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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도지사의 야간 민생현장 방문
<데스크논단> 도지사의 야간 민생현장 방문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04.28 14:37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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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지난 25일 저녁 7시50분쯤 운동복 차림으로 제주시 중앙로와 중앙지하상가 일대를 둘러본 일이 알려지면서 이곳 시민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 지하상가 상인들과 시민들은 김 지사를 보고도 평범한 사람이었거니 생각했다고 한다. 정장 차림이 아니라 운동복 차림인데다, 옆에 수행원 한명 없었기 때문이다.

김 지사를 알아본 사람이 귀뜸을 해주기 전까지는 방금 지나간 사람이 김 지사였는지도 몰랐다고 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김 지사는 이날 비서실 직원들을 먼저 퇴근시킨 후 사라봉에서 운동을 하고, 중앙로를 찾아 민생현장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날 김 지사의 ‘행차’는 단연 화두였다. 물론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재선거에 당선되고 취임한 직후에도 김 지사는 밤 중에 수행원 없이 제주시청 일대 상가를 둘러본 일이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민생 살피기
김 지사의 예고없는 민생현장 방문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선 그의 옷차림에서 보더라도 시민들과 동등한 눈높이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민심을 살피겠다는 의지가 실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의례적이거나 격의있는 민생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민생을 살피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일종의 ‘제스처’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이를 두고 도청 주변에서는 김 지사만의 특유의 '업무 챙기기' 라고 말한다. 제주시장 재직시절부터 그러한 민생탐방은 많았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떻든 도백의 이러한 민생탐방은 부정적 요소보다는 긍정적 요소가 많은게 사실이다. 사실 민선자치시대에 있어서 도지사 만큼 눈코뜰새 없이 바쁜 자리도 없지 않은가.

일반적 행정업무 뿐만 아니라 도민사회의 갈등적 요인, 도민통합을 위한 시책, 크고 작은 행사 참석 등으로 일반 소시민이 도지사를 면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바쁘게 일하고, 쉴새없이 민생을 챙기는 그 자체만으로 도백의 덕목을 논할 수는 없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도백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막중한지는 한끼 식사하면서 열 번 일어선다는 뜻의 ‘일궤십기(一饋十起)’라는 고사성어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이 말은 중국 전한(前漢)의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저술한 책인 회남자(淮南子)에 실려있다.

우 임금은 자신에게 도(道)로써 가르칠 사람은 와서 북을 울리고, 의(義)로써 깨우치려는 자는 와서 종을 치라고 명하였다. 또한 백성들의 민심을 두루 살피기 위해 어떤 일을 고하고자 하는 자는 방울을 흔들고, 근심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은 경쇠를 치며, 소송할 일이 있는 자는 와서 작은 북을 치도록 하였다.

그래서 우 임금은 일이 몹시 바빠서 한끼 밥을 먹는 도중에도 여러차례 일어나야만 했다. 이 일궤십기는 임금이 백성들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할 만큼 정치에 각별한 열성을 보였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고사성어이다.

#진정한 ‘일궤십기’ 중요
사실 제주도가 현재 처한 상황을 가늠해볼 때 김 지사는 ‘일궤십기’보다 더 하면 더했지, 결코 덜할 상황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제주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 추진, 고품질 감귤생산을 위한 감귤원 2분의 1간벌등은 차치하더라도 제주 현안은 산적해 있다.

그 중에서도 지역경제 침체와 더불어 불거진 쇼핑아웃렛사업을 비롯해 행정계층구조 개편, 한라산케이블카,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한라산 1100도로의 모노레일카 설치 등은 단순한 해결과제일 뿐만 아니라 도민사회의 주요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발이 열개라도 모자랄 상황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쉴새없이 현안이 터져나온다 해서 제주도정에 면죄부가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도민사회에서 파생되는 문제라면 제주도정이 책임감있게 받아 안아야 한다. 또한 제주도민들이 근심하는 일이 있으면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의견 통일을 보지 못해 논쟁을 빚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조정을 해야 하는 것도 도정의 역할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 지사의 운동복 차림의 민생탐방이 ‘일궤십기’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됐다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 의구심을 표하는 것처럼 표심을 향한 한낱 ‘제스처’가 아니라 밥 한끼를 편안히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일에 매진하는 진정한 ‘일궤십기’의 도정을 펼쳐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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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덩쿨 2005-05-05 22:59:26
그의 수법 알만한 사람 다 안다. 굵직한 현안 하나 챙기지 못허멍. 애쿠애쿠

글쎄요 2005-04-29 21:53:13
민생현장 방문(?) 글쎄요.....

민생이 2005-04-29 20:24:42
반가운 얼굴로 김지사를 바라본 과연 사람은 있었을까?

용비어천가 2005-04-29 18:07:59
아무나 따라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오직 그만이 할수있는 용기있는 행동입니다.
과거 시장때부터 혼자 걸어다니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현장을 먼저 둘러보는 습관은 몸에 베인 그만의 행동입니다.
한 밤중 중앙로를 수행원없이 간것까지는 좋았는데, 아주아주 좋았는데,
평상복도 아닌 운동복 차림이었다는게 좀 그렇군요.
운동복 차림으로는 사라봉에나 가서 운동하러 나온 시민들과악수하기에 그럴듯한 코디인데.
비서실에서 코디 좀 똑바로 하쇼

조아조아 2005-04-28 18:56:16
역시 서민의 지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