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02:42 (토)
"식후불연초는 패가망신이거든!"
"식후불연초는 패가망신이거든!"
  • 홍용석 기자
  • 승인 2008.11.0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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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직장 내 '금연 열풍', "흡연자는 괴로워"

오전 일과를 마치고 드디어 기다리던 점심시간, 바쁘게 서두르다 보니 아침도 먹지 못하고 출근한터라 밥 맛이 꿀맛이다.

옆 자리 동료들은 누가 주식으로 돈을 날렸네, 펀드 들었다가 말아먹었네 하며 수다가 분주한 가운데,  나는  입속으로 밥 숟가락 밀어넣기에 분주하다.

본능에 충실하며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밥 한 그릇을 뚝딱해치우고 나서 서서히 밀려오는 포만감에 막 행복해 지려는 순간, 옆자리 동료가 문제의 '그 것'을 꺼내든다.

"식후불연초는 패가망신이거든!"

이 순간 뱃 속 저 아래서 올라오던 행복감은 목구멍을 통해 밀려 내려오는 담배연기에 눌려 자취를 감추고 머리속은 간접흡연으로 인한 두통으로 지끈거린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담배 없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직장내 간접흡연으로 고통당하는 비흡연가에게 희소식이 있다. 제주시 서부보건소가 관내 기업체를 상대로 직장 내 '담배와의 결별'을 선언하도록 유도해 나가고 있는 것이 바로 그 것.

제주 서부보건소의 '담배와의 결별'의 두드러진 성과는 한림공원의 예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이곳은 지난 10월부터 직장 흡연자 19명을 대상으로 주1회 금연교실을 운영해오고 있는데, 현재 기존 흡연자의 90%인 17명이 금연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직장내 금연을 이루겠다는 직원들의 의지는 실로 비인간적(?)이라 할 만큼 결연하다. 매주 월요일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금연실천 여부를 확인한다. 월요일 아침마다 직원들로 하여금 경찰관들이 사용하는 음주측정기와 비슷하게 생긴 '일산화탄소 측정기'를 불게한다.

금연을 실천한 경우에는 '파란색'이 나오고, 흡연을 조금 한 경우는 '노란색'이 나타난다. 만일 대 놓고 담배를 피워댔다면 '빨간색'이 나온다.

금연에 성공해 초록색이 나오면 부상으로 2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지만, 노골적으로 흡연을 해 빨간색이 나오면 즉석에서 현금 2만원을 벌금으로 내놔야 한다.

다 큰 성인들에게 이렇게 강제적인(?) 방법을 쓰면 반발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흡연여부 검사를 담당하는 서부보건소의 김옥진씨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적극 협조해 어려움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직원들의 입에 일산화측정기를 들이 댈 때 '내가 좀 비인간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김씨는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보람있는 일을 하고 있다"며 단 한번도 이 일을 어렵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금연을 잘 실천해 가던 직원이 삶의 고뇌 때문에 다시 담배를 입에 대는 모습을 볼 때는 참 마음 아프고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한편, 제주시 서부보건소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금연클리닉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은 낮 시간에 이뤄지는데, 참가자는 자신이 편한 시간에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은 보통 주 1회 이상 이뤄지면 비용은 일체 무료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금연교육은 1개월, 6개월, 1년 과정의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보건소는 흡연자가 6개월 이상 계속적으로 금연을 하면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는데, 이런 기준으로 따졌을 때 금연교실 참가자의 65%가 금연에 성공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서부보건소 관계자는 또 "금연에 성공해서 나가는 경우에도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진다"고 덧 붙였다.

금연교육을 원하는 사람은 서부보건소 금연클리닉(전화 796-7423)으로 문의하면 된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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