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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우리 대의원’, 그리고 공직자 ‘품성’
<데스크논단> ‘우리 대의원’, 그리고 공직자 ‘품성’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08.18 09:5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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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제작된 북한 영화 ‘우리 대의원’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 등 공직자들이 지녀야 할 품성에 대해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북한에서 대의원하면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이라 할 수 있다. 형식적 선거라는 주장도 있으나 어쨌든 선출직이다. 

영화 ‘우리 대의원’에서 보여주는 대의원은 인민의 이익에 최우선을 두는 인민정권의 관리를 말한다. 극중 대의원으로 설정된 주인공인 설미 어머니는 대의원이라는 직책을 이용해 개인의 영달을 위하는 일을 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한다. 안전원인 설미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다.

심지어 자신의 딸인 설미가 대 건설장에 가는 대신 영화배우 시험을 보지만 간여를 일체 하지 않음으로써 떨어지고 결국 판매직을 받게 된다. 설미는 대의원인 어머니와 안전원인 아버지가 그 위치면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을 안 쓴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친척이나 부모의 후광을 등에 업고 개인의 영달만을 꿈꾸는 설미를 어머니는 자상하게 꾸짖는다. 이에 반성한 설미는 대건설장으로 향한다. 한편 아파트 신축에 매달려 있는 부위원장은 아파트 주변에 자신이 살 호젓한 단독주택에 욕심을 내고, 아파트 신축이 거의 다 마무리될 무렵 그 단독주택에 살고 있던 할머니를 강제로 아파트로 이주시키려 한다. 그 할머니는 대건설장 노동자들을 위한 돼지를 키우기 위해 단독주택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이를 목격한 설미 어머니는 인민을 위하지 않고 인민 위에 군림해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부위원장을 비롯한 관리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에 설미 어머니는 부위원장 등에게 이의 문제를 지적하고, 인민을 위해 시급한 포구를 건설해 인민의 불편함을 최소화하자고 설득함으로써 관리들을 크게 각성시킨다.

#자신보다 인민 먼저 생각

이 영화는 설미 어머니를 통해 최고인민회의의 대의원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대의원이 지녀야 할 품성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대의원은 인민을 먼저 생각하고 걱정해야 한다는 점을 각인시키고 있다.

나아가 영화에서는 ‘우리 대의원’의 ‘우리’는 자신보다 인민을 먼저 생각하고 사랑할 때 ‘우리’ 대의원, ‘우리’ 위원장으로 불릴 수 있음을 명확히 정리하고 있다. 즉, ‘우리’라는 단어는 대표관리를 신뢰하는 인민들의 마음 속에서 시작되는 것이지, 권위적으로 군림하는 관리에 대한 애칭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공동체 속에서는 ‘나’라는 말보다는 ‘우리’라는 말에 많이 익숙해져 있다.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 형’, ‘우리 할아버지’, ‘우리 할머니’ 등. 단수형 단어인 ‘나’가 아니라 복수형 단어인 ‘우리’를 사용하는 이유는 가족 공동체 전부를 의미하려는데 따른 것이다. 가족 공동체 모두의 소중한 마음이 깃든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선출한 정치인이나 선출직 공무원 등에게 있어 ‘우리’라는 표현은 상당히 인색해져 있다. ‘도지사’는 그냥 ‘000 도지사’라고 하지 ‘우리 도지사’라고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에 있어서도 ‘우리 국회의원’이 아니라 그냥 국회의원일 뿐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제도에 있어 주민의 심복으로 불리우는 지방의원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라는 수식어를 붙일만한 진정한 주민대표가 없기 때문인지, ‘우리 의원’으로 불리우는 지방의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우리 지사님’, ‘우리 시장님’, ‘우리 군수님’, ‘우리 의원님’이란 표현이 간헐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볼 수는 있으나 그 사용자가 직업관계에 있어서 상하에 있거나 직접적 명령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는 경우에 국한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 ‘우리’라는 애칭을 듣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진정한 ‘우리 도지사’ 기대

표현상 적절하지 않을지 몰라도, 하다못해 ‘나’라는 표현도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선거과정에서는 ‘주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읊조리고, 당선된 후에는 ‘여러분이 뽑아주신 아무개입니다’하고 목청을 높이지만, 정작 그를 뽑아준 주민들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있다. 한발 물러서 있는 주민들에게 그는 ‘우리의 국회의원’도 아니고, ‘우리의 지방의원’도 아니고, ‘우리 도지사’, ‘우리 시장’, ‘우리 군수’도 아니다.

그저 ‘국회의원’, ‘지방의원’, ‘도지사’, ‘시장’, ‘군수’일 뿐이다.

혹자는 국민들의 특유한 정서를 이유를 내세울지는 몰라도, 그것이 한 요인은 될 수 있을 지라도 절대적 변인은 될 수는 없다. 문제는 바로 당사자의 ‘품성’에 있다. 영화 ‘우리 대의원’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주민들이 선택해서 갖게 해준 그 직책은 개인영달을 위해 일부 사용해서도 안되며, ‘개인적 명예’의 가치로 판단해서도 안된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자신보다 주민을 먼저 생각하고 사랑할 때 주민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애칭인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체계에서 내년 첫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시점에 선 제주.

진정한 ‘우리 도지사’와 ‘우리 지방의원’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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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2005-08-28 14:04:31
공직자가 지녀야 할 품성에 대해 다같이 생각해볼 점은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언론 2005-08-19 18:47:58
좋은 말씀

이상과 현실 2005-08-18 14:57:09
진짜 그런날 올걸 기대해서 이런글썼는지,아님 그냥 이상적인 얘기를 풀어쓴것이지...답답하구만.

품성 2005-08-18 14:16:00
학교다닐때 들어본 '품성' 이란 말 오랫만에 듣습니다.
좋은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