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시민복지타운 내 시 청사 부지에 행복주택 사업 강행 방침을 밝히면서 행복주택 도민 인식조사 결과 ‘비공개’ 방침을 7시간여만에 번복한 데 이어 원희룡 지사의 기성세대 양보 발언으로 잇따른 자충수를 두고 있다.
시 청사 부지에 행복주택 사업 추진 계획이 최종 확정 발표된 것은 지난 8일이었다. 고운봉 제주도 도시건설국장은 “다양한 방법으로 도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도내 주택가격과 임대료 급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거약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사업 강행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9월 행복주택 후보지로 시민복지타운 시 청사 부지가 선정된 후 설명회, 토론회, 도민 인식조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찬성-반대 비율을 밝히면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도민 인식조사 결과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도민 인식조사 결과 비공개 방침이 원 지사의 결재를 받은 사항이라고까지 언급했지만 결국 같은 날 오후 4시50분께 “일부 언론 등에서 불필요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조사 결과를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조사 결과와 설문 내용을 분석한 결과 처음부터 도민 인식조사가 찬성 의견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도록 설계돼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미디어제주>에서 ‘“시 청사 이전하라”는 의견 원천 배제 의혹 ‘파문’ ’ 보도를 통해 이미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반대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당초 계획대로 시 청사를 이전하라’는 의견은 아예 반영될 수 없는 도민 인식조사 결과를 근거로 사업추진 강행 방침이 결정된 것이다.
게다가 원희룡 지사는 지난 12일 주간정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조상 대대로 물려온 제주의 공동체가 미래에도 유지되고 미래 세대의 희망을 위해서는 우리 기성세대와 기존 제주사회가 일정 부분 양보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으로 더욱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시 청사 부지 내 행복주택 건립에 대한 반대 여론을 기성세대의 반대 논리 정도로 치부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취재한 바로는 도남동 주민들은 ‘행복주택’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행정이 주민들에게 약속한 시민복지타운 조성 계획을 백지화해 놓고 당초 도시계획에도 없던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조성함으로써 스스로 행정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 청사 이전을 포함한 시민복지타운을 조성하겠다면서 토지를 강제수용 당한 주민들로서는 “당초 계획대로 토지를 이용하지 않을 거라면 원토지주들에게 땅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50여만명 제주시민들을 위한 소중한 공간을 760세대만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 과연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정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인 것이다.
원 지사가 이런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기성세대의 반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중대한 착각일 뿐만 아니라, 찬성과 반대 의견을 세대간 갈등으로 규정짓는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지난해 처음 국토교통부의 행복주택 사업 후보지 선정 소식을 발표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이 얘기했던 “도민 공감대를 형성해가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이 이행됐다고 보는지 다시 한번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내놓을 것인가.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대는 목소리만 크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찬성은 대다수이지만 시끄럽지 않습니다.
명분 없는 반대 이제 지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