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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귀포 횡단도로는 언제 처음 뚫렸을까?”
“제주~서귀포 횡단도로는 언제 처음 뚫렸을까?”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9.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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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前 도 건설교통국장, ‘제주건설사(도로·교량·교통)’ 발간
박정희 前 대통령 5.16 도로포장공사 당시 해프닝 등 뒷얘기도
181㎞ 구간의 우회도로 준공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김중근 전 건설교통국장. /'제주건설사' 중에서 ⓒ 미디어제주

 

제주와 서귀포를 잇는 횡단도로는 언제 뚫렸고, 교량 가설에 대해서는 어떤 기록이 남아있을까?

 

40여년 동안 건설직 공무원 생활을 했던 김중근 전 제주도 건설교통국장(76)이 ‘제주건설사(도로‧교량‧교통)’를 펴냈다.

 

도로와 교량, 하천, 교통 분야로 나눠진 이 책은 우선 도로의 경우 시대별로 본 제주지역 도로 및 교량 건설사와 근‧현대의 도로, 국도, 지방도, 시군도, 농어촌도로, 해안도로, 해외증권 발행 도로 사업 등으로 나눠 도로 개설 당시 기사와 자료사진, 공사 당시 뒷얘기 등이 다양하게 수록돼 있다.

 

책에 수록돼 있는 5.16횡단도로 포장공사 당시 대통령 당선 후 처음 제주를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화 한 토막을 소개한다.

 

1964년 3월 14일, 대통령에 당선된 후 처음으로 제주를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의 순시 중 뜻하지 않은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박정희 대통령은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가던 중 성판악을 조금 지나자 차를 멈추도록 했다. 대통령과 육영수 여서는 아들 지만(당시 6세)과 함게 차에서 내렸다. 지만군이 소변을 보고 차에 오르자 박 대통령은 주변에 있는 도로 포장 상태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도로포장이 왜 이렇게 거치냐”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한 마디는 일파만파가 되어 대형 사건으로 변했다.

 

대통령 일행이 지나간 뒤였다. 갑자기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올라오더니 공사현장 감독사무소에 있는 김성욱 감독관을 연행해 가더니 신문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김성욱 감독관에게 어떻게 했길래 대통령이 포장공사가 거칠다고 말했냐면서 부실공사로 조사하는 한편 제주도청 건설과 사무실에 들어가 공사 관계서류들을 압수해갔다.

 

그런데 당시에는 도로포장 공법이 침투식 마카담 공법으로서, 지금처럼 아스콘 공법이 아닌 간이포장 공법이어서 박 대통령이 지적한 그 현장은 포장된 상태 위에 세골재(규격이 작은 골재‘를 살포하고 아스팔트를 뿌려 마감공사를 해야 하는 미완성 포장구간이었다. 박 대통령이 그러한 것을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빚어진 일이었다.

 

다음날 박 대통령의 비서진을 통해 대통령이 어제 살펴본 현장의 도로포장은 미완성 상태여서 앞으로 골재와 아스팔트를 추가로 뿌려서 마감처리한다고 설명함으로써 소동은 해소될 수 있었다.

 

(‘제주건설사(도로‧교량‧교통)’ 109쪽)

 

이중근 전 국장은 발간사를 통해 “1861년 제작된 대동여지도를 보면 6개 노선의 도로가 개설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사실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서 “1872년 제작된 ‘제주삼읍전도’에 따르면 일주도로가 전부 연결돼 있지도 않았고 1919년 측량을 통해 최초로 만들어진 도면에도 제주목에서 별방진 사이에는 도로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대동여지도상의 도로 표시는 10리마다 점을 찍어 거리 표시를 위해 직선으로 그어놓은 것일 뿐, 사실상 도로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교량 가설에 대해서도 <신동국여지승람>, <탐라지>(이원진), <탐라지초본>, <대동지지>, <조선강역총도>의 제주도면에 기록된 교량은 7~10개이며 한일합방 후인 1914년에는 고량 4곳이 가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해방 전까지 37개의 교량이 가설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는 “제주도지와 시‧군‧읍‧면‧동지에는 이같은 기록들이 전혀 없었다”면서 “이런 점들이 몹시 안타깝게 생각돼 글 쓰는 재주는 없고 두려운 마음이 컸지만 사재를 털어 올바른 기록을 후손들에게 남기고자 용기를 냈다”고 책을 발간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특히 그는 특별자치도 이후 종전 국도였던 우회도로와 5.16도로, 1100도로, 제2우회도로, 평화로 등 5개 노선이 지방도로 지정돼 제주에 현재 국도가 전무한 상태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도를 종전대로 환원해 도로유지관리는 물론 도로 확장개선사업에 국고 지원이 반드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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