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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람사르 습지도시와 사파리월드, 공존 가능가능할까?
세계 첫 람사르 습지도시와 사파리월드, 공존 가능가능할까?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7.0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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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사파리월드 새 국면 ④ 습지도시 인증 후보지 선정의 의미
“이웃마을간 갈등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제주도가 교통정리 나서야”
지난 6월 16일 선흘1리 주민들의 동백동산 인근 사파리월드 조성 사업 반대 기자회견 모습.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지난달 초 이 기획 연재기사를 시작한 뒤로 한 달이 지났다. 그 한 달 사이에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선흘1리 마을회와 동복리 마을회가 잇따라 사파리월드 조성 사업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표명하면서 자칫 마을 주민들간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된 것도 사실이다. 애초 동복리 마을회장과 선흘1리 마을회장을 차례대로 인터뷰한 뒤 기사를 내보내면서도 내심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환경부가 지난달 30일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 신청 후보지 선정 결과를 최종 발표하면서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 동백동산 습지를 품고 있는 제주시 조천읍이 강원 인제군(대암산 용늪), 경남 창녕군(우포늪)과 함께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 신청 후보지로 최종 선정됐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1차 후보지역으로 선정된 제주시는 오는 10월까지 람사르협약 사무국에 인증 신청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 내년 10월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13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최종 인증서를 받는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문제는 동복리가 추진중인 사파리월드 사업이 동복리마을회 구상대로 진행될 경우,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 후보지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람사르 습지도시가 ‘마을(Village)’ 개념이 아니라 ‘도시(City)’ 개념이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적으로 습지도시 인증을 받으려면 선흘1리만이 아니라 조천읍 지역 내 모든 마을의 환경 여건과 생태계 보전을 위한 공동체의 노력이 평가 대상이 된다.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 후보지로 선정된 조천읍도 앞으로 람사르 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 사무국을 설치해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향후 토지이용계획과 조천읍 관내 습지 보전 계획 등에 대한 용역을 실시하는 등 본격적인 람사르 습지도시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그동안 마을 주민들과 함께 선흘1리를 생태마을로 가꾸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왔던 고제량 (사)제주생태관광협회 회장은 조천읍이 람사르 습지도시 인정 후보지로 선정된 데 대해 “주민 참여 습지 보전과 도시 팽창으로 인한 습지 훼손 방지라는 국제 정책에 공감, 인증에 도전한 것”이라면서 “환경부도 그동안 동백동산 습지에 대한 보전 활동을 인정하고 이를 조천읍으로 확대하기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 회장은 “사파리월드가 계속 진행될 경우 동백동산 습지가 고립돼 생태계 교란 위험이 있고 사업부지 내 습지와 습지 보호식물의 훼손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인증 후보지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습지도시 인증 후에도 사파리 개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인증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사안은 단순히 사파리월드 사업에 대한 찬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첫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에 대한 가치 판단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미 <미디어제주>가 이번 기획 연재기사를 통해 설명한대로 사파리월드 사업은 사업부지에 포함돼 있는 도 소유의 공유지 임대 또는 맞교환, 문화재 현상변경허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 승인권자인 제주도로서는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 후보지로 선정된 조천읍이 인증 후보지에서 제외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파리월드 사업 승인을 내주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 소유 공유지를 사파리월드 조성 사업에 임대해주거나 부지를 맞교환해주는 것을 전제로 사업 승인을 내주고 세계 첫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이라는 기회를 잃게 된다면 그 후유증을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칫 이웃 마을간 갈등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제주도가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과 제주의 기존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 사파리월드 조성 사업이 과연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도민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이기도 하다. 

 

한편 ‘람사르 습지도시’는 지난 2015년 6월 1일부터 9일까지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12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과 튀니지가 공동 발의한 ‘습지도시 인증제’ 결의안이 채택된 후 첫 습지도시 인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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