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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섬문화축제 일방적 추진, ‘돈먹는 하마’ 전락 우려”
“세계섬문화축제 일방적 추진, ‘돈먹는 하마’ 전락 우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3.13 16: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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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희 교수, “문화행사 통한 헤게모니 선점 전략은 정치적 판단일 뿐” 지적
지난 1998년과 2001년 두차례 열린 바 있는 세계섬문화축제를 부활시키려는 제주도의 정책 발표에 대한 우려 섞인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문화행사를 통한 헤게모니 선점 전략이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세계섬문화축제를 하이난, 오키나와 등 여러 지역을 순회하는 구도로 만들지 못하고 제주에서 지속적으로 열리게 되면 내수용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이같은 순회 개최 구도가 형성되기 전에 제주도가 일방적으로 세계섬문화축제를 추진한다면 ‘돈 먹는 하마’로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13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위원장 김희현) 주관으로 열린 세계섬문화축제 관련 정책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에서 전문 패널로 참석한 양은희 건국대 글로컬문화전략연구소 교수의 지적이다.

 

양 교수는 우선 ‘세계성’이라는 수사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세계화’가 자본을 수반한 문화 교류가 핵심이며 그런 ‘세계화’의 과정에서 대두되는 수사학으로서의 ‘세계성’에 주목했다.

 

제주를 세계 섬문화의 거점으로 표방하려는 구상은 결국 헤게모니 갈등에 부딪칠 수 있으며 다른 지역의 공감대를 얻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대부분 섬 지역이 식민지로서의 아픔을 겪었다는 공통점을 들어 “근대 이전의 원시적 문화를 전통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원주민 차림의 공연 축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오락과 관광을 지양하고 과거와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결국 헤게모니 선점이라는 전략적 접근을 넘어 세계 섬문화와 연대하는 축제는 제주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공동체 구성이 가능한지를 타진한 후 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연대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공공성이 강한 주제일수록 적은 예산을 들여 예산에 비해 효율적인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에 그는 세계섬문화네트워크, 세계섬문화연구센터 등 작은 구조의 학술적, 문화적 가치 연구와 교류에서 시작한 후 장기적으로 ‘세계섬문화축제’를 가동시킬 공감대와 공동 자원을 구축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과거에 실패한 적이 있는 축제는 꼼꼼한 타당성 분석과 의견 수렴 없이 진행하는 것은 무모하다”면서 새로운 축제를 부활시킴으로써 제주국제관악제, 합창제, 4.3미술제, 들불축제 등 수년 또는 수십년간 유지된 축제들이 세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기존 생태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민간 주도로 관심과 열정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지역에서 오랫동안 버티고 있는 축제에 눈을 돌려 제주국제관악제, 탐라문화제, 스태핑스톤 락 페스티벌 등을 업그레이드하고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함평나비축제와 부산영화제, 광주비엔날레 등 성공적인 축제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면서 특히 부산영화제는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장르와 콘텐츠로 시작했다는 점, 광주비엔날레는 국제 미술계라는 탄탄한 시장을 포섭했다는 점 등을 성공 요인으로 분석했다.

 

김석윤 도 축제육성위원회 위원도 “제주세계섬문화축제가 기존 축제와 서로 죽지 않고 상승효과를 보려면 각 축제의 역사성을 보장하는 방안과 섬문화축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계획을 조화롭게 만드는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섬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도내 축제를 재구조화하려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지난 1998년과 2001년 두차례 열린 섬문화축제는 각 124억원, 9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관광객 유입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물론 일회성 공연 위주 행사로 제주의 독창적인 이미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지난 2012년 전임 도정 때 열린 탐라대전 역시 25억원이라는 혈세를 낭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제주도정이 세계섬문화축제 부활시키겠다는 발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섬문화축제 정책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가 13일 오후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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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화 2017-03-13 21:12:05
국민의 혈세인 에산으로하는 축제를 이렇게 하다니 ㅠㅠ

있는 축제라도 잘~~ 2017-03-13 19:33:45
지금 제주도가 하고있는 축제라도
잘해놓고 새로운 축제개발을 해야~~
자신들의 돈이 아니니 하고보자는 식의 축제는 해서는 안된다.
민간에서 하드라도 자부담을 50%이상인 경우만 세비 지원해야 발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