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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나간 ‘골프 대디’ 도 넘은 ‘바지 바람’
​엇나간 ‘골프 대디’ 도 넘은 ‘바지 바람’
  • 미디어제주
  • 승인 2017.07.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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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체납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소연(오른쪽). [사진=연합뉴스]

한국여자골프는 최근 신지애(2010년), 박인비(2013년) 이후 또 한 번 세계 최정상 선수를 배출했다. 지난달 말 유소연(27)이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하는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영광스러운 순간도 잠시, 전 세계적으로 망신살이 뻗쳤다. 엇나간 ‘골프 대디(Golf Daddy)’의 도 넘은 ‘바지 바람’ 탓이다.

골퍼로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에 앉은 유소연은 찬사 대신 거센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유소연의 아버지 유모씨의 골프 밖 추문 때문이다. 유씨는 2001년부터 16년간 지방세 3억1600만원과 가산세를 내지 않고 버티다 최근 납부했다. 비난 여론에 뒤늦게 체납 세금을 납부했지만, 이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욕설과 협박성 위협이 담긴 문자를 보낸 사실이 알려졌고 세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민원을 제기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결국 유소연이 아버지의 과오를 대신해 공식 사과문까지 내며 고개를 숙였다. 유소연은 지난 5일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아버지의 일로 많은 분들께 큰 노여움과 실망을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아버지 또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옳지 못한 언행과 지난 과오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담당 사무관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렸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골프 대디’의 빛과 그림자가 여실히 드러난 단면이다. 골프 대디의 본질적 의미는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 한국여자골프의 선구자인 박세리(40)가 대표적인 사례다.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씨는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박세리를 세계적인 골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직접 골프채를 손에 쥐어주고 스윙을 가르쳤다. 아버지의 존재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정신적 지주였다. 현재도 아버지가 생업을 포기하고 스윙코치, 매니저 겸 운전기사, 캐디를 도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한국형’ 골프 대디의 이면에는 부끄러운 단상이 그려지고 있다. 최근 유소연 아버지의 ‘체납 논란’ 외에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김해림(28)의 아버지가 대회장에서 추태를 벌인 사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소속사 매니저를 상대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해림도 아버지를 대신해 공식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자녀의 성공을 등에 업은 골프 대디의 잘못된 처사는 ‘갑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어가기에는 도가 지나치다. 여전히 수면으로 나오지 않은 골프 대디의 ‘내가 OOO의 아버지니까 내가 왕’이라는 식의 ‘갑질 태도’는 골프계를 멍들게 하고 있다. 최근 나온 몇몇 사건은 이런 문제가 곪아 터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골프계의 시선이다.

결국 골프 대디의 비뚤어진 언행에서 나온 부작용은 선수의 경기력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난달 85주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지켰던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부모도 지나친 간섭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후 스윙코치와 캐디 등 모든 것을 바꾼 리디아 고는 최근 우승권과 멀어진 채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골프 대디는 한국여자골프의 발전에 기여한 든든한 존재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이름을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아졌다. 지금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와 K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우승 이후 부모에게 최우선으로 영광을 돌린다. 어린 시절부터 프로 무대에서 성공하기까지 항상 옆에서 마음고생을 나눈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공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젠 골프 대디들도 이에 따른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다.

가슴 뭉클한 ‘아버지’라는 단어가 골프계에서 부정적 이미지로 심어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부모는 늘 자녀의 그림자 같은 존재다. 그런데 아버지가 단지 어두운 그림자가 돼서는 안 될 일이다. 최근 LPGA 투어 생애 첫 우승과 함께 ‘아버지의 이름으로’ 눈물을 흘린 대니얼 강(미국)의 가슴 뜨거운 ‘골프 대디’의 그리움은 누군가의 아버지는 느껴야 할 장면이었다.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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