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장우 의원 지적…제주도내 123개교에 2157그루 달해
2월은 학교의 인사철이다. 또한 정든 학교를 마감하는 졸업시즌이기도 하고, 새로운 학기를 맞을 준비를 하는 아주 바쁜 시기이다.
이런 때 이상한 공문 하나가 제주도내 각급 학교로 날아들었다. 일본산 향나무, 즉 ‘가이즈카’로 불리는 향나무를 다른 수종으로 교체하고, 교목(校木)으로 지정하고 있는 학교는 다른 수종으로 교체를 검토하라는 내용이다.
제주도교육청에서 일괄 발송된 공문에 담담하게 대응한 학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었다. 우선 일본산 나무라고 해서 베는 게 학생들의 교육에 맞는가라는 의문이다. 일본산 제품을 쓰고, 심지어는 일본산 차량을 끌고 다니는 가정도 많은데 그렇다면 왜 아무런 죄도 없는 나무에게만 그럴까.
지난해 10월이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학교에 있는 향나무를 문제삼았다. 이장우 의원은 학교에 있는 향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이기에 다 베어버리라는 취지였다. 제주도교육청만 아니라 전국 시도교육청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제주도내 180개 학교에 달하는 학교엔 얼마만큼의 향나무가 있을까. 전수 조사 결과 123개 학교에 일본산 가이즈카 향나무는 모두 2157그루나 됐다. 향나무를 교목으로 지정하고 있는 학교도 상당수이다. 학교내 나무의 상당수를 가이즈카 향나무가 차지하는 곳도 있었다.
123개 학교 가운데 제주고와 신창초·중은 각각 127그루가 가이즈카 향나무였다. 50그루를 넘는 학교도 제주고와 신창초·중을 비롯해 6개 학교에 이른다. 어쨌든 이장우 의원의 취지를 따르게 된다면 학교에 있는 수십그루, 아니 100그루가 넘는 향나무는 잘려나가야 된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제주고인 경우 교목이 향나무이며, 이 학교엔 사람 서너명이 둘러싸야 한아름이 될 정도로 큰 나무가 많다. 학교의 역사를 감안하면 족히 100년은 된 향나무들도 있는 셈이다. 이걸 다 잘라내라고?
이에 대한 제주도교육청의 입장은 ‘잘라내라’는 건 아니라고 한다. 학교에 있는 수많은 향나무를 한꺼번에 베기는 어렵기에 교육가족들의 의견수렴을 거치라는 것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협조’라고 했다. 제주도교육청이 공문을 보낸 건 국회의원의 지적이기에 어쩔 수 없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공문을 보낸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이긴 하지만, 거기엔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교육은 무척 중요하다. 국정 역사 교과서에 대한 반발이 높은 이유도 교육의 중요성 때문이다. 국정이라는 건 하나의 잣대로 모든 사람의 생각을 획일화시키는 무서운 발상이어서 반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이즈카 향나무를 잘라버리라는 것도 그와 똑같다.
교육은 획일화 될 수 없다.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거기에서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들어줘야 한다. 100년된 가이즈카 향나무를 베라고 한다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생각일까. 일본산이어서 무조건 없애야 할까.
진정 학교에서 배워줘야 할 것은 정신이다. 여전히 일제 잔재가 남아 있는 사실을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일제 잔재는 겉에 보이는 물질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활개치며 다니는 일제잔당들을 알리고, ‘친일’ 행각을 하면서도 전혀 부끄럼없이 살아가는 그런 부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게 일본 잔재를 없애는 1순위이다. 그나저나 일본산 향나무인 가이즈카를 없애라는 걸 보니 참 새누리답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아침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