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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 어려웠던 녹내장 치료, 새로운 방법 찾을까
완치 어려웠던 녹내장 치료, 새로운 방법 찾을까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9.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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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병원 박대영 전문의·연구팀, 녹내장 치료 근본적 해결방법 규명
중앙병원 박대영 안과 과장(왼쪽)과 교신 저자로 참여한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 혈관 연구단 단장. ⓒ 미디어제주

의료법인 중앙의료재단 중앙병원의 박대영 안과 전문의는 기초과학연구원 고규영 단장 및 연구팀과 함께 녹내장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핵심 신호전달체계를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그동안 완치가 어려운 질병 중 하나로 꼽히던 녹내장 치료에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녹내장은 안압이 높아지면서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겨 시신경이 망가지고 실명에 이르게 되는 질환이다. 증상이 나타날 때는 대부분 이미 시신경이 크게 손상돼 있기 때문에 그만큼 완치가 어렵다.

 

전 세계 40세 이상 성인 인구의 3.5%가 녹내장을 앓고 있고, 국내에서도 환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체 환자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원발개방각녹내장의 경우 분자 수준의 발병 기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근본적인 치료법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박대영 전문의를 비롯한 연구팀은 이와 관련, 안압 조절에 중요한 기관인 쉴렘관의 항상성 유지 역할을 ‘Angiopoietin-TIE2 수용체 신호전달체계’(이하 ANG-TIE 신호전달체계)가 수행한다는 것을 규명해냈다.

 

 

녹내장은 눈 속에 차 있는 체액이 안압 유지와 안구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방수’라는 체액을 배출하는 장치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눈 내부에 생성된 방수가 섬유주와 쉴렘관을 통해 눈 밖으로 배출되면서 안압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데 이 방수 배출장치에 이상이 생겨 안압이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원발개방각녹내장의 경우 방수 유출경로의 저항이 커지면서 방수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어떤 이유 때문에 저항이 커지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알려진 바가 없었다.

 

박 전문의와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혈관 성숙과 안정화에 필수적인 ANG 단백질과 TIE2 수용체가 쉴렘관 주변부와 내피 세포에 각각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을 발견, ANG-TIE2 신호전달체계가 쉴렘관의 생후 초기 발달 뿐만 아니라 성체가 된 이후에도 쉴렘관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을 추론해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쉴렘관 형성과 유지, 안압을 조절하는 데 있어 ANG-TIE2 신호전달체계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어 연구팀은 TIE 활성항체(ABTAA)가 안압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실험을 진행, 안압 상승으로 녹내장이 유발된 실험군의 쉴렘관이 회복되면서 안압이 내려가는 것을 실험 결과를 통해 확인했다.

 

바로 이 결과를 통해 ANG-TIE2 신호전달체계가 녹내장이 발병하지 않도록 쉴렘관의 항상성을 유지, 안압을 조절함으로써 녹내장을 치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해결하게 됐다는 것이다.

 

박 전문의와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완치가 어려웠던 녹내장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추후 치료제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녹내장을 재현한 질병 모델에 TIE2 활성 항체를 주사함으로써 안압을 낮추는 데 큰 효과를 얻은 만큼 임상연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방수유출 경로의 또 다른 요소인 섬유주와 ANG-TIE2 신호전달체계의 관계를 밝히는 실험과 함께 실제 환자에게 TIE2 활성 항체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임상실험을 계획하고 있는 중이다.

 

박 전문의는 “녹내장 치료는 현재 눈의 방수 생성 억제를 통해 안압을 낮추는 것 외에는 특별한 치료가 없었는데 이번 ANG-TIE2 신호전달체계 규명이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문의와 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임상연구학회에서 발간하는 임상연구학회지 ‘Th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온라인판에 지난 19일 새벽 5시 게재됐으며, 다음달 발간되는 인쇄본의 표지와 커버스토리에도 실릴 예정이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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