛 풍경은 사라지고, 낯선 풍경의 등장이다. 풍경은 모름지기 눈에 거슬림이 없는 걸 말한다. 지붕선이 올망졸망한 그런 풍경에 수백미터의 첨탑이 들어서면 어떻게 되나. 지중해의 백색 풍경에 시뻘건 건축물이 들어서면 어떨 것 같은가. 다 풍경을 망치는 일이다.

풍경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 억지로 풍경을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눈에 거스르지 않게 하는 게 풍경이며, 풍경을 존중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탐라문화광장은 풍경을 훼손시킨 현장이며, 등장하지 않아야 할 산물이 만들어진 셈이다.

예쁘게(?) 단장된 고씨주택. ©김형훈

지난 주말 탐라문화광장 막바지 공사를 진행하는 이곳을 들렀다. 눈에 고씨주택이 들어왔다. 예전 고즈넉한 고씨주택의 풍경은 온데 간데 없고, 완전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고씨주택이 기자를 맞았다. 돈을 쳐바르면 모든 게 좋아지는 걸로 아는 모양인데, 그럴거면 왜 고씨주택을 보존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탐라문화광장은 거대한 지하주차장까지 갖춰져 있다. 광장의 의미는 사람이 중심이어야 하는데, 차량만 집어넣으려는 심산인지 모르겠다.

돈만 있으면 다 되는 걸로 착각을 한다. 특히 행정은 더 그렇다. 그런데 돈을 들여 만들어진 탐라문화광장을 바라보면 뜯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그렇다고 그럴 수 없는 게 한계이긴 하다. 더욱이 50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는데 있다. 다 뜯어내면 500억원에다가 뜯어내는 공사비에 새로 건축하는 비용까지 합치면 이런 낭비요소가 없을 듯하다.

어쩔 수 없이 태어나게 된 탐라문화광장. 버리려고 해도 버릴 수 없는 그런 입장이 됐다. 그렇다면 광장은 어떻게 살려야 하나. 우선은 행정의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 마구잡이식 광장 공사를 진행한 행정이 그걸 살리겠다면서 다시 개입하면, 그 순간 광장은 빛을 잃고 만다. 시간은 걸리더라도 행정은 지켜보는 게 상책이다.

광장을 살리려면 광장의 역할 그대로 할 수 있도록 사람 위주가 돼야 한다. 광장에 인공을 집어넣고 분수쇼를 한다는데, 그런 인공적인 요소는 최대한 줄여야 하고 이왕이면 인공 요소는 없애는 게 낫다고 본다.

새로운 옷을 입은 탐라문화광장. 옛 풍경은 완전히 없애면서 "탐라는 있는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형훈

사람이 오가려면 차량의 진입을 최소한으로 막아야 한다. 탐라문화광장을 만들어놓고서는 차량을 수시로 오가게 만든다면 그건 광장이 아니다. 어쨌든 광장의 이름을 달려면 차량보다는 사람이 우선이어야 한다.

이왕이면 청소년들에게 문화를 돌려줘야 한다. 청소년은 제주의 문화를 이끌 주역인데, 이들이 탐라문화광장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전에 산지천 일대는 ‘청소년 존’으로 활성화됐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광장을 살리려면 사라진 ‘청소년 존’을 부활시키고,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마음껏 펴도록 해줘야 한다.

탐라문화광장은 잘못된 토목공사의 한 예이지만, 어찌보면 잘못된 사례를 새로운 문화를 입힌 좋은 예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광장이 좋을까라는 인위적이면서 성급한 접근보다는 서서히 광장이 안착되도록 느긋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그런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급하게 하다보면 항상 탈이 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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