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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차량 위주가 아닌 사람 위주여야 한다”
[미디어 窓] 30년만에 수술대에 오른 제주도 대중교통을 보며
교통혼잡비용 5천억원…대중교통 전면 개편으로 줄어들 것 기대
데스크승인 2017.05.16  08:36:44 김형훈 기자 | coffa@naver.com  
   
원희룡 도지사가 제주도내 대중교통 전면 개편을 발표하고 있다.

간혹 버스를 탄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좀 걸어야 한다.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10분은 걸린다. 버스를 타면 좋은 게 있다. 운전을 하지 않아서 좋고, 여유도 생긴다. 창밖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기도 한다. 책을 꺼내 읽기도 한다. 버스를 탈 때의 개인적인 기분이다.

 

그렇다고 매번 버스를 타지 않는다. 우선은 자가용이라는 수단을 이용해서 취재를 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기자 초년시절에 버스를 타고 취재를 다녔던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벌써 운전대를 잡은지 24년째가 된다.

 

제주도처럼 자가용 천국인 곳도 없다. 집집마다 2대의 차량이 있다. 그러다보니 거리는 차량으로 넘쳐난다. 길가도 차량으로 들어차 있다.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 주거를 개선해주겠다며 도로를 넓히면 사람보다는 차량이 그곳을 점유한다. 도로가 복잡하다고 또 다른 도로를 만들면 그 도로 역시 차량으로 넘쳐난다. 바로 도로를 넓혔더니 더 막히는 ‘브라에스 패러독스’가 증명되곤 한다.

 

도로를 넓히는 건 도심환경을 위해서도 좋지 않거니와, 운전자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 요즘 제주도심 곳곳이 막히는데, 도로를 넓히고 주차장면을 더 확보해달라고 요구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그럴 경우 결국은 사람 위주가 아닌 차량 위주의 세상에 지배를 당하게 된다. 물론 ‘브라에스 패러독스’를 톡톡히 느낄 뿐이다.

 

그렇다면 해결점은 뭘까. 바로 대중교통에 있다.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꺼리는 이유는 불편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좀 더 가까운 곳에 정류장이 있고,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좀 더 빨리 가고 싶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차량 증가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는 대중교통을 원활하게 만드는 일이다. 차량 증가로 몸살을 앓는 제주도는 갈수록 교통혼잡비용이 늘고 있다. 지난 2010년 제주도의 연간 교통혼잡비용은 1359억원이었다. 차량운행과 그에 따른 시간낭비, 연료 소모 등을 합할 경우 거리에 쏟아붓는 돈이 그렇다는 말이다. 2012년엔 2958억원으로 추정됐고, 2015년은 4370억원에 달한다는 추정치가 나와 있다. 올해는 더 늘게 뻔하다. 추산을 한다면 족히 5000억원을 넘는 돈을 도로에 뿌리고 다닌다는 점이다. 대중교통이 좋다면 이 돈을 버릴 이유가 없다.

 

지난 1995년 제주도내 곳곳을 다니는 버스는 745대였다. 가장 버스가 많은 시절이었고, 한해 버스 이용객은 7671만명으로 집계돼 있다. 지금은 어떤가. 지난해 버스 이용객은 5659만명이다. 상주인구는 20만명 늘고, 관광객도 급증했지만 버스 이용객은 줄고 자가용 이용객만 늘어났다. 도로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고, 교통혼잡비용이 과다 지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그런 면에서 어제(16일) 원희룡 지사가 직접 발표한 대중교통 전면 개편에 기대가 크다. 솔직히 도정의 행보를 칭찬하는데 인색하지만 대중교통 전면 개편 발표만큼은 칭찬을 해주고 싶다. 서울은 버스를 타기가 굉장히 편한 도시이다. 자가용 운전자가 오히려 이동하기 불편한 곳이 서울이다. 어제 발표한 제주도의 대중교통 전면 개편은 서울, 혹은 그 이상을 겨냥했다는 느낌이다.

 

물론 불편할 수는 있다. 무조건 자신이 가야할 곳 바로 앞에 주차를 해야 하는 인식이 제주도에 강하다. 이런 환경에서 대중교통을 선뜻 이용하겠다고 나설 이들이 얼마일지는 궁금하다. 그러나 도시는 차량을 몰고 다니는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사람이 우선이고, 차량은 차순위여야 한다. 새로운 대중교통 체계는 8월 26일부터 시작된다. 대수술이기에 정책을 다루는 공무원들은 좀 더 사람을 위한 대중교통 마련을 해주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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