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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와 달라도 너무 달라" 서귀포시 쓰레기 토론회
"제주시와 달라도 너무 달라" 서귀포시 쓰레기 토론회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7.02.27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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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재활용자원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 주민 토론회’ 열어
27일 서귀포시 1청사에서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제주

제주특별자치도가 27일 서귀포시 1청사 대회의실에서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이하 요일배출)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24일 제주시에서 개최했던 토론회와 방식은 같았지만 분위기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제주시에선 경쟁하듯 행정과 요일배출을 ‘칭송’하던 토론회였다면, 서귀포시에선 시민에게만 불편을 전가하는 행정을 향한 비판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지정토론석서, 다양한 비판과 아이디어 이어져

장명선 쓰레기줄이기 시민실천운동본부장은 행정 절차의 ‘잘못된 순서’를 지적했다.

장 본부장은 “도가 로드맵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줘서 고맙긴 한데 애초에 제도 시행하기 전 이런 설명회를 통해 소통이 이뤄졌어야 했다”며 “도민들에게 쓰레기 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미리 보여줬다면 갈등도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출 규제 정도를 점진적으로 넓혀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민들이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때나 쓰레기를 배출하다가 1주일에 한 번만 버리게 하니 불편도 크고 불만도 크다”며 “예를 들어 올해는 우선 이틀에 한 번씩 배출할 수 있게 하고 내년엔 사흘에 한 번씩 배출하는 식으로 조금씩 규제하면서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금영 새마을지부녀회장은 요일배출의 성급한 시행을 지적했다.

현 회장은 “쓰레기 정책은 시행하기 전부터 충분히 검토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신중히 내놨어야 했다”며 “시민 반응 안 좋으니까 두 달도 안돼서 바꾸겠다고 하고 시민 사회에 혼란만 준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민 불편을 완화하고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야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이번 개선안은 꾸준히 갈 수 있는 정책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상철 매일올레시장 상인연합회 상무는 고민 없이 만든 홍보물을 지적했다.

현 상무는 “찌라시 같은 요일배출 홍보물을 배포했는데 시민들 참여시키려면 코팅이라도 해서 냉장고나 현관문에 붙여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요일별 해당품목은 공무원만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시경 경실련 공익센터장은 행정의 근시안적인 정책과 폐기물 처리 인프라 부족을 지적했다.

양 센터장은 “행정하는 사람들은 자기 임기만 잘 지나가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장기적인 정책을 고민하지 않는다”며 “10년전, 20년전에 대비했어야 할 하수나 쓰레기 문제를 이제 와서 허둥지둥 처리하려다 보니 이런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상주인구가 20% 증가하고 관광객이 곱절로 늘어났는데 쓰레기 수거 인력은 그대로”라며 “환경미화원 인력과 장비를 대폭 확충 하지 않으면 쓰레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행정기관은 도민에게 지시하는 기관이 아니라 도민이 필요한 것을 도와주는 기관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쓰레기 관련해서 도민보다 더 모르면서 지시하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27일 서귀포시 1청사에서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제주

"리싸이클링 센터, 자원순환 핵심 기능 맡아야" 

지정토론자들은 준광역 클린하우스(리싸이클링센터)가 단지 재활용 보관 장소에 머무는 것이 아닌 자원순환의 센터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진행한 정구철 서귀포 지속가능발전협의회장은 “버려지는 재활용뿐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는 물건을 나눌 수 있게 하고, 학교 근처에도 설치해서 교육용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명선 본부장은 “리싸이클링 센터를 생활 편의시설로 꾸며 폐기물을 버리는 장소가 아닌 쾌적하고 사람들이 찾고 싶은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요일배출은 현 상황에서 필수 불가결한 제도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진영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 당장 매립 시설을 증설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요일 배출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그전에 시민들의 폐기물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 "도민 수준 못 따라올거면 듣기라도 하라" 일침

질의응답 시간에 발언자로 나선 시민들은 일방적인 요일배출 시행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서귀포시 서홍동 주민 조창윤씨는 “분리배출하는 재활용 쓰레기를 투명 비닐에 담으라고 하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1회용 비닐 쓰지 말라며 마트 무상 제공을 금지하지 않았냐”며 “요일배출은 개념 없이 시작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행정이 마치 도민을 ‘을(乙)’처럼 대하며 무조건 따라오라고 한다”며 “행정이 도민 수준 못 따라올거면 시민들 얘기라도 많이 들으라”고 지적했다.

서귀포시 대륜동 주민 문동진씨는 “쓰레기 문제는 배출이 아닌 분리수거에 초점이 더 맞춰져야 한다”며 “근시안적인 요일배출은 폐지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폐기물 처리는 행정이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며 “에너지공사나 관광공사처럼 사업적으로 접근하고 전담할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7일 서귀포시 1청사에서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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