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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경찰, 4.3진상규명 적극 협조해야
[우리의 주장] 경찰, 4.3진상규명 적극 협조해야
  • 미디어제주
  • 승인 2005.10.2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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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무고한 양민이 학살당한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이 발발한지 57년만에 경찰총수가 지난 27일 4.3영령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고개숙인 허준영 경찰청장의 모습은 4.3의 역사 속에서 '격세지감'을 갖게 하는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4.3이 발발한 후 진상규명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도 사실 머지않은 시기에 있었던 얘기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는 이 문제에 대해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했다. 4.3 양민학살의 근본적 책임이 있는 국가 공권력은 4.3이 끝난 이후에는 민중들의 언로를 틀어막는 탄압을 자행했다. 그 중에서도 경찰은 4.3에 대해 철저히 '남로당의 폭동'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몰아갔다.

4.3에 있어서 경찰은 결코 제주도민들에게 떳떳할 수 없었다. 1990년대 들어서 진상규명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각고의 노력 끝에 4.3특별법이 제정돼 정부차원의 진상규명이 이뤄져 4.3진상규명 보고서가 확정되고 2003년 가을 노무현 대통령은 4.3을 국가공권력에 의한 잘못이라며 제주도민들에게 공식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경찰은 대통령의 사과발표에도 불구하고 이후 줄곧 묵묵부답이었다. 진상규명에도 매우 소극적이었다. '자료가 없다'는 앵무새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비협조와 외면 일색인 경찰이 올해들어 드디어 4.3에 대해 침묵을 깼다.

허준영 경찰청장의 이번 제주4.3평화공원 참배는 어쨌든 많은 의미를 갖게 했다. 그는 4.3평화공원을 방문해 4.3 재단에 헌화하고 분향했다. 그리고 '4.3당시 무고한 희생을 당하신 양민들과 순직 경찰관 영령들께 삼가 고개숙여 조의를 표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또 4.3진상규명과 관련해, "경찰이 갖고 있는 4.3자료들은 지금 없는 것으로 알지만 만약에 있다면 모든 자료를 공개해서 과거를 털고 도민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앞으로 4.3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허 청장의 4.3평화공원 참배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4.3단체의 입장에 적극 공감한다. 그러나 우리는 4.3참배가 '보여주기식 제스처'가 아니라 '진심'이었다는 것을 도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경찰은 참배에 따른 후속조치를 적극 추진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동안 4.3진상규명에 소극적이었던 경찰이 이번 참배를 계기로 해 진상규명작업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것이다. 말로만 협조하겠다고 하지말고, 경찰 내부에 갖고 있는 4.3관련 보안자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공개해야 한다. 이러한 진상규명 노력이 진심으로 4.3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는 길인 것이다.

또한 한가지 덧붙인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는 이뤄졌으나 경찰 역시 4.3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과거 경찰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결자해지 차원에서 경찰이 화해와 평화의 한길로 나아가기 위한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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