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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협상과 농업정책, 복거지계(覆車之戒)의 교훈 잊지 말아야
FTA 협상과 농업정책, 복거지계(覆車之戒)의 교훈 잊지 말아야
  • 미디어제주
  • 승인 2017.01.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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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허창옥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허창옥 제주도의회 의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전격 서명했다. 미국 주도로 12개국이 높은 수준의 포괄적 협상을 맺었던 대규모 무역협정으로 우리나라도 가입의사를 밝히고, 조율하고 있었던 협정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 1차 산업 입장에서는 수출을 위해서 대한민국의 식탁을 더 내주는 협상으로 밖에 인식할 수 없었기에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신임 대통령의 행보를 자세히 살펴보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개정하기 위한 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미국에 유리한 통상만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다음 순서가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할 것은 자명한 일로 결코 다행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협상을 통해 우리나라의 자동차나 전기제품을 더 잘 팔겠다고 농축산물 시장을 내어주었는데, 이제는 농축산물 시장을 더 개방하지 않으면, 자동차나 전기제품을 못 팔게 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신임 미국 대통령의 행보로 인해 중국과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하게 나타나서 통상이 어려워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유가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생산비는 더욱 증가하고, 어려워진 경제로 인해 국내 소비시장은 위축되면서 값싼 수입농산물만 찾게 되는 악순환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1차 산업이 유치산업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산업적 차원의 접근에서 벗어나, 국민 건강과 안전한 식품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산 농식품에 대한 소비유통구조의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과도한 물류비가 부담인 제주지역에 대한 도서지역으로의 지위 인정이 시급하다고 본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시행되고 있는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의 보완과 적극적인 활용도 필요하다고 본다. 기존에 품목에 따라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농약성분에 대해서 기존 0.05ppm이하로 적용했던 것을 0.01ppm 으로 강화하였는데, 수입농산물에 대한 안전성 확보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비관세 규제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시행초기 아열대 과일류에 우선 적용하면서 제주지역 농가의 입장이 반영되지 못하고,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까지 농정에서는 이러한 실수를 종종 해왔다. 지난 한·베트남 FTA를 비롯한 다수의 협상에서도 제주 농업의 특화성이 철저히 배제되었고, 보상방안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서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한 바가 있다.

앞으로 기 체결된 통상협정마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우리 제주의 관점에서 협상과정을 지켜보고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앞서 가는 수레가 뒤집혀지는 것을 보고도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도록 복거지계(覆車之戒)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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