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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진 '하소연'..."할 말 많아요"
끝없이 이어진 '하소연'..."할 말 많아요"
  • 윤철수 기자
  • 승인 2010.10.22 19:05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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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 그들은 왜 화났을까?

22일 오후 3시 시작된 사회복지 종사자 처우개선 토론회는 오후 5시가 넘도록 끝날 줄을 몰랐다. 주제발표자와 지정 토론자들의 패널토론이 끝나자,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이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 방안' 토론회 현장은 그야말로 제주도내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열띤 토론장이었다.

방청석을 가득 메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 중 '할 말 없는' 이는 한명도 없었다.

저마다 이 부분에 대해 뭔가를 짚고 넘어가고자 했다.

토론회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고충홍)와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사협회(회장 한형범)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남진열 제주대 교수(행정학과)는 제주의 사회복지예산 편성 실태에 대한 분석으로 시작됐다.

전국 대비 열악한 사회복지예산 실태를 꼬집은 그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처우 실태에 대한 문제로 이어졌다.

2008년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사협회에서 제주도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초실태조사 결과의 내용도 인용됐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중 53.7%가 이직을 생각해 본적이 있다는 조사결과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이직 하려는 이유는 낮은 임금수준과 열악한 근무조건, 과도한 업무 등 때문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비는 2006년 1월 13만원으로 인상됐다. 그러나 이 또한 획일적인 것이었다.

근무경력에 관계없이, 경력 1년차 되는 종사자나 10년차 되는 종사자나 일률적으로 13만원의 처우개선비를 적용한 것이다.

물론 민선 5기 우근민 제주도정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약속했다. 점차적으로 경력에 따라 차등을 두고, 4년 후인 2014년에는 최고 20만원까지 상향 조정하겠다는 약속이다.

남 교수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처우개선은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도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열악한 임금환경에서는 양질의 서비스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의 주제발표가 끝나자 마자, 사회복지시설 현장에서 종사하는 토론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최영열 원장 "장애인재활시설 종사자 임금은 전국 최저 수준"

일배움터의 최영열 원장.

그도 이 부분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전체적으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임금수준이 열악한데다, 사회복지시설 간 임금격차도 발생하는 실정"이라는 그는 "이러한 문제는 종사자의 잦은 이직을 유발하며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우려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의 불만은 왜 정부의 권고안(연간 5-7% 인상)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 종사자의 임금은 매년 동결되는가 하는 점이다. 제주지역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종사자의 경우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열악한 임금실태를 조목조목 지적한 그는 우근민 도정의 공약사항의 이행을 촉구했다.

#강철남 소장 "처우개선 13만원이라도 차등적 적용한다면?"

강철남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소장은 처우개선비 13만원의 지급 시스템이라도 개선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경력이 1년차든, 5년차든 똑같이 적용할 것이 아니라 차등적용하는 방법으로 개선해보자는 생각이다.

그는 "제주지역 사회복지 종사자들은 여러 형태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비 확대 등은 기본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왜 지원이 강화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적 사안에 있어 사회복지계 임원 등이 성명을 발표하는 등 오해를 살 행동을 하지 말자는 당부도 곁들였다.

#허순임 소장 "여성폭력 상담센터 등은 폭력 위험에 무방비 노출"

이어진 허순임 가족사랑쉼터 소장의 토론에서는 '충격'적인 내용까지 곁들여졌다.

단지 임금을 얼마만큼 인상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제주도내 여성복지시설 종사자들이 겪는 실태를 설명하며 이들의 고충을 알아줄 것을 호소했다.

"한 여성폭력 행위자가 성폭력 혐의로 출소를 하고 나온 후, 여성폭력 관련 모 시설을 방문해 행패를 부렸다. 경찰을 통해 통제했더니 전화협박까지 해댔다. '네게 딸이 있는 줄 아는데, 그 딸이 성할 줄 아느냐?', '네 집이 어디인지 다 안다. 어제는 집에 차가 세워져 있지 않더라...두고보자' 식의 협박 전화였다."

이는 실제 사례라고 했다.

그는 여성폭력 상담소나 시설 종사자의 경우 대부분 이런 폭력의 위험이 노출돼 있다고 했다.

여성폭력 행위자가 시설 종사자들에게 가하는 '폭언의 3종세트' 유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너희 시설을 폭파해 버린다", "밤길 조심해라", "너희 가족 가만 두나 보라"

허 소장은 "여성폭력문제를 다루는 시설의 경우 일반 사회복지시설과 달리 임금문제 뿐만 아니라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들 시설이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CCTV와 가스총, 비상벨 등으로는 부족하다며 보다 적극적인 '방어적 조치'를 해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여성폭력 상담소나 여성긴급전화 1366, 원스톱지원센터의 경우 CCTV조차 설치돼 있지 않아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시설 이용자 뿐만 아니라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상해보험 가입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봉기 과장 "처우개선비 공약, 반드시 이행될 것"

이어 홍봉기 제주특별자치도 복지청소년과장은 이러한 토론자들의 하소연에 답변 형식의 대답을 했다.

홍 과장은 "사명감을 갖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민선 5기 도정도 생각을 같이 하는 부분"이라며 "그러나 미래대비 재정진단 결과에서도 나왔듯이 가용재원이 크게 모자라 예산 배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과장은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 고민을 하고 있는데, 사회복지시설 처우 개선 문제는 우근민 도정의 공약인 만큼, 공약에서 제시한 사항이 반드시 이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방청석 토론 '서러운' 근무환경 울분 토로

저마다 토론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자, 이번에는 방청석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아동청소년그룹홈의 한 관계자는 '서러운 입장'을 얘기하며 현 실태를 끝도 없이 얘기했다. 길어진 하소연에 좌장을 맡은 박희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이 "문제가 있는 부분은 오는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라도 꼭 반영하겠다"고 약속하며 달랬다.

그러자 이번에는 경력 5년차의 사회복지사인 이모씨가 한마디했다.

그는 '돈'은 둘째 문제라고 했다. 정말 사회복지사가 자긍심을 갖고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이 발언에 장내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박희수 의원 "지나치게 행정의존은 금물...자구노력도 필요"

장시간 이어진 토론에 박희수 의원이 장내를 진정시키며 토론을 마무리지었다.

그 역시 한 사회복지시설의 사무국장을 맡아 일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고충은 잘 알고 있었다.

박 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서 나온 얘기는 충분히 공감했을 것"이라며 "종사자들의 바람과 요구가 꼭 반영될 수 있도록 서로 지혜를 모아나가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회복지종사자들도 지나치게 행정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구노력'도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충홍 위원장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마지막까지 토론을 지켜본 고충홍 복지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정말 오늘 많은 것을 느꼈다. 이처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어려움이 많을 줄은 몰랐다"며 "이들의 목소리가 행정에 꼭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은 근무환경 개선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기능까지 이어지게 해야 한다"면서 "이들이 만족스러워야 수혜를 받는 시설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므로 이 문제는 앞으로 중요하게 다룰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회복지종사자들의 끝없는 '하소연'. 그들의 바람은 하나하나 개선돼 나갈 수 있을까?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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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2011-01-30 16: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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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2010-10-25 16:31:36
사회복지사들이 많이 모였군요
기자님 보도내용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참 좋은 토론회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사회복지인 화이팅 하십시요

꼭!실현 2010-10-25 08:49:50
미디어제주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우리의 목소리를 기사화함에 감사하며... 그리고 이러한 목소리가 반영되길 바랍니다.

종사자 2010-10-24 16:39:32
정말 제라한 토론회였다
박희수의원님이 대단하더군요. 열정적인 설득

veryfine9101 2010-10-24 13:13:48
도의회의 사회복지정책방향도 함께 제시해주면 사회복지의 방향을 알게되고 더욱 세밀한 대책을 마련될수 있을 것입니다. 참좋은세상을 기대해봅니다.