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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부턴 저도 납읍리 주민 … 벌써부터 설레요”
“다음달부턴 저도 납읍리 주민 … 벌써부터 설레요”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8.2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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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해직 언론인에서 목수로 변신, ‘제2의 인생’ 시작하는 김기호씨
제주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 지 4년만에 애월읍 납읍리에 자신의 집을 짓고 있는 김기호씨. ⓒ 미디어제주

 

지난 18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에 있는 한 주택공사 현장. 제주살이 4년만에 자신이 정착할 집을 직접 짓고 있는 제주 이주민 김기호씨(52)를 만났다.

 

해직 언론인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지만, 지금은 ‘목수’라는 직업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다.

 

전국언론노조 MBN지부 위원장을 맡고 있던 그는 지난 2005년 1월 상사를 폭행했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후 3년여 기간에 걸친 지루한 법정 투쟁 끝에 결국 복직이 이뤄졌지만, 그는 복직 후 일주일만에 다시 사직서를 제출했다. 본격적으로 목공 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경북 청도의 한옥학교에서 목수 일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2012년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취득, 2014년부터 제주에 와서 문화재 보수 관련업체에 몸을 담고 있다.

 

“지금도 제가 제주에 온 날짜를 잊지 않고 있어요. 세월호 사고가 나기 사흘 전인 4월 13일이거든요. 잊을 수가 없죠”

 

언제부터 제주에 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을 들으면서 후반기 인생을 제주에서 살게 된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명색이 한옥 목수인지라 집 짓기에도 직접 많은 공을 들였다. 전통 한옥보다 처마 길이를 짧게 한 데 대해서도 그는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 날씨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주는 비가 올 때 바람 때문에 옆에서 치기 때문에 처마 길이가 길어지면 와류가 생겨 한옥 목조주택의 생명인 대들보가 빗물로 썩어들어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기둥뿌리가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김씨가 애월읍 납읍리에 터를 잡은 곳. 원래 집이 있던 모습(위)과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집의 모습이다. ⓒ 미디어제주

기존에 있던 집을 헐어내고 다시 짓고 있는 집이지만 겉에서 보는 형태는 거의 비슷하다. 돌담 쌓기와 미장 일, 창문, 바닥 타일 시공 외에는 거의 대부분 직접 그의 손길을 거쳤다. 방 구들과 아궁이도 직접 책을 읽고 원리를 터득해 연구해가면서 공을 들였다.

 

“그러고 보니 언론사 일을 한 게 10년, 목수 일을 하기 시작한게 10년이 됐다”고 자신이 살아온 삶을 담담히 얘기하는 그에게 어느 쪽이 더 맞는 거 같느냐는 질문을 했더니 주저 없이 “솔직히 노가다가 체질인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하루 종일 10시간 넘게 움직여야 하는 육체 노동을 하면서 현장에서 흘리는 피와 땀의 가치를 절실히 깨달았고, 그 경험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게 됐다는 얘기다.

 

“아름다운 곳 제주에서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고, 아름다운 집을 짓게 됐다”면서 “나의 후반부 삶은 정말 복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그에게서 납읍리 주민으로서의 삶을 기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제주에 집을 짓자는 얘기를 먼저 꺼낸 것도, 납읍리에 있는 지금의 집 터가 마음에 든다고 한 것도 아내였다면서 유독 ‘아내의 선택’을 강조하는 그는 “원래 그렇게 사는 거 아녜요?”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옥 목수인 김씨가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면서 뿌듯해 하는 부분이 대들보와 천정의 마룻대를 전통 방식으로 연결한 대목이다. ⓒ 미디어제주
김씨가 직접 아궁이에 불을 피워 연기가 굴뚝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점검해보고 있다. ⓒ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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