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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목숨 건 투쟁, 이제는 자연스러운 축제처럼”
[이 사람] 87년 제주대 ‘4.3 대자보 사건’의 주인공 김창옥씨
데스크승인 2017.06.18  15:37:44 홍석준 기자 | hngcoke@naver.com  
   
87년 제주에서 대규모 6월항쟁의 시발점이 됐던 ‘제주대 4.3 대자보 사건’의 주인공인 김창옥씨가 <미디어제주>와 만난 자리에서 30년 전의 기억에 대한 소회를 풀어내고 있다. ⓒ 미디어제주

 

1987년 4월 3일 아침. 제주대 본관 학생회관 건물의 외벽에 대자보가 붙었다.

 

‘한라산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이라는 문구로 시작한 제주대 총여학생회 명의의 대자보였다. 1947년 3.1절 기념식장에서의 발포 사건으로 촉발된 40년 전의 무고한 양민 학살 사건의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대자보의 주된 내용이었다. 비슷한 내용의 대자보가 사회과학대 건물에도 붙여져 있었다.

 

이 ‘4.3 대자보 사건’을 두고 <제주민주화운동사 ‘타는 목마름으로’>에서는 “1987년 제주에서 대규모 6월항쟁을 있게 한 대중운동의 분수령이자 4.3 진상 규명의 변곡점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년 전 제주대 총학생회가 4.3 분향소를 설치한 데 이어 이 대자보 사건이 4.3 진상 규명 운동의 불씨를 지피는 사건이었던 셈이다.

 

더구나 이 대자보 사건으로 4월 15일 당시 총여학생회장과 사회과학대 학생회 홍보부장이 경찰에 연행되자 이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학생들이 수업 거부, 시험 거부 등으로 맞서면서 결국 제주에서 수천명의 학생들이 한 목소리를 내며 시위에 참가하는 역사적인 제주 6월항쟁으로 이어지게 됐다.

 

당시 직접 이 ‘4.3 대자보’ 문안을 작성한 사람들 중 한 명이 김창옥씨(51)였다. 사회과학대 학생회 기획부장이었던 김씨는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김씨는 “당시 총여학생회장과 함께 사회과학대 김병현 홍보부장이 경찰에 연행됐는데, 저보다 세 살 많은 예비역이었던 그가 대자보를 자기가 썼다고 하면서 경찰에 연행된 상황이었다”고 <미디어제주>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당시 대자보는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 사회과학대 학생회 등 3곳에서 따로 써서 붙였다”면서 “큰 틀에서 모두 4.3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내용이었지만 사회과학대 대자보에서 희생자 수를 7만명으로 기술한 것이 문제가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대부분 국내 자료들이 4.3 관련 희생자 수를 1만5000~2만명으로 기술하고 있었는데, 7만명이라는 희생자 숫자가 대자보에 기술된 근거를 경찰이 집중 추궁한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그는 “당시 재일교포가 쓴 일본에서 나온 자료를 토대로 대자보를 썼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면서 “경찰에서도 이 사건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엮으려고 집요하게 매달렸다”고 연행됐던 동료 학생들로부터 들은 얘기를 전했다. 자칫 경찰의 대대적인 ‘공안 몰이’로 이어졌을 수도 있었던 엄중한 상황이었다.

 

김씨는 자신이 대자보 문구를 작성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당시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이었던 오용욱 회장이 쓰자고 해서 펜대를 잡은 것일 뿐이었다”면서 “돌이켜보면 누가 썼느냐보다 리더가 누구였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이와 함께 그는 “원래는 문승준 부회장이 대자보를 써야 했는데, 그가 전날 술을 많이 마셔 숙취 때문에 대신 대자보를 쓴 것이었다”면서 “문구는 내가 잡았지만 글씨는 문 부회장이 2부를 써서 본관과 사회과학대 건물에 붙였다”고 당시 기억을 소환해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운동권 학생들의 의문사 사건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시위에 나선다는 게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면서 “지금은 가족들이 함께 촛불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는 자연스러운 축제처럼 진행되는 것 같다”고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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