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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익이 아니라 모두가 잘 살 수 있게 하면 안되나요”
“개인이익이 아니라 모두가 잘 살 수 있게 하면 안되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1.28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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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보노스쿨 실크로드 탐사대 학생들의 ‘아주 착한 취재’
제주도내 16곳 기업 탐방…2월에 ‘공유경제’로 SNS 홍보
프로보노스쿨 실크로드 탐사대 학생들. 왼쪽부터 김한침, 한동영, 김수영, 김예진, 한동명. ©미디어제주

나만 배불리 먹고 살면 좋을까. 극히 자본주의적 논리이다. 때문에 데이비드 스미스의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책까지 나오지 않았을까. 오히려 그 책은 불평등과 불편을 말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혼자서 살 수 없고 다함께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우린 공존을 배워야 한다. 쉽게 말하면 ‘함께’라는 뜻이다. 그걸 청소년기부터 배운다면 그보다 좋은 게 없지 않을까.

경제가 뭔지, 더 단순하게 말하면 돈이 뭔지를 모르는 애들도 많다. 그들에게 돈을 얘기하라면 자신들이 사고 싶을 걸 주절주절 얘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다르다. 바로 공익활동을 하는 ‘프로보노’에 소속된 ‘프로보노스쿨 실크로드 탐사대’ 학생들이다. 중학생에서부터 고등학생까지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이 설을 앞두고 제주를 찾았다.

탐사대는 올해 첫 탐방지역을 제주로 점찍었다. 그들이 찾은 제주는 보물섬이지만, 더 가치 있는 게 많았다. 작은 기업이지만 착한 활동을 하는 16곳의 기업을 돌며 취재를 했다. 결과물은 2월에 프로보노 공유마켓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기업 섭외부터 취재까지 모든 건 탐사대 대원들의 몫이었다. 그런데 왜 이들 기업을 취재해야 했을까. 혹시 설 선물 대신일까. 고교 1학년인 김예진 학생의 얘기를 먼저 들어보자.

“물건은 좋은데 홍보도 잘 되지 않고 판매도 되지 않는 곳이 있어요. 청소년들이 SNS 활동을 많이 하니까 우리가 활성화시켜보려고요. 착한소비라고 아시잖아요. 우리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전달하는 역할만 하게 되죠.”

물론 기업 섭외는 쉽지 않았다. 반갑게 맞아주는 곳도 있었지만 상술 전화로 알고 끊는 곳이 태반이었다. 어떤 기업은 설을 앞두고 있어서 바쁜 관계로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곳도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해냈다. 공유경제를 위해서. 공유경제는 착한소비와도 연결된다. 고교 1학년 김수영 학생도 곁들인다.

“착한소비라는 용어도 몰랐어요. 기업을 방문할 기회도 없었는데 탐사대 활동을 하며 그런 기회를 얻고, 체험도 할 수 있으니 고맙죠.”

기자가 탐사대원을 만난 곳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다희연이었다. ‘차로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해준다’는 기업이름만큼이나 다희연은 자연을 아끼고, 유기농을 도입해서 농사를 짓고 있다. 그래서 탐사대원들의 지목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한동명 학생(고 1)는 다희연 탐방에 대한 느낌을 다음처럼 늘어놓았다.

프로보노스쿨 실크로드 탐사대 학생들이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다희연을 찾아 취재를 하고 있다. 이들은 2월중 제주도내 작업 기업을 취재한 결과물을 공유마켓을 통해 공유할 계획이다. ©미디어제주

“여기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힘든 점을 알게 됐어요. 진실된 마음도 알게 됐어요. 정직하게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아빠가 일하는 것도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전에는 그런 걸 느끼지 못했거든요. 빨리 2월이 와서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요.”

그들은 취재 후기를 올려서 기업에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도 혹시 그들의 글에 문제가 있을 걸 우려해서 사전에 기업에 보여줄 계획이란다. 최대한 기업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탐사대는 모두 6명으로 꾸려졌다. 이 가운데 유일한 제주출신이 있다. 강지혜 학생(고 1)이다.

“반성하고 있어요. 제주에 살고 있으면서도 제주도에 이런 착한기업이 있는 줄 몰랐어요. 소비자와 생산자를 모두 생각하는 기업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앞으로 그런 기업의 제품을 사야겠죠.”

탐사대는 1년 두 차례 현장을 둘러보며 착한소비가 무엇이며, 함께 나누는 경제를 직접 터득하고 남들에게도 홍보한다는 당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탐사대 가운데 가장 어린 중학교 2학년 한동영 학생도 한마디를 한다.

“제주도는 자연환경이 너무 좋아요. 경제라는 단어만 알고 있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경제라는 말의 3분의 2는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농부의 마음도 알게 됐어요.”

공유경제를 배우며 재벌의 문제점도 자연스레 알게 됐다. 재벌이 지배하는 나라 대한민국.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에 우리 경제를 대입하면 재벌이라는 구조가 더 확연해진다. 고교 2학년인 김한침 학생은 그 문제를 꼬집었다.

“우리나라엔 개인 이익을 챙기는 기업이 많죠. 재벌은 개인이익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같이 살 수 있도록 해주면 안되나요. 그래도 제주에서 취재를 하며 국민들에게 좋은 걸 주는 기업을 많이 만나니 대한민국이 살아있는 걸 느껴요. 앞으로 우리가 하는 활동을 통해 좋은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려 해요. 그게 프로보노 활동이죠.”

새해 첫 일정으로 잡은 제주도. 어쩌면 제주의 작은 16개 기업에 설 선물을 전하러 온 것 같다. 내년에도 탐사대는 제주에 올까? 다음엔 어떤 설 선물을 주려고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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