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7:06 (화)
“일반 직장은 육아휴직이 있는데 왜 해녀는 안되나요”
“일반 직장은 육아휴직이 있는데 왜 해녀는 안되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3.04 08: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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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문화연구소, ‘소도리 불턱’ 토크쇼 통해 해녀 이야기 청취
제주도립미술관 ‘물 때, 해녀의 시간’ 연계 프로그램으로 진행

유네스코 세계 인류문화유산으로 우뚝 선 제주해녀. 그들의 위상이 달라졌다. 아주 귀한 존재가 된 셈이다. 하지만 그들이 계속 귀한 존재로 남으려면 그 맥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 제주해녀들이 그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제주섬문화연구소 주관으로 지난 3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우도·김녕·옹포·대평 해녀삼촌춘들 혼디모영 소도리 불턱’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크쇼에 참가한 해녀들. 그들은 먼 미래를 내다본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토크쇼는 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물 때, 해녀의 시간’ 기획전 연계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소도리 불턱에 참여한 제주해녀들. 사진 왼쪽부터 한순일씨, 김양순씨, 좌혜경 제주학연구센터 전임연구원, 좌금옥씨, 오연수씨. ©미디어제주

토크쇼엔 한순일(구좌읍 김녕리), 김양순(우도면 서광리), 좌금옥(한림읍 옹포리), 오연수(안덕면 대평리)씨 등 4명의 해녀가 얼굴을 비쳤다. 이들은 현재 제주해녀의 주축 세대인 60대와 70대들이다. 그들에게 80대 해녀라는 타이들이 다가올 날도 그리 멀지는 않다. 때문에 그들의 물질을 배우고 전해줄 해녀들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우도에 사는 김양순씨는 18세 때부터 물질을 배웠다. 그는 우도에서 물질을 시작하지 않고, 바깥물질을 통해 물질의 신세계를 만났다. 바깥물질을 하러 육지에 나서는 언니들을 따라나선 게 물질의 시작이었다. 그는 물질은 위험한 직업은 아니라고 했다.

“처음부터 물질을 잘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위험한 직업도 아닙니다. 그러려면 욕심을 버려야 해요. 또한 물에 들어가면 물숨을 아껴야 합니다. 그걸 지켜야 하고, 또 부지런해야 합니다.”

김양순씨는 그렇게 물질을 배웠고, 욕심내지 않으면서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제주해녀를 영속시키기 위해서는 행정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녀가 되는 과정은 어려워요. 저는 임신 9개월간 물질을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현대에 맞춰야죠. 여자로서 아기도 낳고 해야 하니까 임신했을 때와 출산기간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절대 해녀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반 직장은 육아휴직을 주는데 해녀는 그런 게 없잖아요.”

제주도내에서 안덕면 대평리만큼 풍광이 좋은 곳이 있을까. 워낙 개발이 되면서 예전의 풍광이 많이 사라지기는 했으나 지금도 대평리의 풍광은 ‘멋’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대평리에서 물질을 하는 오연수 해녀는 대평리를 자랑하며, 인턴 이야기를 꺼냈다.

“인턴학생이 왔는데 진짜 물질에 신경을 쓰고 잘 하는 것 같아요. 욕도 하고 문어도 잡아오라 하고, 전복도 떼보라고 하는데 눈물나면서 노력하고 있어요. 대평리 해녀들이 동생같이 딸같이 대해주고 있어요. 제주도내에 101개 어촌계가 있는데 문제는 해녀를 양성시키는 겁니다. 우리들이 욕심을 부려서 해녀들을 받지 않으려 해요. 새로운 해녀들에게 조금 베풀면 양성화가 됩니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물때, 해녀의 시간' 기획전과 연계한 프로그램인 '소도리 불턱'이 지난 3일 제주도립미술관 1층 로비에서 진행됐다. ©미디어제주

한림읍 옹포리의 좌금옥씨는 한경면 용수리 출신이다. 14세 때부터 바다에 뛰어들었다. 사실은 중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집에서 보내주지 않고, 대신 간 곳이 바다였다. 그러나 이제는 물에 들어가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고 한다.

“옹포는 물질이 아니면 할 게 없어요. 바다가 없으면 살 수 없는 곳이죠. 행정에서 도움을 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제주도내 마을 가운데 잠수굿이라면 김녕리를 빼놓을 수 없다. 음력으로 매년 3월 8일이면 김녕리는 잠수굿에 빠져든다. 한순일씨는 바다에 정성을 들이는 행위가 그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매년 요왕제를 지내는데 신이 없다는 생각은 안해요. 굿은 사흘 전부터 정성을 들이죠. 영혼을 대접하는 게 의미있다고 봐요. 무사안녕을 빌기 위해 배 위에서도 제물을 바치는 지드림을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놓여서 안심이 되니까요.”

이날 해녀 토크쇼는 제주학연구센터의 좌혜경 전임연구원이 맡았고, 제주어로 노래하는 가수 양정원씨가 초청돼 좋은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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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한 관심분야 2017-03-05 08:29:19
이런 행사가 도내 곳곳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면 좋겠으며, 관광객과 함께하는 코너를 마련해 보는 건 어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