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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의 ‘조작 → 기정사실화’로 신화화된 설문대할망”
“연구자들의 ‘조작 → 기정사실화’로 신화화된 설문대할망”
  • 미디어제주
  • 승인 2017.06.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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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거짓투성이 설문대할망 신화 <7> 본론(本論) ⑥

구전으로 전해져온 ‘설문대할망’을 제주 창조 신화의 주인공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제주지역 학계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은 이처럼 설문대할망 이야기를 신화로 만들어가는 데 대해 관련 전공자인 장성철씨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취지의 반론적 성격의 글이다. 실제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현승환 교수도 지난 2012년 ‘설문대할망 설화 재고’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연재 기고를 통해 설문대할망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8. 설문대할망 신화관 건립 논거에 대한 검토 ④

 

「설문대할망과 여성신화」(부제: 일본 · 중국 거인신화와의 비교를 중심으로)[허남춘(제주대학교 인문대학 국문학과 교수), 탐라문화 42호, 2013년, 101~134쪽]

 

* 위 글의 주요 내용 : ⑴ “부제: 일본 · 중국 거인신화와의 비교를 중심으로”(101쪽) …… 주변국 설화와 비교하는 ⑴과 같은 방식은 한 편의 설화가 신화냐 전설이냐의 여부를 식별하는 데에는 사족(蛇足) 달기나 진배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주변국의 유사한 설화들은 인간 보편성이라는 속성으로 인해 자생적인 것인지 전파에 의한 것인지를 분별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위 글은 논리학의 각종 오류(부당가정의 오류, 우연의 오류, 조급한 개괄의 오류, 오류유추 등)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인 셈이다. 일례를 들면, ‘탐라전설(설문대할망) 본문’과 ‘주변국신화(미뤄타) 본문’의 비교는 ‘오류유추’(근본적으로 다른 두 현상을 놓고서 겉으로 드러나는 유사성만으로 유추하여 한쪽에만 참인 것을 다른 한쪽에 대해서도 참인 양 잘못 유추하는 데서 생기는 오류)를 범하는 짓이다. 그러니, 신화론자들은 ⑴과 같은 군일은 그만두고 할일을 해야 한다. 할일이란 설문대할망 설화가 신화임을 입증할 수 있는 본문, 그 본문 해석, 설문대할망 자의 풀이, 그리고 설문대할망 설화의 생성 배경[‘삶의 자리’ 곧 ‘민중사’(民衆史)]을 제시하는 것이다.

 

⑵ “우리의 경우 (중략) 소개하고 있다.”(106~107쪽)[⑵의 개요(槪要) : 설문대할망 설화는 천지창조 신화가 파편화된 ‘지형형성’ 설화로 추정된다. 이는 일본 연구자들(오바야시, 노루라 신이치 등)의 견해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은 신화를 ‘천지분리, 복수의 해와 달, 국토생성(거인 / 떠오는 섬)’으로 분류한다. 이에 의하면, ‘거인’에는 ‘설문대할망’이, ‘떠오는 섬’에는 ‘비양도’가 해당된다.] …… ‘비양도 전설’(『제주도 전설』, 현용준, 25~26쪽)이 신화라고? 삼척동자도 코웃음 칠 일이다. 여하튼, 바로 이 일본인들의 논리가 작금의 신화론자들(설문대할망 설화를 신화라며 혹세무민하는 무리)의 논거(論據)이다. 하지만 일본설화는 일본 논리로, 탐라설화는 탐라 논리로 논해야 한다. 일본 논리는 일본설화에서, 탐라 논리는 탐라설화에서 귀납(歸納)된 것이니까.

 

그런데 왜 신화론자들은 구비문학 설화이론도 탐라 논리도 아니라 하필이면 일본 논리로 탐라설화를 논하는 것일까? 일본이 한국의 상전(上典)이라서? 여태껏 의식이 일제 식민 치하에 머물러 있어서? 일본이 대동아공영권 주축이라서? 탐라 땅이 아직도 ‘자의 그대로의 제주’(고려의 구제를 받아야 할 고을)로 여겨져서? 주체성도 자존심도 없어서? 참, 일본의 꿈이 태평양전쟁 당시에도 이 순간에도 미래에도 ‘대동아공영권의 확립 · 확산’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내친김에 말하면, 탐라 논리와 아울러 구비문학 설화이론은 ‘설화의 신화‧전설 여부는 지형형성 자체가 아니라 그 지형이 포괄적 증거물이냐 특정의 개별적 증거물이냐에 달려 있다’라는 것이다. 이는 특정의 개별적 증거물뿐인 설문대할망 설화는 전설이라는 말이다.

 

⑶ “중국 소수 민족인 (중략) 여신의 영역이다.”(109쪽)[⑶의 개요 : 중국 소수민족의 여신들(장족의 무리우쟈, 야오족의 미뤄타)은 바느질로 하늘과 땅의 크기를 맞추었는데, 그 결과 산과 계곡이 생겨났다. 이는 설문대할망이 손으로 긁은 곳은 계곡이 되고 퍼 담은 곳은 산이 되었다는 모티프와 유사하다. 그렇다면, 설문대할망 설화 속의 ‘일출봉 등경돌’은 ‘설문대할망의 하늘과 땅에 대한 바느질 흔적’이 아닐까?] …… ‘설문대할망이 손으로 긁은 곳은 계곡이 되고’는 도대체 어디서 난 것일까? 위 글 저자가 날조한 것일까? 21세기에 신화를 만들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게다가, ‘일출봉 등경돌’(위 책, 29~30쪽)은 ‘설문대할망의 하늘과 땅에 대한 바느질 흔적’이라고? 추정과 논리 비약, 아니, 설화 조작(왜곡‧날조 등)이 갈수록 요지경 속 같다. 물론 이 조작들도 어김없이 후학들(또는 제주특별자치도)에 의해 기정사실화되겠지?

 

첨언하면, ‘작금의 거짓투성이 설문대할망 신화’는 실은 ‘한 사람은 설화를 조작하고 다른 사람은 그 조작을 기정사실화하는 일련의 과정’(‘조작→기정사실화’) 속에서 생겨난 것이다.

 

⑷ “설문대는 선문대, 설명두, 세명뒤 할망, ‘선마고’(詵麻姑), 사만두고(沙曼頭姑)라고도 한다.”(112쪽) …… 설문대할망과 선마고는 별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을 동일시함은 선마고를 매개체 삼아 설문대할망을 마고할미의 아류(亞流)로 만들려는 한반도인들의 음흉한 속셈의 발로다. 따라서, 이는 설화 조작인 동시에 ‘조작→기정사실화’의 일례(一例)다.

 

⑸ “일본설화에 의하면, 산정의 발자국이나 호수는 거인 흔적이다. 그렇다면, 물장오리도 설문대할망이 발로 밟아 만든 호수라는 증거물이었으리라.”(123쪽) …… 한심스러운 발상이다. 일본은 오리지널, 탐라는 이미테이션이란 말인가? 이는 기정사실화를 위한 유치한 조작이다.

 

⑹ “오백 아들을 위해 죽을 쑤다가 죽 솥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왜냐하면 자료에 조작된 증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중요한 것은 이 자료의 왜곡 여부가 아니라 왜곡 여부와 상관없이 이러한 내용이 이후도 스토리텔링에 반복적으로 나타나서 수용되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128-129쪽) …… 설화는 민중의 삶의 소산이다. 이는 설화의 주체는 민중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설화를 조작‧변조 등을 한다 해도 그것은 오직 민중의 소관사항이지 설화‧스토리텔링 연구가의 것은 아니다. 그러니, ⑹은 전혀 별개인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을 일체화(一體化)하려는 불의한 저의(底意)의 발로로 ‘조작→기정사실화’의 일례다.

 

⑺ “자지명왕아기씨 (중략) 설문대할망이 있었다.”(131쪽)[⑺의 개요 : 자지명왕아기씨‧삼승할망‧가문장아기 같은 여성신화 주인공의 근저에는 여신 설문대할망이 있다.] …… 이는 ‘한낱 추정‧논리 비약에 의한 것’ 곧 ‘날조’다. 왜냐하면, 동해용왕 따님아기는 저승할망 직능을, 명진국 따님아기는 삼승할망 직능을 설문대할망이 아니라 옥황상제로부터 각각 부여받았으니까(『제주도 신화』, 현용준, 31쪽). 고로, 이 또한 기정사실화를 위한 조작의 일례다.

 

⑻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민의 염원을 들어주어 육지로 이어지는 다리를 놓아 주려 했다.”(131쪽) …… 어불성설이다. 지난날 탐라 민중은 한반도(소위 ‘육지’)를 증오했으니까(후술함).

 

* 위 글에서는 일본 논리를 앞세운 추정‧논리 비약 등이 난무하고 있다. 반면, 탐라 논리는 물론이고 설문대할망 전설 이면의 정신‧역사 등도 가뭇없이 축출당하고 말았다.

 

 

<프로필>
- 국어국문학, 신학 전공
- 저서 『耽羅說話理解』, 『모라(毛羅)와 을나(乙那)』(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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