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더하기, 빼기
더하기, 빼기
  • 홍기확
  • 승인 2017.07.06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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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141>

아이가 난데없이 퀴즈를 내겠다며 나에게 묻는다. 2 더하기 9는? 거기에서 4를 빼면? 거기에서 13를 곱하면? 나는 당당히 대답한다. 정답은 91.

아이는 난리다. 아빠 수학 잘한다며. 사실 2 더하기 9에서 4를 빼지 않았으면 망신당할 뻔 했다. 15 곱하기 13을 한다면? 자신 없다. 두 자리 수끼리 곱하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중간에 무언가를 빼서 다행이었다.

어라? 빼기라….

 

갑작스레 생각에 빠진다. 요란한 아이의 말을 뒤로 한 채, 우두커니 앉아 생각에 빠진다.

살다가 누가 뭐라 하지 않았는데 더하고 곱해가면서 스스로가 만든 압박에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이게 아니었는데 하면서 점점 커지는 일에 숨 가쁠 때도 있다. 이미 숫자를 곱해버렸다면 때는 늦은 법.

미리 뺐어야지.

 

일본은 지난 2012년부터 ‘단사리(斷捨離)’가 유행이다. ‘끊고 버리고 떠난다’는 단사리는 2011년 대지진과 쓰나미로 가족, 소유물 등 모든 것이 한순간에 파괴되는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이른바 ‘버리기 열풍’이다. 소유보다는 존재에, 풍요보다는 필요에 더 중요성을 느낀 것이다.

 

나도 사실은 요즘 ‘버리고’ 있다.

며칠간 책들을 버리고 있다. 사실 버리려 현관에서 놓은 책들을 도로 가져오는 경우도 꽤나 있다. 아직까지 버린다는 것은 나한테 이질적인 경험인가보다.

달력의 일정들도 하나둘 끊고 있다. 꼭 필요한 일정과 만나야 할 사람을 제외하고는 단절을 시키고 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들이 자연스레 남았다는 것이다.

물론 책들이 빠진 자리에 다시금 새로운 책들이 채워질 것을 안다. 그리고 알맹이가 빠진 달력의 빈자리에 새로운 ‘해야 할’ 것들이 들어설 것도 안다.

하지만 빼는 연습은 꼭 해야 한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모두는 더하기를 배운 다음, 빼기를 배웠다.

두 가지를 모두 열심히 배웠는데 가끔은 더하기만 하는 건 아닌가 싶다.

더할 때는 빼지 못한다. 뺄 때는 더하지 못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다. 더하기와 빼기를 교대로 해야 한다.

 

제프 딕슨 (Geoff Dixon)이라는 호주 콴타스항공의 CEO가 쓴 글, 『우리 시대의 역설』을 발췌해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이들에게 묻고 싶다.

왜일까?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졌다.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다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쾌락을 느끼게 하는 더 많은 약들

그리고 더 느끼기 어려워진 행복’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홍기확 칼럼니스트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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